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강력분 키알라를 썼을 때 맥선 강력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유기농은 정녕 생산 과정만 관심사일 뿐, 맛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쓴다는 뜻인지 아리송하기도 하고…
혓바닥이 둔해서 어느 지점이 맛있는 포인트인지 딱 부러지게 말하기도 어려웠고…
수업을 오픈했으니 유기농을 쓰긴 써야겠고 생각만큼 맛은 안 나고 고민이 많았다.
솔직히 2011-2014년까지 주구장창 써왔던 곰표 강력분이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여담으로 수업 때 만난 30대 청년 베이커가 시중 3대 브랜드 중 곰표가 젤 맛있다고 하는 바람에 박장대소하며 감동받은(진짜로!!!) 기억이 난다.
나의 초짜 시절을 함께 한 재료에 대해 누군가 동조해주는 데서 오는 안도감 같은…???
내 책, ‘논픽션 사워도우’에 실린 레시피 중 호주산이라고 적힌 강력분은 키알라였다고 보면 된다.
책을 낸 지도 5년이 다 되어가고 지금보다는 경험이 더 부족한 때였기에 지금 키알라를 쓴다면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맘에 안 들던 라우키도 1년 가까이 써본 후 나름 호주산 밀가루에 대해 내린 결론이란 것이 있다 보니 키알라 강력분을 덜컥 다시 살 것 같진 않다.
‘논픽션 사워도우’에 나온 맨빵 레시피는 터키산 벰탯으로 바꿔 재촬영했지만 충전물이 든 빵까지 재촬영을 시도할 순 없었다.
펀딩 스케줄이 코앞이었기에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어서 단면샷 중 가장 표시가 많이 나는 맨빵만 싹 걸러내고 충전물 샷은 그대로 두었다.
이 말은… 키알라도 맥선처럼 맨빵 사워도우로 가면 그다지 매력이 없단 뜻이다.
유기농 키알라도 맥선처럼 이스트빵에 더 잘 어울리는 재료인 것 같다.
내 책에 실린 빵 중 씨앗, 바우에른, 커피&호두, 헤이즐넛&커런츠 등 충전물이 잔뜩 들어갔거나 호밀 같은 무거운 반죽에만 키알라를 썼다.
어차피 기공도 작고 강력분 맛으로 먹는 빵도 아니다.
풍미를 강력분 이외의 다른 곳에서 가져올 목적으로 짠 레시피였고 이럴 경우 키알라는 크게 나쁘지 않다.
키알라 강력분의 맛이나 향에 대해 임팩트 있었던 기억은 딱히 없다.
이것도 물론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유기농이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입에) 맛있어야 사용한다는 사적인 기준 때문에 키알라는 잘 쓰지 않는 재료가 되었다.
빵을 만들어 보면 제일 어려운 게 맨빵이다.
충전물 넣은 빵은 초보일 때 발효를 제대로 못봐서 어렵지 숙달되고 나면 대부분 맨빵으로 회귀한다.
일단 충전물이란 게 귀찮기도 하거니와 제일 간단하면서도 제일 맛있고 그렇게 만들려면 재료탓+실력탓이 99%인 맨빵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레시피라는 걸 깨닫는다.
맛있는 백밀가루를 찾는 건 그야말로 지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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