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워도우
반응형
58

베이커들이 싫어(?)했던 미생물(feat. 맥주 양조) 싫어했다기 보다 좋아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 맥주에 대한 역사를 들여다 보면 베이커와 맥주 양조장과의 관계가 매우 밀접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의 맥주 발효와 빵 발효에 똑같은 이스트(Saccharomyces cerevisiae)가 사용된다는 건 우연이 아닐 테니까. 특정 미생물(가령 이스트)만 뽑아서 사용할 수 있었던 시대는 양조 역사상 그리 길었던 편은 아니다. 시판 이스트가 개발된 게 1850년, 대량 생산으로 접어든 때가 20세기였으니 중세 시대의 맥주란 그야말로 사워도우의 액체 버전이라 할 만 했다. 맥주 한 잔에 Saccharomyces cerevisiae가 아닌 온갖 다양한 미생물로 바글바글한 게 당연했다는 말씀. 그래서 단일 미생물인 현재의 이스트를 분리해내.. 2023. 12. 11.
이스트 이름이 맥주??? 시판되고 있는 이스트의 학명은 Saccharomyces cerevisiae(사카로마이시스 세리비지애). gruit 맥주 공부하면서 영미쪽 리서치 페이퍼를 읽다가 거기에 인용된 라틴어 귀절이 유난히 눈에 박혔다. "negocium (…) fermentatæ cervisiæ, quod vulgo grutt nuncupatur" 언뜻 보기에도 negocium은 negociate, fermentatae는 fermentate, cervisiae는 이스트 이름인 cerivisiae에서 i만 빠졌다. 호기심 도져서 찾아본 라틴어 cervisiae(체르비지애)는 놀랍게도 beer, 맥주라는 뜻이다. saccharomyces는 그리스어에서 왔다. σάκχαρον (saccharo) + μύκης (myces) sacch.. 2023. 11. 4.
이름도 종류도 많은 호밀 혹은 호밀가루 도대체 어떤 호밀가루를 써야 할까? 호밀빵을 만들기 위해 단단히 마음 먹은 사람들에게 부딪히는 문제다. 레시피 국적에 따라 모든 재료가 혼란을 가져오지만 그중 가장 혼란을 많이 야기시키는 재료가 호밀이다. 독일 레시피의 호밀과 미국 레시피의 호밀은 다르다. 초보자일 경우, 독일 레시피를 아무 생각없이 참고하다간 큰 코 다친다. 미국에서의 호밀이란 세 종류다. 우선 다크 라이(dark rye)와 라이트 라이(light rye). 이 둘은 주로 밥스레드밀(Bob's Red Mill)에서 판매하는데 우리나라엔 다크 라이만 들어왔었다. 더 이상 이 회사 다크 라이는 수입되지 않는다. 다크라이는 매우 입자가 굵은 상태의 호밀가루다. 진한 회갈색의 기울이 선명하게 보이고 향도 강하다. 대체로 호밀 발효종을 만들 때.. 2023. 10. 4.
베이커의 손에서도 나온다는 사워도우 미생물 사워도우 스타터 미생물은 어디서 날아온 걸까? 사워도우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한국 블로그에 언급했을 때 대부분은 공기 중에서 미생물이 날아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 역시 사워도우를 처음 접했을 때도 밀가루에서 미생물이 나온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술을 담글 때는 일부러 이스트를 넣어 발효시키기도 하지만 사워도우 스타터는 다르다. 주로 밀가루 자체에서 발현되는 미생물을 발효 주체로 삼는다. 사워도우 스타터는 밀가루에 붙어 있는 각종 다양한 미생물의 발현으로 발효가 진행된다. 심지어 사워도우 스타터에만 살고 있는 미생물도 있다. 예전엔 Lactobasillus sanfranciscensis, 요즘은 Fruitilactobasillus safranciscensis라고 부르는 유산균이 바로 .. 2023. 8. 5.
스메그 오븐에 대하여 - 스메그 올인원 터치 오븐 중심으로 컨벡션 오븐에 대해 다른 오븐은 한꺼번에 퉁친 글을 쓰면서 베닉스만 따로 다뤘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엔 베닉스 오븐이 사워도우 제빵에 최적이었고 지에라나 우녹스는 클래스에서 썼던 데 반해 베닉스는 회사에서 직접 테스트 했기 때문에 다시 사용한다는 보장도 없어서 꽤 집중력있게 테스트를 한 결과 할 말이 굉장히 많은 덕분이었다. 현재 사용 중인 스메그 올인원 터치 오븐에 대해서는 레시피만 주기적으로 실으면서 따로 포스팅 한 적은 없었다. 작년에 오븐을 들여놓고 지금까지 열선 전기 오븐과 스메그 올인원을 같이 사용 중이다. 같은 컨벡션 오븐끼리도 비교가 되지만 열선과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 1. 열선, 컨벡션 열풍의 모든 열조합 선택 가능 스메그 올인원 터치 오븐이 나오기 전에 바닥면에 돌판이 깔린 모델이 나.. 2023. 3. 16.
