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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제과 재료 팁

이름도 종류도 많은 호밀 혹은 호밀가루

by 필리젬마 202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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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호밀가루를 써야 할까?

호밀빵을 만들기 위해 단단히 마음 먹은 사람들에게 부딪히는 문제다.

레시피 국적에 따라 모든 재료가 혼란을 가져오지만 그중 가장 혼란을 많이 야기시키는 재료가 호밀이다.

독일 레시피의 호밀과 미국 레시피의 호밀은 다르다.

초보자일 경우, 독일 레시피를 아무 생각없이 참고하다간 큰 코 다친다.

 

 

 

다크 라이로 만든 호밀 식빵

 

미국에서의 호밀이란 세 종류다.

우선 다크 라이(dark rye)와 라이트 라이(light rye).

이 둘은 주로 밥스레드밀(Bob's Red Mill)에서 판매하는데 우리나라엔 다크 라이만 들어왔었다.

더 이상 이 회사 다크 라이는 수입되지 않는다.

 

 

 

다크라이는 매우 입자가 굵은 상태의 호밀가루다.

진한 회갈색의 기울이 선명하게 보이고 향도 강하다.

대체로 호밀 발효종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하고 발효력도 매우 매우 좋다.

 

 

 

현재 수입이 되고 있는 미국산 다크 라이는 예전의 밥스레드밀 다크 라이 포장에서 '밥스레드밀'만 빼고 거의 똑같은 포장으로 판매되고 있다.

나는 현재 다크 라이를 해외 직구로 쓰는 중이라 국내 수입되고 있는 하틀랜드 다크 라이의 맛과 향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른다(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밥스레드밀의 라이트 라이는 호밀이라고 얘기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밝다.

단점이 있다면 글루텐이 약간 포함되어 있다는 것???

솔직히 이해는 안 되는데 100% 호밀빵 만들 때 도움이 되긴 할 것 같다.

굳이 왜 글루텐을 첨가했는지는 미국 시장의 특색이라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

 

 

 

미디엄 라이로 만든 호밀 식빵

 

미국 밀가루 회사 중 하나인 킹 아더(King Arthur Flour)에서는 미디엄 라이(medium rye)를 온라인에서 주욱 판매했었고 지금도 판매 중이다.

미국에 살 땐 호밀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사용해보지 못했고 귀국 후엔 직구가 어려워서 써보지 못했다.

 

 

 

독일에서는 흔해 빠진 호밀가루 중 하나가 미디엄 라이(독일식 표기 Roggenmehl 1150)다.

제빵할 때 가장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분 상태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재료.

7-8년 전에는 한국에서도 1150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중단된 지 오래 됐다.

 

 

 

호밀을 많이 사용하는 독일에서는 여러 단계의 제분 제품을 판매한다.

앞서 언급한 미디엄 라이보다 더 밝은 라이트 라이는 Roggenmehl 997이라 부르며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는 밝은 입자 독일 호밀은 모두 997이다.

997로 모닝빵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크러스트가 약하고 크럼이 매우 밝게 나와서 호밀빵인지 모를 정도였다.

 

 

 

다크 라이는 미국산이 이미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어서인지 한번도 독일산 다크 라이 제품을 본 적이 없었다.

독일 현지에서는 Roggenvollkornmehl 정도가 다크 라이와 엇비슷할 것 같다.

 

 

 

이외에 펌퍼니클 입자라고 해서 1800이라고 표기하는 매우 매우 매우 거친 입자의 호밀 제품도 있다.

이건 가루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쉽게 말해 호밀 찌꺼기 같은 느낌의 제분 상태다.

보통 미국에서 펌퍼니클 빵이라고 하면 아웃백 스테이크의 짙은 갈색 식전빵과 유사한 모습인 경우가 많은데...

그 빵을 펌퍼니클이라 부르기엔 너무 고급이다.

 

 

 

진짜 펌퍼니클 빵은 도저히 맨입으로는 먹기에 거북한, 그걸 빵이라고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조악한 식감이다.

