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라우키 강력분으로만 빵을 만든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발효종은 터키 벰탯, 본반죽은 라우키 강력분, 이런 식으로 주로 섞어 썼던 걸로 기억하고 그것도 한 1년 간신히 쓰다가 관두었다.
이제 더 이상 라우키는 수입이 되지 않고 짤막한 기사 한 줄에 의하면 유기농 수입품에 대한 우리나라 기준이 바뀌면서 호주산 제품 일부가 기준에 적합치 않게 나왔다고 한다.
그 중 밀가루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엄청 희미한 이 기억이란…) 어쨌든 기사만으로도 라우키 강력분을 쉽게 떠올렸고 사실이라고 들었다.
기준은 잡기 나름이니까 라우키가 하루 아침에 불량식품이 된 건 아닐 거라 믿고...
라우키의 수입 중단으로 지금은 없는 ‘터키 벰탯 vs 호주 라우키’ 난상토론이 가끔은 그립다.
유기농 강력분 가운데 눈에 잘 띄는 두 제품은 가격면에서 차이가 제일 두드러졌다.
착한 터키 벰탯 vs 사악한 호주 라우키, 이 정도로 정의하면 깔끔할 듯.
수분량에 관해서라면 둘 차이를 극명하게 느끼진 못했다.
계절이나 당일 온도 때문에 매 클래스마다 수분의 가감이 있었으니 딱 부러지게 말하긴 어렵지만 벰탯 기준 수분량을 라우키 강력분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했고 큰 무리는 없었다.
벰탯은 따로 정리를 하도록 하고….
과거가 되어버린 라우키 강력분은 글루텐 때문에 이스트빵 작업자들에게 지지를 받았는데 풀리쉬나 비가 등 이스트 사전반죽을 이용한 빵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분으로 제빵성을 향상시킨 시중 강력분에 비해 유기농밀은 글루텐이 약할 수밖에 없다 보니 짱짱하게 버티는 라우키 강력분이 이스트빵에서 꽤나 예쁨을 받은 건 당연하다.
지인의 집요한 협박(?)에 못이겨 벰탯에 대한 몹쓸 충성도를 잠시 접어두고 라우키 강력분을 사워도우에 근 1년간 이용했지만…
빵을 먹을 때마다 20킬로 6만5천원의 위력을 어느 지점에서 느껴야 하는지 늘 고민스러웠다(참고로 벰탯 강력분 20킬로는 3만3천원 ~ 3만5천원 사이).
라우키 강력분과 벰탯 강력분에 대한 선호도를 통계적으로 정확하게 진단한 적은 없지만 수업 때 얘길 들어보면 대략 1:9 정도로 벰탯이 우세한 편.
터키 벰탯에 대해 비린내 같은 맛(무슨 뜻인지 알 거 같다)이 난다는 평도 들었고 단백질이 높은 라우키의 그 맛이 좋다는 말도 들었다.
입맛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라 정답은 없지만 내게 라우키 사워도우는 뭔가 텁텁한 맛... 설명하기 어렵다.
대체적으로(전부는 아니다) 라우키 강력분은 사워도우쪽 작업자들에겐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사워도우는 밀가루 이외에 버터, 설탕, 충전물 등으로부터 풍미를 끌어오는 이스트빵과 다르기 때문에 사워도우 작업자는 유기농이란 단어로 대표되는 ‘좋은’ 밀은 당연하고 ‘맛있는’ 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최근 열풍이었던 프랑스 비롱밀도 다름 아닌 ‘맛있는’ 밀에 대한 열망이 아니었다면 글루텐 약해빠진 프랑스밀의 기능성을 굳이 볼륨 높은 흰 사워도우에 적용할 이유가 없었다.
사워도우 작업자인 지인은 딱 잘라 말하길...
“호주산 밀은 맛이 없어!”
"......"
안타깝게도 키알라 강력분보다 라우키가 낫긴 했지만 밀 자체의 풍미는 내게 그저 그랬다.
결론은 라우키도 키알라처럼 이스트빵에는 참 좋은 재료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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