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만에 부풀리는 풀리쉬??? 풀리쉬에 대한 오해

사전 반죽(preferment)이라는 건 꼭 사워도우에만 적용되는 졔빵 단계는 아니다.

이스트 반죽에도 사전 반죽이라 부르는 스타터가 있다.

풀리쉬(poolish), 비가(biga), 스폰지(sponge), 보통 이 세 가지가 이스트를 쓰는 스타터라고 할 수 있다.

올드 도우(old dough)라고 해서 전날 반죽 일부를 떼어 보관했다가 당일 반죽에 포함시켜 풍미를 향상시키지 위해 쓰는 방법도 있지만 이건 스타터라고 보긴 어렵다.

풀리쉬는 사워도우 스타터와 매우 흡사하다.

물과 밀가루를 무게 대비 1:1로 섞은 후 극소량의 이스트를 넣고 최소 6-8시간 길게 12시간씩 발효시킨다.

두 배로 부푼 풀리쉬는 본반죽에 섞어서 사용하고 추가로 이스트도 배합한다.

스타터만 발효되면 본반죽 발효는 문제 없는 사워도우와 달리 풀리쉬는 본반죽에 이스트를 또 추가로 넣지 않으면 발효가 되지 않는다.

얼마 전, 풀리쉬 빵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정작 질문이 뭐였는지는 전혀 생각이 안 나고...

질문하신 분이 첨부해주신 빵책만 기억날 뿐.

풀리쉬를 1시간만에 두 배로 부풀려서 쓰는 레시피였는데 그날 장문의 답변을 드렸던 걸로 안다.

풀리쉬는 미국 업장 기준의 레시피만 보더라도 얼마나 극소량만 쓰는지 금방 알게 된다.

10kg 밀가루에 1%를 쓸 정도로 풀리쉬에 들어가는 이스트는 거의 세는 수준으로 넣는다.

발효가 완료된 풀리쉬는 이스트 냄새가 작렬하는 것이 아니라 단내가 풍기는 멋진 스타터다.

풀리쉬가 1시간만에 부풀려면 이스트를 엄청 넣었다는 소린데 두 배는 빨리 되겠지만 이스트 냄새로 도배가 된다.

풍미와는 자연히 거리가 멀어진다.

풀리쉬 빵만 하더라도 건강빵인데 이스트를 그렇게 많이 사용하게 되면 스트레이트 빵과 다를 바 없다.

이렇게 1시간만에 부푸는 이스트 사전반죽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스폰지(sponge)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스폰지는 1시간 이내로 부풀리며 풀리쉬보다는 약간 되직하다.

예전 미국에 살 때 데니쉬 브레이드 빵(Denish braided bread - 버터와 계란을 넣고 꼬아준 빵) 레시피에 스폰지가 들어갔었고 발효 시간(스폰지)은 30분-1시간 정도였다.

모든 스폰지가 그런 건 아닐 수 있지만 내 레시피 중 스폰지를 쓰는 경우는 대체로 계란과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어차피 이런 빵들은 풍미를 밀가루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계란과 버터, 충전물(데니쉬 브레이드 빵의 경우 크림치즈와 레몬 커드)에서 가져오므로 풀리쉬 같은 사전반죽이 필요하지 않다.

풀리쉬 빵도 잘 만들면 비록 사워도우만큼 풍미가 강하지 않더라도 멋진 빵을 만들 수 있다.

나 역시 미국 유학시절에 코 묻은 돈으로 처음 사먹은 풀리쉬 빵에 완전 매료된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내가 알았던 빵맛에 대한 기준을 와장창 깨버린 그런 빵이었으니 풀리쉬 빵도 절대 무시할 건 아니다.

다만 이번에 질문하신 분에게서 들었던 1시간만에 부풀리는 풀리쉬 같은, 정석에서 한참 멀어진 국적 없는 스타터로 만든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풀리쉬와는 별도로 비가(biga)에 대한 오해도 만만치 않다.

이부분은 예전에 미리 포스팅 해두었으니 링크를 참고할 것(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91).

비가 포스팅을 읽고 나면 강력분이나 중력분 등 북미산 밀가루로 비가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얼척 없는 일인가를 깨닫게 된다.

북미산 밀로는 풀리쉬가 제일 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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