가난한 베이커들이 판매용 빵을 모두 구운 후 오븐 잔열(주로 벽돌 오븐이었을 것으로 추측)에 거친 호밀 반죽을 넣어 다음날 작업 때까지 밤새 이어지는 여열에서 천천히 구웠던 빵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구우면서 자연스럽게 짙은 카라멜 색을 띄게 되는데 이게 오븐에서 구현이 안 되다 보니 카라멜 색소 혹은 흑설탕, 코코아 등을 이용해 색만 비슷하게 만든 빵이 미국의 펌퍼니클!

 

 

 

독일 뮌헨 사워도우 빵집 포장지 / 스펠트 호밀 배합으로 마일드한 신맛에 풍미도 좋았던 빵

 

 

 

사워도우 호밀빵이 이목구비 오그라들게 신맛이 돌거라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배합에 따라서는 매우 마일드한 산미가 나고 그런 호밀빵보다 타르틴 베이커리 빵이 더 시큼하다.

독일 현지에서도 이스트 없이 사워도우만 쓰는 베이커리가 아주 많지는 않다고 한다.

독일 뮌헨 베이커리에서 이스트 없이 구운 100% 사워도우 빵을 지인을 통해 먹어봤지만 마일드한 산미가 딱 적당하고 풍미도 풍성했던 기억이 있다.

호밀 포함, 사워도우 산미에 대한 포스팅 참고는 여기 ->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29

 

 

 

한편 프랑스 호밀가루는 T130이라고 표기가 된다.

뺑 오 세이글이라고 해서 프랑스 호밀빵 레시피도 있지만 엄밀하게 말해 프랑스에서 지칭하는 호밀빵 중 100% 호밀빵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호밀 스타터를 쓰지 않기 때문!!!

호밀빵에도 르뱅을 쓰는 곳이 프랑스다.

참고로 르뱅은 암묵적으로 '흰 밀가루'로 만든 스타터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호밀 발효종(스타터)을 절대 르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외국 호밀 레시피를 보면 호밀 통곡을 사용하는 경우도 왕왕 보인다.

이것도 종류가 3가지인데 호밀 통곡을 그대로 사용하느냐(whole rye), 크게 쪼개서 사용하느냐(cracked rye), 잘게 쪼개서 사용하느냐(rye chops)로 나뉜다.

아무래도 쪼개서 사용하게 되면 수분 흡수율이 높아지다 보니 제빵할 때 더 유리하다.

제빵할 때 씨앗을 물에 불려 사용하는 것처럼 호밀도 익히거나 뜨거운 물에 불려서 충전물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직구로 구입하기 쉬웠을 때 나도 사용해 봤는데 제빵에 배합하게 되면 풍미가 대단하다.

 

 

 

우리나라에 이 모든 재료들이 다 수입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제빵을 할 때 제약이 있고...

그렇다 보니 현지와는 다른 사워도우 제빵을 하게 되고...

완성된 사워도우빵에서 탐탐치 않은 향이 나기도 한다.

가령 말도 안 되게 시다거나, 시더라도 좋은 신맛이 아니거나...

호밀 발효종(스타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곰팜이 같은 쿰쿰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호밀이 건강 재료라고는 하지만 우리 식탁엔 너무 낯선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잘못 나온 호밀빵도 원래 이런 맛이라고 착각하면 먹기도 하고 ...

너무 건강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같이 곁들여 먹을 음식이 부재한 것도 안타깝다.

원래 호밀빵은 소시지나 연어, 버터와 잘 어울리는 빵이지만 건강 생각한다고 이런 걸 다 멀리하다 보니 퍽퍽한 호밀빵만 목이 메이게 씹고 있게 생겼다.

우리가 차린 잡곡밥상에 어떤 반찬이 올라와 있는지 생각해 보면 건강도 좋지만 호밀빵도 적당히 맛있게 먹을 마음의 여유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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