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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사워도우 제빵팁

컨벡션 바람의 위력

by 필리젬마 2021.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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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사워도우 vol.1에 실었던 포카치아 레시피를 더 이상 쓰지 않는 편이다.

그땐 강력분으로만 만들었는데 자꾸 먹다 보니 질긴 식감이 싫어진다.

닭살처럼 찢어지는 빵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호밀빵이나 통밀빵이 주는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나로선 강력분 포카치아는 수정이 필요한 레시피였다.

 

 

그래서 이번에 출판된 논픽션 사워도우 vol.2에서는 스펠트나 프랑스 비롱 백밀 T55를 섞은 포카치아를 실었다.

바삭한 식감에 식어도 크러스트가 강력분 100% 썼을 때보다 더 부드럽고 질기지 않다.

 

 

이번에도 새삼 느꼈지만 사워도우 포카치아는 굽는 온도가 낮아서 굳이 뚜껑(스팀)을 덮을 필요가 없으나 컨벡션 오븐은 오히려 덮고 굽는 게 나을 것 같다.

 

 

현재 쓰고 있는 오븐은 리빙코리아 67리터.

컨벡션 기능은 선택 가능하고 아래 윗불 다 따로 조절할 수 있는 쌈지막한, 그러나 가성비 좋은 국산 오븐.

말이 컨벡션이지 스메그나 우녹스에 비하면 웃기는 열풍이긴 한데 빵 구워보면 그 바람도 무시할 건 못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윗쪽에 큰 기공이 몰려 있고 몰려 있다 못해 기공이 거의 다 합쳐져서 터널이 되기 일보 직전.

보통 터널이 생기면 과발효라고 보는데 이 빵은 과발효가 아니라 컨벡션 열풍 때문에 생긴 일종의 사고다.

 

 

보통 리빙코리아로 사워도우 포카치아를 굽는 순서는 이렇다.

 

1. 예열할 때 컨벡션 기능을 켠다.

2. 포카치아 반죽이 든 팬 위에 베이킹 팬 하나를 덧댄다. 

3. 2번을 예열 끝난 오븐에 넣고 오븐스프링이 생길 때까지 8분간 굽는다.

4. 오븐스프링이 끝나면 덮었던 팬을 제거하고 컨벡션 기능을 끈다.

5. 색깔이 약간 날 때까지 마무리 굽기 한다.

 

 

만약 4번대로 하지 않고 컨벡션 기능을 켜두면 사진에 나온 빵처럼 된다.

열풍이 빵을 위로 잡아당기면서 부풀려서 그렇다.

 

 

 

사워도우 굽고 질라보면 유독 기공이 위쪽에 몰리면서 구워진 경우가 있는데 대체로 컨벡션 오븐에서 구운 모양새가 그렇다.

특히 굽는 도구가 베이킹 스톤이나 무쇠가 아니라 일반 스텐팬이나 스메그 본사에서 그렇게 좋아하는 동판에 구우면 더더욱 기공이 위로 몰린다.

스텐이나 동판은 아랫불 구실을 할만한 도구들이 아니다.

그래서 반죽 밑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고 열풍 덕에 위쪽 온도가 높아서 반죽이 위로 끌려 올라가며 오븐스프링이 생긴다.

 

 

 

리빙코리아의 열풍은 힘이 약하지만 포카치아가 수분량이 높아 닐렁닐렁하기 때문에 그 약한 바람으로 빵 윗면을 망가뜨렸다.

보통 팬 제거한 이후 열풍을 끄는데 이번엔 그만 잊어버렸다.

어쩐지 후반부 구울 때 반죽이 봉긋하게 위로 솟길래 갑자기 쟤가 왜 저러나 했는데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게 솟아오른 빵 윗부분의 기공은 글루텐 찢어진 구멍만 즐비하다.

이건 애교 수준이다.

 

 

 

지에라 데리고 살 때 컨벡션 바람에 파도치는 포카치아를 보고 경악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뭘 보고 있는 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반죽 표면이 열풍에 너울을 탄다.

물론 다 굽고 난 후 잘라보면 빵 절반이 찢어진 구멍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파도치는 포카치아 사건 이후, 지에라로 구울 땐 오븐스프링 생길 때까지 베이킹 팬을 위에 덧대고 구웠다.

오븐스프링 후엔 덮었던 팬을 제거하고 포카치아를 오븐 윗칸으로 옮겨 위에 달린 브로일러 열이 잘 닿도록 해주면서 열풍을 끄고 구웠다.

열풍 끄면 온도가 쭈욱 쭉 빠지는 컨벡션 특성상 최대한 열에 가까이 가려면 윗불인 브로일러를 이용하는 것이 나름의 해법이었다.

물론 중간 중간 온도 내려가면 열풍을 다시 켜서 온도를 올려주곤 했다.

그런 식으로 굽다 보면 크러스트가 익으면서 파도를 칠래야 칠 수가 없게 되어버린다.

 

 

 

문제는 히멀건 바닥... 포카치아를 뒤집고 열풍을 켠 후 마무리 굽기를 시도하지만 사각형이라서 가운데는 잘 구워지지 않았다.

뭔 포카치아 하나 굽는 데 이 정성을 바치나 싶어 그후론 지에라를 쓰긴 쓰되 가스 오븐으로 포카치아를 구운 후 마지막 색 마무리 5분 정도만 지에라에서 구웠다.

 

 

 

이번 논픽션 사워도우 vol.2에 포카치아가 두 개나 실려 있는데 요즘 컨벡션 오븐 쓰시는 분들 꽤 많으니 열풍에 유의하고 구워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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