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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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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벡션 바람의 위력 논픽션 사워도우 vol.1에 실었던 포카치아 레시피를 더 이상 쓰지 않는 편이다. 그땐 강력분으로만 만들었는데 자꾸 먹다 보니 질긴 식감이 싫어진다. 닭살처럼 찢어지는 빵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호밀빵이나 통밀빵이 주는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나로선 강력분 포카치아는 수정이 필요한 레시피였다. 그래서 이번에 출판된 논픽션 사워도우 vol.2에서는 스펠트나 프랑스 비롱 백밀 T55를 섞은 포카치아를 실었다. 바삭한 식감에 식어도 크러스트가 강력분 100% 썼을 때보다 더 부드럽고 질기지 않다. 이번에도 새삼 느꼈지만 사워도우 포카치아는 굽는 온도가 낮아서 굳이 뚜껑(스팀)을 덮을 필요가 없으나 컨벡션 오븐은 오히려 덮고 굽는 게 나을 것 같다. 현재 쓰고 있는 오븐은 리빙코리아 67리터. 컨벡션 .. 2021. 1. 3.
망한 빵 기공 개인적으로 빵 레시피를 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블렌딩이다. 블렌딩도 내맘대로 섞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그 기준을 글루텐에서 찾는다. 통밀, 호밀, 앉은뱅이밀, 금강밀, 검은밀, 그 무엇을 쓰건 간에 베이스로 가져갈 주재료의 글루텐 수준에 따라 결과물은 대체로 예상 가능하다. 기공 큰 빵 먹고 싶은데 통밀 발효종이나 호밀 발효종 쓰면 곤란한 것처럼, 미쉬 브레드에 강력분을 많이 넣으면 안 되는 것처럼, 빵 단면을 원하는대로 조절하고 싶다면 글루텐을 살려주기 위한 블렌딩, 글루텐 기를 꺾기 위한 블렌딩에 신경써야 한다. 포스팅했던 앉은뱅이밀 사워도우 재료 중 금강밀 백밀이 바닥나서 후다닥 레시피를 짜긴 했는데... - 앉은뱅이밀 사전반죽(금강 통밀 발효종 10그램 + 앉은뱅이밀 45그램) - 본.. 2020. 11. 22.
앉은뱅이밀 글루텐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질적으로 그리 우수한 건 아니다. 전분기가 많이 느껴지고 밀을 한움큼 쥐었다 폈을 때의 느낌이 딱 박력분이다. 그래서 앉은뱅이밀은 굳이 우리밀을 고수하지 않는 작업자들 사이에서도 괜찮은 박력분 대용으로 인기가 좋은 좋다. 보통 해마다 앉은뱅이밀 통밀과 백밀은 수확 후 마켓에 나오자마자 품절되기 일쑤였는데 올해는 아직 판매 중이다. 앉은뱅이밀은 백밀과 통밀로 제분해서 판매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앉은뱅이 백밀만 사용하는 편이다. 이스트빵에 쓰는 작업자도 있나 잘 모르겠지만 사워도우에 앉은뱅이밀은 괜찮은 재료다. 나는 100% 앉은뱅이밀만 쓰겠다는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주로 여러 우리밀을 섞어 미쉬브레드처럼 먹는 편이다. 얼마전 레시피를 올리기도 했지만 앉은뱅이밀은 .. 2020. 10. 29.
전쟁 말고 커피 - The Monk of Mokha 어떻게 보면 이책도 음식+역사 구조인데 예멘 커피의 개인적 현대사(?)라고나 할까. 한 청년의 성공 스토리라고 하면 매우 진부하지만 그 안에 담긴 커피의 역사, 그 역사를 현재로 끄집어 내려는 20대 청년, 예멘이라는 중동의 가난한 국가, 예멘계 미국인, ISIS, 전쟁, 등등 논픽션으로서 흥미진진한 배경을 깔고 있는 만큼 스케일이 크다. 예멘계 미국인 목타르 알칸샬리가 커피 산업에 뛰어든 건 나름 인생 막장까지 와서였다. 대학 진학 문턱에서 일이 어그러지기 전만 하더라도 시민사회 활동가로서 살았던 만큼, 커피로 접근하는 과정도 다분히 사업적이라기 보다 NGO 캐치 프레이즈에 더 가까웠다. '선수'가 되고 싶은 건지 '심판'을 원하는 건지 한 마디 던진 멘토의 말에 목타르는 당장 지인에게 돈을 빌려 큐그.. 2020. 10. 29.