빵 바닥이 타원형으로 구워지는 이유(1) - 컨벡션 오븐의 열풍이란... 바게트 빵이 잘 구워졌는지 보여주는 가장 흔한 방식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빵을 가로로 반을 갈라 기공을 보여주는 것이 그것. 나는 바게트 빵을 볼 때마다 항상 빵 밑바닥이 궁금하곤 했다. 왜 빵 바닥면이 평평하지 않고 타원으로 둥그렇게 구워질까? 바게트 빵을 유심히 관찰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구워진 바닥면이 평평하지 않다. 그래서 바게트를 자른 단면 컷을 보면 주로 타원형이다. 잘 구운 사워도우빵은 바닥면이 위 사진처럼 평평하게 나온다. 하지만 사워도우빵 바닥면도 바게트처럼 둥글게 구워지는 경우 또한 흔하다. 사워도우 초창기 수업 때 어떤 분은 사워도우빵 바닥이 평평하게 나와 못생겨서 싫다는 분도 있었다. 바게트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 아닐까 짐작도 해본다만 요즘은 이렇게 말하는 분들 거의 못 봤.. 2023. 1. 8.
스메그 올인원 터치 오븐 - 사워도우 쇼콜라 번 스메그와 협업하여 진행했던 올인원 터치 오븐 마지막 레시피. 파네토네의 리에비토 마드레(lievito madre) 테스트 하던 중 이 레시피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아 만들어봤다. 또 시즌이 시즌이니 만큼, 연휴에 특별하게 만들어 보는 레시피로도 좋을 듯. 리에비토 마드레, 스위트 르뱅이 유행하기 시작한 최근 몇 년 전까진 사전반죽에 설탕이나 버터, 달걀을 넣는 것에 신기해 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10년 전, 내가 만든 단과자 빵은 최소 두 번의 먹이주기를 거친 사전반죽에 특히 버터 절반을 미리 넣어 발효시키곤 했다. 이를 두고 갓 업장을 차린 지인이 사전반죽과 버터 조합을 이단아의 시도로 여기기도 했는데... 요즘은 워낙 스위트 르뱅과 리에비토 마드레 혹은 파스타 마드레가 많이 알려지다 보니 특이한 레.. 2022. 12. 26.
콘 플라워 미쉬 브레드 - 사워도우 미쉬 브레드(miche bread)는 동그랗고 약간은 납작한 빵을 일컫는다. 통밀, 호밀 같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빵 볼륨이 낮고 속 크럼색이 어두운 게 특징. 수업 때 보면 수요가 많지 않은 빵이다. 대부분 흰 사워도우빵에 입맛이 몰빵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빵 종류지만 수업할 기회가 많지는 않다. 옥수수 가루로 미쉬 브레드를 만든다는 건 이전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최근에 올린 콘 플라워 사워도우(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103)처럼 강력분 베이스에 옥수수 가루를 섞어 쓰는 정도였는데... 물론 이 레시피엔 통밀도 호밀도 들어간다. 아무래도 미쉬 브레드엔 통밀과 호밀이 적절히 배합되는 것이 전형적인 그 외양에 부합한다. 아쉬운 건.. 2022. 3. 7.
이름도 많은 옥수수 가루 종류 옥수수도 호밀만큼이나 가공 상태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양해서 외국 레시피에 콘 어쩌구 어쩌구 올라오면 무슨 재료냐고 묻는 경우들 꽤 많다. 우선 콘 플라워(corn flour)는 옥수수 입자를 최대한 곱게 간 가루다. 소량 넣고 이스트 빵을 만들거나 제과에 적합하다. 이걸로 스프도 끓일 수 있는데 꽤 잘 나온다. 다음으로 콘밀(corn meal)... corn flour보다 입자가 크고 거칠다. 호밀 입자 중 하나인 다크라이(dark rye)도 whole rye meal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체로 meal이라고 일컬을 경우, 거친 입자의 가루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추수감사절 음식 중 콘밀 브레드가 있는데 이스트를 넣은 브레드가 아닌 베이킹 파우더를 넣은 퀵 브레드라서 거의 파운드 케익에 .. 2022.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