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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사워도우 제빵팁

이스끼야 vs 까말돌리, 파네토네의 재료는 뭘까? (1)

by 필리젬마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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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팅 후편은 여기를 참고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62

 

 

 

작년 연말에 동생이 나눠먹자 해서 며칠이 행복했던 단과자 빵 파네토네.

파네토네를 제대로 먹어본 건 이번이 처음 아닐까 한다.

 

 

 

미국에 살 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코스트코에서 이탈리아 전통빵이라며 파네토네를 팔곤 했다.

그때마다 먹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 당시 제빵에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겉봉에 그려진 파네토네는 그냥 대형 파운드 케익.

 

 

 

파네토네를 원래 사과 발효종으로 만든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길 들은 기억이 있는데 내가 여기저기 뒤져서 알아낸 정보는 좀 다르다.

거의 10년 전, 가장 유치한 방법으로 이탈리아에 있는 지인을 시켜 이탈리아어로 사과발효종과 파네토네를 검색해서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지인은 연관성은 고사하고 과일로 발효종이 된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반응들이 많다고 전해 들었다.

 

 

 

그 즈음 나는 이탈리아 스타터에 대한 자료를 모으면서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탈리아식 이름으로 알려진 유명한 사워도우 스타터는 두 가지 정도다.

이스끼아 vs 까말돌리.

이스끼아는 나폴리 근처 섬 이름(Ischia)이며 까말돌리(Camaldoli)는 토스카니의 한 지역 이름을 땄다.

이스끼아는 산미가 있으며 핏자에 자주 쓰인 반면 단과자빵엔 sweet starter인 까말돌리를 쓴다고 한다.

까말돌리의 약한 산미에 대해 설탕이나 꿀을 넣고 발효했기 때문이라는 구절은 아직까진 읽어보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SFBI 출신의 Susan이 한 말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물론 수잔은 까말돌리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

수잔은 이탈리아의 스윗 사워도우(sweet sourdough)에 대해 하루 4시간 간격으로 먹이주기를 해서 키운 발효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발효가 덜 됐는데도 4시간마다 먹이를 주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먹여봤자 발효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발효 완료까지 시간만 끌 뿐이다.

 

 

 

첫 먹이주기를 제대로 해서 왕성하게 부풀린 다음, 4시간만에 부풀 수 있도록 이후 먹이주기 배합을 잘 짠다는 의미일텐데 문제는 그 시간 안에 부풀려면 온도가 낮으면 곤란하다.

따뜻한 기온에서 덜 시게, 잦은 먹이주기로 달콤한 향을 끄집어내는 것이 관건.

이탈리아가 속한 지중해 환경답다.

 

 

 

호밀의 3단계 발효법을 알고 있는 분이라면 원리가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듯하다.

첫단계는 먹이주기 비율을 높여 리프레쉬에 초점을, 두번째는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발효하여 아세트산에 집중, 마지막에는 먹이주기 비율을 낮게 하여 빠른 시간 내에 젖산균 발효에 집중, 마일드한 산미를 끄집어내는 것이 호밀의 3단계법 핵심.

까말돌리는 아마 초반 먹이주기 비율을 높여 리프레쉬를 제대로 한 후부터 짧은 간격으로 먹이주기를 자주 함으로써 산미가 깊어지는 걸 막는 데 초점을 두지 않았나 하는 것이 나의 생각.

 

 

 

최근 찾아본 유튜브 영상에 재밌는 게 하나 올라왔다.

www.youtube.com/watch?v=AF0HQ1oFK1o

킹 아더 밀가루 회사에서 일했다는데 주욱 작업 내용 들어보니 이렇다.

이스끼아는 기본적인 사워도우 맛이라고 한다.

하지만 chewy한 정도도 다르고 이런 기공 모양도 처음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너무도 당연하다.

밀가루가 다른데...

 

 

 

까말돌리는 creamy, buttery, smooth... 이런 표현들에 덧붙여 yeasty한 맛(이스트 들어간 빵맛 정도의 번역)이라고 평가한다.

기존에 알고 있는 사워도우의 맛과 달리 산미가 거의 안 느껴진다는 것.

까말돌리가 더 늘어지고 완성빵 크럼도 더 작다고 한다.

이스끼아와도 밀가루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은 대목이긴 하다.

 

 

 

기본적으로 이탈리아 밀가루는 볼륨 큰 빵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핏자나 치아바타, 포카치아처럼 납작한 빵이 주류를 이루고 비가(biga)와 같은 사전반죽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내가 봐도 위 영상의 이스끼아 빵 단면은 약간 불안불안한 요소가 있어 보였는데 본반죽엔 현지 미국 밀가루를 썼으니 꽤나 보정이 됐기에 저 정도 볼륨이라도 나왔을 거다.

 

 

 

첫번째 책 집필할 무렵엔 아마존에서 이스끼아 스타터만 팔았는데 지금 보니 까말돌리도 판매 중이다.

해외 배송은 안 되는 것 같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분들은 한 번 시도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까말돌리를 판다 한들 먹이주기 잘못 하면 금방 시어질테고 이스끼아도 우리집에서 먹이주기하면 서울 사워도우가 되는 판에 까말돌리 구하기 어렵다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스타터는 생물이기 때문에 환경이 바뀌면 미생물 군집에 변화가 생기고 쓰는 밀가루에도 차이가 있어서 질적으로 달라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특정 스타터를 계속 쓰고 싶다면 과일 발효종처럼 빵 몇 번 만들고 완전히 털어버린 후 새로 사는 게 맞다.

 

 

포장도 정말 근사하다 / 크기는 울 남편 머리 사이즈

 

 

이렇게 장황하게 얘길 꺼낸 이유로 다시 돌아가자면 파네토네의 재료는 과연 뭘까라는 의문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동생 덕에 얻어 먹으면서 빵 단면을 보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켓컬리에 들어가서 파네토네를 찾아보니 국내 베이커리 제품도 판매하는데 미안하지만 국산 파네토네는 파네토네가 아니라 건포도 넣은 퍽퍽한 이스트빵에 불과하더라.

그런 내용의 네이버 후기도 찾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보니판티 파네토네와 단면이 너무도 비교되었는데 시판 이스트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단면 기공이었다.

 

 

 

그때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 이스끼아와 까말돌리 스타터였고 어쩌면 파네토네는 사워도우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잘 만든 빵의 전형이 아마 보니판티 파네토네 아닐까 하는 결론에 이르러...

벌써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지난 1월에 너무도 먹고 싶어 또 주문해 봤다.

먹고도 싶었지만 확인할 것이 좀 많았다.

(참고로 시즌 지나서 지금은 팔지 않는다)

 

 

 

마켓컬리에서는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파네토네라고 설명해 두었는데...

나는 '천연발효종'이라는 표현 자체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

아주 아주 간혹 사워도우와 동등한 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과일 발효액으로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막걸리 발효종을 천연 발효종이라고 가르치던 곳도 있었으니까.

 

 

 

그런 장황한 스토리를 깔고 다시 구입해서 먹어보게 된 보니판티 파네토네 얘긴 2편에서...

 

 


ps 

이 포스팅 후편은 맨 앞에 링크로 걸어뒀으나 한 번 더 걸어본다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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