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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제과 재료 팁

검은밀

by 필리젬마 202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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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밀을 활용한 레시피는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88 참고

 

 

 

 

검은밀은 농가밀로만 생산되고 있으며 생산량이 많지 않다.

1년 꼬박 눈 빠지게 기다렸는데 어느 해는 멧돼지가 다 먹어버려 흉작이었던 때도 있었고...

어느 해는 1년 꼬박 기다린 보람도 없이 판매 시기를 깜빡하는 바람에 울었던 기억도 있고...

좌우간 정줄 딱 붙잡고 6-7월에 구입하지 않으면 이듬해까지 기다려야 하는 귀한 재료다.

 

 

작년에 정줄 놓다가 판매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내가 비교할 수 있는 건 재작년 검은밀과 올해 검은밀이다.

보통 햇밀을 판매한 후 그 이듬해 초에 보관해 둔 밀 일부를 풀어 판매하기도 한다.

재작년에 산 검은밀은 분명 햇밀을 샀던 것 같은데 기억이란 게 신뢰도 제로다 보니 자신은 없지만 올해 산 검은밀 햇밀과 좀 달랐던 것 같은 이놈의 느낌적 느낌은....

 

 

하여간 햇밀이어서 그런지 수분량 조절이 쉽지 않다.

검은밀은 통밀 입자로 판매되지만 금강밀 통밀과는 성질이 좀 다르다.

발효종을 만들어 보면 글루텐이 쫀쫀하게 잡히는 금강밀 통밀과는 달리 검은밀은 그냥 죽 같다.

금강밀 통밀 발효종은 두 배로 부풀 수 있지만 검은밀엔 그런 걸 기대하면 안 된다.

글루텐이 금강밀 통밀에도 못 미친다.

 

 

분명 수업 때 같이 만들어 먹고 수강생들과 하하호호했던 레시피이건만 수분량 그대로 쓸 수가 없을 정도다.

생각보다 많이 줄여서 쓰고 있는데 햇밀이어서 그런 건지 입자가 조금 굵어진 건지 비교할 방법은 없고...

 

 

내가 주로 구입하는 검은밀은 '괴산 농사짓는 목수' 제품이다.

올해부터 밀을 생산하지 않는 홍순영 농장에서도 잠시 검은밀을 판매했었다.

당시 홍순영 농장 검은밀은 괴산 검은밀보다 제분 상태가 더 거칠었다.

올해 괴산밀은 예전 검은밀보다 입자가 더 굵어진 것 같은데 뭔가 홍순영 농장의 검은밀 입자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몹시 가까워진 것 같다.

 

 

이래서 제품 샘플이 필요한 건데... 검은밀 샘플을 못 모은 게 좀 아쉽다.

우리 호밀은 2012년부터 한 3년간 매년 입자 샘플을 조금씩 남겨 보관해두곤 했다.

이젠 큰 의미가 없어서 샘플을 보관하진 않지만 작업성이 매년 바뀔 수 있는 농가밀의 경우 샘플을 보관하는 것도 제빵성 테스트에 앞서 힌트를 주는 데 도움이 된다.

 

 

2020년 검은밀 16% 사워도우

 

 

검은밀은 글루텐을 파괴하기 때문에 강력분 베이스의 빵을 선호한다면 배합량을 크게 늘리지 않는 게 좋다.

크게 늘릴 것도 없이 조금만 들어가도 표시가 많이 난다.

볼륨이 낮아지며 크럼이 더 쫀쫀해진다.

조금만 배합해도 색깔이 어두어지는데 예전에 만들었던 검은밀 식빵의 경우 색깔이 거의 보랏빛에 가까운 회색을 띈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잡아내기 어려운 멋진 색깔인데 이번에도 그 식빵을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

 

 

거칠다고 물을 홀딱 부으면 망한다.

딱 먹을 만큼 수분을 먹고 나면 가차없이 도로 뱉는다.

갈수록 질어지는 반죽, 성형이 고단한 반죽, 발효 바구니에서 납작해지는 반죽이 되지 않으려면 수분량은 조금 박하다 싶을 정도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늘려주는 것이 좋다.

 

 

웬만해선 2차 저온발효가 어려울 정도로 발효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냉장 발효 6시간 정도에서 끝내거나 발효종을 타르틴 책 레시피만큼 적게 넣되 냉장고에서 온도가 제일 낮은 칸을 찾아(그렇다고 얼면 안 된다) 장시간 발효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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