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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을 위한 변명, '오븐책' 예상에도 없었다가 막상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하길 잘했다는 뿌듯함이 생겼다일은 이렇게 마무리 하는 것이라는 걸 배우기도 했고...세미나 강의 마무리로 책을 내면서 뭔가 시작한 일에 확실한 갈무리를 했다는 안도감이 생긴다 2022년쯤이었나 스메그 코리아에서 매우 합리적인 제안을 했고 그 덕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도 맞다안 되는 걸 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새 오븐으로 적합한 레시피를 개발해 달라는 매우 정석적인 접근을 했기에 나도 쉽게 작업할 수 있었다수동으로 뜨거운 스팀 만드는 방법도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고안하게 되었던 것이고... 들리는 소문으로 올인원 터치 오븐 대신 똑같은 사양으로 디지털 터치 대신 아날로그 다이얼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었다고 한다여력이 있다면 다이얼 오븐을 구입했을 .. 2024. 12. 23.
베이커들이 싫어(?)했던 미생물(feat. 맥주 양조) 싫어했다기 보다 좋아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 맥주에 대한 역사를 들여다 보면 베이커와 맥주 양조장과의 관계가 매우 밀접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의 맥주 발효와 빵 발효에 똑같은 이스트(Saccharomyces cerevisiae)가 사용된다는 건 우연이 아닐 테니까. 특정 미생물(가령 이스트)만 뽑아서 사용할 수 있었던 시대는 양조 역사상 그리 길었던 편은 아니다. 시판 이스트가 개발된 게 1850년, 대량 생산으로 접어든 때가 20세기였으니 중세 시대의 맥주란 그야말로 사워도우의 액체 버전이라 할 만 했다. 맥주 한 잔에 Saccharomyces cerevisiae가 아닌 온갖 다양한 미생물로 바글바글한 게 당연했다는 말씀. 그래서 단일 미생물인 현재의 이스트를 분리해내.. 2023. 12. 11.
이스트 이름이 맥주??? 시판되고 있는 이스트의 학명은 Saccharomyces cerevisiae(사카로마이시스 세리비지애). gruit 맥주 공부하면서 영미쪽 리서치 페이퍼를 읽다가 거기에 인용된 라틴어 귀절이 유난히 눈에 박혔다. "negocium (…) fermentatæ cervisiæ, quod vulgo grutt nuncupatur" 언뜻 보기에도 negocium은 negociate, fermentatae는 fermentate, cervisiae는 이스트 이름인 cerivisiae에서 i만 빠졌다. 호기심 도져서 찾아본 라틴어 cervisiae(체르비지애)는 놀랍게도 beer, 맥주라는 뜻이다. saccharomyces는 그리스어에서 왔다. σάκχαρον (saccharo) + μύκης (myces) sacch.. 2023. 11. 4.
케토식의 장점과 단점 식이요법에 대한 다양한 방법이 있고 지난번에 관련해서 채식의 함정에 대해서도 글을 썼다.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153) 한동안 열풍이었던 케토식이 지금도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장단점이 있다. 채식은 주 에너지원을 탄수화물에서 얻는다. 탄수화물을 연소시켜 에너지로 삼는 건 신체 대사 과정을 생각해 볼 때 가장 빠르게 에너지를 얻는 방법이다. 그냥 당을 다이렉트(??)로 가져다 쓰면 되니까. 무엇보다 비건은 채식 위주이므로 식물인 밀이나 쌀 등의 곡물을 섭취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 흔히들 당 떨어졌다고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으면 감기던 눈이 떠지는 경험들이 한 두 번 있을 것이다. 특히 등산처럼 에너지 소모가 많은 신체활동을 할 때 꼭 달다.. 2023. 10. 15.
이름도 종류도 많은 호밀 혹은 호밀가루 도대체 어떤 호밀가루를 써야 할까? 호밀빵을 만들기 위해 단단히 마음 먹은 사람들에게 부딪히는 문제다. 레시피 국적에 따라 모든 재료가 혼란을 가져오지만 그중 가장 혼란을 많이 야기시키는 재료가 호밀이다. 독일 레시피의 호밀과 미국 레시피의 호밀은 다르다. 초보자일 경우, 독일 레시피를 아무 생각없이 참고하다간 큰 코 다친다. 미국에서의 호밀이란 세 종류다. 우선 다크 라이(dark rye)와 라이트 라이(light rye). 이 둘은 주로 밥스레드밀(Bob's Red Mill)에서 판매하는데 우리나라엔 다크 라이만 들어왔었다. 더 이상 이 회사 다크 라이는 수입되지 않는다. 다크라이는 매우 입자가 굵은 상태의 호밀가루다. 진한 회갈색의 기울이 선명하게 보이고 향도 강하다. 대체로 호밀 발효종을 만들 때.. 2023. 10. 4.