앉은뱅이밀 사워도우 우선 밝히자면 100% 앉은뱅이밀만 사용한 건 아니다. 비중으로 봐서 가장 많다는 것일 뿐이다. 사워도우를 구워내던 초보자 시절에 제일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통밀이나 호밀을 별로 넣지도 않았으면서 통밀빵, 호밀빵이라고 부르는 게 사기같이 느껴졌었다. 제빵을 계속 해보니 다 이유가 있다. 내 기준으론 소비자 입맛이 가장 큰 고려 사항인 듯 싶다. 제대로 된 통밀빵, 호밀빵을 만들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먹지 않는다. 사워도우 덕후라는 분들도 수업에 와선 흰 사워도우빵 위주로만 골라 먹고 간다. 그러니 대중은 오죽하겠나. 호밀 17%만 들어가면 굳이 예민한 입맛이 아니더라도 손이 가지 않으니 시중에서 10% 언저리로만 통곡물을 배합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두번째 고려 사항은 제빵성이라고 생각한.. 2020. 10. 20.
오토리즈는 얼마나 길어야 할까? 수업 때 나온 얘기들 중 금과옥조같은 내용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적당한 오토리즈 시간이다. 오토리즈를 길게 두니 빵이 잘 나온다는 글을 블로그에서 읽었다는 분이 계셔서 여러가지 얘기가 오갔던 기억이 난다. 오토리즈 시간이 길어지면 정말 빵이 잘 나올까? 이 주제는 벤치타임 포스팅(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30), 얼마 전 올린 반죽 관련 포스팅(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27)과도 서로 연관이 있다. 우선 오토리즈가 길어야 하는 상황은 이런 경우다. 1. 수분량이 많은 반죽 2. 필요한 늘여접기 이외 기계반죽이나 기계반죽에 준하는 손반죽이 거의 없는 경우 3. 수분 흡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료 배합(soaker혹은 p.. 2020. 9. 5.
프랑스밀이 맛이 없다고?!?!? 수업 때문에 친해진 분에게 프랑스밀을 강력 추천한 후 전화로 안부 묻다 들은 얘기다. “프랑스밀 사서 써봤는데 너무 맛이 없었어요.” 그때 제대로 알려드렸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얘길 미처 못한 건지 아니면 프랑스밀은 다 같겠지 싶으셨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결과가 나쁘대서 내 기분도 끌끌… 르뱅이 프랑스어라서 사워도우는 프랑스밀로 만드는 게 정석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르뱅(프랑스), 자우어타이크(독일), 모두 영어로 사워도우에 해당되는 이 미생물 배양 물질(?)은 미국에서 재해석된 감이 없지 않다고 난 느낀다. 왜냐… 밀가루가 다르기 때문, 더 정확하게는 강력분 질이 다르기 때문.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프랑스밀로는 딱 바게트 높이까지가 끝이다.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면 빵 크럼이 찢어진다. 유럽 대륙.. 2020. 8. 29.
금강밀 샌드위치 브레드 치아 교정하는 아이가 있어서 질긴 강력분 대신(유기농 강력분도 강력분이니까) 금강밀로 바꿔준지 꽤 되었다. 부드러워서 씹기 편하고 치아가 거의 자리를 잡아서 씹는 데 불편함이 없는데도 계속 금강밀을 찾는다. 금강밀로 사워도우를 만들면 무조건 부드럽다는 뜻은 아니다. 흰 사워도우빵처럼 기공 크게 만들려고 작정하면 강력분보다 더 딱딱한 게 금강밀이다. 나의 우리밀 레시피는 거의 고정되어 있다시피 한데 주로 부드러운 샌드위치 빵 계열로 만든다. 샌드위치 빵이라는 것도 내가 일부러 쓴 표현이라서 헷갈릴 수 있지만 요지만 말하면 속 만들어 위아래 붙여 베어 물어도 입천장 안 까지는 식감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우리밀 수업 때도 내 방식의 금강밀 사워도우를 대접하면 부드럽다고 반응이 좋다. 구멍 뻥뻥 뚫린 사.. 2020. 8. 29.
누구를 위한 벤치 타임? BREAD 책을 보면 재밌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Pain au Levain 과 Rye Sourdough 섹션의 빵 레시피를 보면 약속이나 한 듯이 벤치 타임이 없다. 반면, TARTINE 책에 보면 꼭 벤치 타임을 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누구 말이 옳은가? 수업 때도 벤치 타임에 대한 질문이 자주 들어온다. 긴가민가 모르겠는데 반죽 상태를 보아하니 오래 두면 안 되겠다 싶어 동물적 감각으로 잽싸게 2차발효 하는 분들도 계시고… 제빵 과정에 생략은 없다며 꼬박꼬박 지키는 분들도 계시고… 벤치 타임 지켜서 빵 잘 나오면 그 빵엔 그 방법이 괜찮다는 얘기일 듯하다. 만약 벤치 타임 후 성형이 어려울 정도라거나 2차발효 때 너무 늘어지는 감이 있다면 벤치를 괜히 하고 있는 경우일 수도 있다. 왜 BREAD는.. 2020.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