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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사워도우 제빵팁

사워도우 스타터 만들기, 짧으면 이틀 길면 몇 달

by 필리젬마 2021.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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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 스타터(발효종) 만드는 법은 여기저기 자료가 워낙 많고 방법별로 장단점이 다 있어서 어떤 방식이 우위라고 말하긴 어렵다.

제일 중요한 건 밀가루를 뭘 쓰느냐 보다 관찰을 얼마나 잘 하느냐다.

그 관찰 여부에 따라 스타터가 일찍 완성될 수도 있고 몇 달이 걸려도 완성을 못 보기도 한다.

 

 

BREAD은 수분량 125% 스타터를 쓰며 호밀과 백밀을 반반씩 섞어 첫 먹이주기한 후, 두번째 먹이주기부터 백밀만 사용한다.

TARTINE은 수분량 100% 스타터를 쓰며 통밀과 백밀을 반반씩 섞어 먹이를 바꾸지 않은 채로 계속 먹이주기한다. 

 

 

두 가지 방법상 차이가 있다면 호밀과 통밀의 역할일 것이다.

BREAD 책은 백밀가루에 부족한 미네랄을 호밀로 보충해주는 쪽에 방점을 둔 것 같다.

어느 논문에선가 효모는 기울(bran)에 많이 붙어 있다고 적혀 있던데 이에 비춰보면 기울이 많이 깎여 나간 백밀가루에 호밀을 섞음으로써 효모도 보충해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효모 얘기가 완전 낭설 같지 않은 게.. 예전 포스팅에 올렸던 앉은뱅이밀 발효종도 같은 방식을 따랐다.

즉, 앉은뱅이밀에 밀기울을 좀 섞어서 스타터를 만들었는데 크게 고생스럽지 않게 완성되었다.

 

 

BREAD 책은 중간에 호밀을 잠깐 썼지만 결국엔 흰 밀가루 발효종이 목표였다면 TARTINE 책은 아예 통밀 섞은 스타터를 쓰겠다는 쪽이다.

통밀도 호밀만큼이나 미네랄이 풍부하고 언급한 논문의 효모 얘기가 맞다면 야생 이스트(효모)가 백밀가루에 비해 더 쉽게 포집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통밀이 중간에 빠지지 않고 계속 먹이로 들어가기 때문에 먹이주기 비율이나 빈도, 발효 피크 끊는 타이밍, 산미 조절이 밀가루 발효종과 다르다.

TARTINE 책대로 발효종을 키우려면 굉장히 부지런해야 한다.

 

 

호밀을 섞든, 통밀을 섞든, 백밀만 쓰든 상관없이 뭘로든 스타터를 만들면 된다.

다만 원하는 맛과 풍미가 있다면, 특히 산미라면 질색을 하는 (홈)베이커들은 스타터 만들 때 스타터에서 끌어내고 싶은 맛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것이 좋다.

어차피 초반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느냐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고 BREAD 책처럼 처음에만 호밀을 쓰더라도 이후 먹이주기에서 자꾸 과발효시키다가 스타터가 완성되면 굉장히 시게 나온다.

 

 

먹이주기 간격이 짧은 TARTINE 책 방식은 빵을 시게 만들겠다는 전제를 깔고 있지 않다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계속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신맛이 싫다는 분들이 정작 키우고 있는 스타터의 성질을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신맛이 싫으면 통밀은 빼야 한다.

 

 

스타터 만들기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라 과발효다 / 이런 거품은 스타터를 두 배로 부풀리지 못한다

 

내 경우엔 아무 것도 섞지 않고 백밀가루만 쓰는 편이다.

중력분이나 유기농 강력분으로 주로 만드는 편이고 관찰만 잘 하면 의외로 미생물 포집이 잘 된다.

e클래스에는 내가 만든 스타터의 일지를 소개해 두었는데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정확하게 48시간, 이틀만에 먹이주기 총 세 번하고 완성이 되어버렸다.

작년에 만들었던 우리밀 통밀 스타터는 먹이주기 한 번으로 미생물 포집이 끝나버려서 두번째 먹이주기를 해주니 바로 두 배가 되었다.

 

 

그렇게 빨리 완성되는 과정에서 먹이주기 간격은 일정치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좀 간과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대체로 온라인에 돌고 있는 먹이주기 방식을 보면 12시간 간격으로 규칙적인 먹이주기를 하라고들 가르친다.

BREAD 책, TARTINE 책, 예전에 봤던 Leinhart의 책, 그 어느 곳에도 몇 시간 간격을 칼 같이 알려주는 곳은 없었다.

모두 대체로 12-24시간, 이런 식으로 알려줄 뿐, 규칙적인 시간 간격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환경이 다르고 밀가루가 다르고 하루 밤낮으로 기온이 다른데 어떤 상황에서건 꼬박 12시간 간격 먹어주기라는 건 매우 논리적이지 않다.

준비가 되었을 때 먹이주기를 해야 하고 그 타이밍을 놓치면 과발효하게 된다.

그래서 이틀만에 완성된 내 발효종의 경우, 세 번의 먹이주기를 하는 동안 시간 간격이 모두 달랐다.

어느 정도 미생물 포집이 진행된 3-4일 이후, 환경에 관계 없이 12시간 간격으로 먹이주기하면 기포가 자잘하고 그야말로 게거품인데(위 사진) 그런 상태의 발효종은 계속 먹이주기 해봐야 타이밍만 놓친다.

시간 끌면서 들어가는 밀가루값은 안 겪어본 사람은 잘 모른다.

 

 

그래서 미안한 얘기지만 처음 스타터를 만들 땐 좀 한가한 분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성공만 하고 나면 그 이후엔 1주일만에 먹이를 주든, 3일만에 주든, 당장 빵 만들 게 아니라면 큰 문제는 없다.

물론 먹이주기 비율이 높다는 전제 하에.

 

 

 

너무 초조해하며 돌아서면 들여다보고 돌아서면 들여다보고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12-24시간 정도 사이에서 편하게 들여다 보고 판단하면 된다.

반죽이 너무 탱탱해도 안 되고(덜발효) 줄줄 흘러도 안 된다(과발효).

발효 부족인 상태에서 계속 먹이를 주면 발효가 지체되고 과발효시키면서 먹이주기를 지속하면 계속 과발효만 된다.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상태를 보고 먹이주기를 한다면 아무리 길어도 1주일 안에는 완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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