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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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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분에 대하여 (5) – 터키산 유기농 강력분 벰탯 강력분의 질을 고려하는 여러 요소 중 제빵성과 풍미, 둘 중 하나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풍미를 고르겠다. 미국의 제빵사인 라인하트의 책을 읽다 보면 풍미 지상주의자인 그의 철학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풍미, 풍미, 그리고 풍미. 밀가루와 소금 외에 다른 옵션이 많지 않은 사워도우라면 제빵성도 제빵성이지만 맛있는 밀을 찾는 데 더 집중될 수밖에 없다. 터키 벰탯으로 만든 사워도우를 처음 구웠던 날, 누룽지 냄새에 많이 놀랐다. 이젠 너무 익숙해진 내 빵에 무슨 맛이 나는지 모르는 날이 더 많아진 요즘, 세상 이런 풍미도 있구나 싶은 그런 향과 맛이다. 바스락 부서지는 얇은 크러스트와 단맛과 구수한 맛이 한번에 몰려드는 두툼한 풍미, 담백한 크럼 구석구석까지 퍼진 기공 덕분에 식감도 가볍다. 진한.. 2020. 3. 24.
강력분에 대하여(3) - 유기농 강력분 키알라(호주산) 호주산 강력분 키알라를 썼을 때 맥선 강력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유기농은 정녕 생산 과정만 관심사일 뿐, 맛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쓴다는 뜻인지 아리송하기도 하고… 혓바닥이 둔해서 어느 지점이 맛있는 포인트인지 딱 부러지게 말하기도 어려웠고… 수업을 오픈했으니 유기농을 쓰긴 써야겠고 생각만큼 맛은 안 나고 고민이 많았다. 솔직히 2011-2014년까지 주구장창 써왔던 곰표 강력분이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여담으로 수업 때 만난 30대 청년 베이커가 시중 3대 브랜드 중 곰표가 젤 맛있다고 하는 바람에 박장대소하며 감동받은(진짜로!!!) 기억이 난다. 나의 초짜 시절을 함께 한 재료에 대해 누군가 동조해주는 데서 오는 안도감 같은…??? 내 책, ‘논픽션 사워도우’에 실린 레시피 중 호주산이라고 적힌 강력.. 2020. 3. 18.
강력분에 대하여 (2) - 유기농 강력분 맥선 클래스에서 간혹 농담조로 하는 얘기가 있다. 수업 때 유기농 강력분을 쓰는 이유가 생색내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사워도우 제빵에 처음 발을 들였을 시절, 유기농은 꿈도 못 꿀 재료였다. 일단 가격이 만만치 않고 아직 실력도 없는데 무슨 배짱으로 성공을 장담하고 빵을 만들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다. 사워도우빵 만들어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 빵은 어중간한 결과물이란 게 없다. 도 아니면 모, 먹을 수 없는 실패작이거나(첨엔 아까워서 먹다가 나중엔 버린다)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성공작이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초보 시절엔 시중 강력분으로라도 안정적인 빵이 나올 수 있도록 연습하는 데 집중했다. 처음으로 접했던 유기농 강력분은 맥선에서 나온 10킬로짜리 제품. 가정용으로 20킬로 포대를 준비한다는.. 2020. 3. 17.
강력분에 대하여 (1) - 만만~한 시중 브랜드 강력분 사워도우는 재료를 많이 탄다. 발효종, 스타터, 사전반죽, 그 무엇이건 간에 밀가루 100%가 아니라 수분이 섞인 일종의 반죽(dough)이라는 점이 반죽(kneading)을 예민하게 만드는 1차적인 이유가 된다. (한국어는 dough와 kneading을 가리키는 말이 왜 다 ‘반죽’일까… ) 클래스에 오시는 분들이 재료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고 나도 나름 성실하게 답변해드리고 있지만 한 번쯤 간단하게 정리를 해두는 것도 좋겠다 싶어 알음알음 적어나가보려 한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베이스가 되는 강력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백설, 곰표, 큐원 강력분은 제분 상태가 매우 고와서 수분량을 생각보다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정수 개념으로 물을 추가하면 주는대로 계속 흡수하는 것도 이들 제품이.. 2020.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