뚱뚱한 뇌를 위한 비건??? 최근에 책 한 권을 읽다가 홀딱 깬 문장이 있었다. "우리 몸에서 가장 뚱뚱한 부위는 어디일까?" 당연히 궁둥이 내지 허벅지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실로 지방이 가장 많은 곳은 우리의 뇌다. 60% 이상이 지방으로 구성된 우리 뇌를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 이 지점에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게 비건식이다. 과연 비건이 우리 뇌를 위해 적합한 식사인가 하는 점이다. '채소를 많이 먹자'는 것과, '채소만 먹겠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의 저자는 미국의 의사이며 대학생 때부터 10년이 넘도록 비건식을 고집해 왔다고 한다. 비건을 고집한 근저에 본인은 의식있는 사람이라는 우월감이 있었다고도 고백했다. 어느새 비건은 건강을 위한 한 방편이라기 보다 신념으로 굳어진 면이 없지 .. 2023. 10. 2.
1시간만에 부풀리는 풀리쉬??? 풀리쉬에 대한 오해 사전 반죽(preferment)이라는 건 꼭 사워도우에만 적용되는 졔빵 단계는 아니다. 이스트 반죽에도 사전 반죽이라 부르는 스타터가 있다. 풀리쉬(poolish), 비가(biga), 스폰지(sponge), 보통 이 세 가지가 이스트를 쓰는 스타터라고 할 수 있다. 올드 도우(old dough)라고 해서 전날 반죽 일부를 떼어 보관했다가 당일 반죽에 포함시켜 풍미를 향상시키지 위해 쓰는 방법도 있지만 이건 스타터라고 보긴 어렵다. 풀리쉬는 사워도우 스타터와 매우 흡사하다. 물과 밀가루를 무게 대비 1:1로 섞은 후 극소량의 이스트를 넣고 최소 6-8시간 길게 12시간씩 발효시킨다. 두 배로 부푼 풀리쉬는 본반죽에 섞어서 사용하고 추가로 이스트도 배합한다. 스타터만 발효되면 본반죽 발효는 문제 없는 사워도.. 2023. 9. 22.
베이커의 손에서도 나온다는 사워도우 미생물 사워도우 스타터 미생물은 어디서 날아온 걸까? 사워도우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한국 블로그에 언급했을 때 대부분은 공기 중에서 미생물이 날아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 역시 사워도우를 처음 접했을 때도 밀가루에서 미생물이 나온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술을 담글 때는 일부러 이스트를 넣어 발효시키기도 하지만 사워도우 스타터는 다르다. 주로 밀가루 자체에서 발현되는 미생물을 발효 주체로 삼는다. 사워도우 스타터는 밀가루에 붙어 있는 각종 다양한 미생물의 발현으로 발효가 진행된다. 심지어 사워도우 스타터에만 살고 있는 미생물도 있다. 예전엔 Lactobasillus sanfranciscensis, 요즘은 Fruitilactobasillus safranciscensis라고 부르는 유산균이 바로 .. 2023. 8. 5.
스메그 올인원 터치 오븐 레시피 - 카다멈 오렌지필 페스츄리 청개구리같은 짓을 할 때가 더러 있다. 호밀 발효가 징그럽게 안 되는 한겨울에 찐한 호밀빵이 먹고 싶다거나... 푹푹찌는 한여름에 느닷없이 버터향 풍기는 단과자빵이 먹고 싶다거나... 지난달 레몬 커드 바나나 빵을 올리고 나서 비슷한 종류를 만들어 보려고 애를 썼다. 흔하지 않은 레시피를 짜보려니 요즘 같이 나올 거 다 나온 시장에서 없는 게 있을 리 없다. 단과자 빵도 제대로 공부하자면 매우 깊어서 어디서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다. 알고 있던 것, 몰랐던 것, 그렇게 짜집기 해서 나온 이번 빵은 한 번만에 성공해서 한 달 내내 고민했던 시간에 대한 작은 보상이 되었다. 이번주 레시피 주제는 오렌지필이었으나 만들고 보니 카다멈이 되어버렸다. 갑자기 오렌지필을 쓰고 싶어서 잘 어울리는 재료를 찾다 카다멈이.. 2023.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