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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사워도우 제빵팁

lievito madre, 파네토네의 재료는 뭘까? (2)

by 필리젬마 2021.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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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밀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참고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72

** 이 포스팅 전편에 해당되는 내용은 여기를 참고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61

 

 

 

파네토네는 사워도우로 만든다.

내가 현재까지 조사한 자료에선 항간에 떠도는 얘기였던 사과 발효종 운운하는 얘긴 자료에 나와 있지 않다.

올해 초까지 합쳐 작년 크리스마스부터 두 번을 사먹었던 이탈리안 직수입 파네토네인 보니판티 제품엔 사워도우로 만들었다는 구절이 영어로, 이탈리아어로 적혀 있다.

 

 

영어로는 100% natural sourdough yeast(천연 사워도우 이스트, 즉 야생 이스트를 배양한 사워도우), 이탈리아어로는 100% lievito madre.

 

 

lievito madre로 검색해 보니 재밌는 얘기들이 정말 많다.

100% 수분량의 묽은 발효종을 레시피에 그대로 쓰는 건 최근에 많이 쓰인 반면, 대체로 사워도우라 하면 mother dough로 만드는 게 전통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lievito madre(리에비토 마드레)는 쉽게 말해 되직한 발효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되직한 stiff levain과 차이가 있다면 먹이주기 할 때 설탕도 같이 먹인다는 점.

키우는 과정에서 설탕을 이용해 산미와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

 

 

 

lievito madre는 보관할 때 헝겊에 꽁꽁 싸두기도 하지만 잘라서 설탕물에 둥둥 띄워 보관한단다.

먹이주기 할 땐 설탕물에서 건지고...

참 특이하다.

어쨌든 여러 자료를 읽어 보니 집에서 키우기엔 만만하지 않다고 한다.

발효력도 리퀴드 르뱅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데 궁금하다.

 

 

 

100% 사워도우 발효종은 개량밀인 현대밀로 가능한, 특히 북미 지역의 밀가루로 가능한 농도라고 본다.

글루텐이 받쳐주지 못하면 리퀴드 르뱅(100% 발효종)은 너무 흐느적거려서 빵에 쓰지 못한다.

이탈리아 밀가루도 글루텐이 짱짱하지 않기 때문에 리퀴드 르뱅보다 되직한 stiff levain이 훨씬 안정적이다.

그래서 lievito madre가 되직한 건 당연한 이유일 수밖에.

 

 

 

여기까지 정리를 하고 나서 보니 정말 중요한 건 따로 있다.

파네토네를 이스트가 아닌 사워도우로 만들어야 한다, 리퀴드가 아닌 스티프 르뱅을 써야 한다, 먹이주기 간격은 3-4시간이다, 발효 온도가 좀 높아야 한다, 등등은 모두 전제 조건이 충족된 후에나 가능한 얘기들이다.

 

 

 

제일 중요한 전제 조건은 파네토네용 밀가루다.

이게 없으면 위에 나열한 내용들 잘 준수해봤자 껍질 질긴, chewy, tough한 식감의 파네토네를 얻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강력분으로는 파네토네를 흉내낼 수는 있어도 파네토네의 부드러운 질감, 식감을 살릴 수 없다.

 

 

 

수입되는 이탈리아 밀가루를 검색해 보면 대다수가 핏자용이다.

핏자용이든 과자용이든 이탈리아 밀가루는 탄력성 보다 신장성에 더 치우친 것 같다.

파네토네용 밀가루의 P/L값이 0.55, 탄력성이 좀 더 높긴 하나 이탈리아 밀가루 평균이 0.65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장성 더 좋은 밀이 파네토네용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는 이탈리아 밀가루 중 파네토네용을 찾아 읽어보면서 두 가지 정도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우선 겉봉에 떡 하니 적혀 있다 - "lievito madre 리프레쉬 할 때 적합하다"

정말 파네토네 밀가루가 맞구나 싶다.

두번째로, 경질밀이 아닌 연질밀(soft wheat)이라는 설명이 있다.

글루텐 수치가 w370-390 정도라는데 이 수치면 글루텐이 높긴 하지만 연질밀을 전제로 한다면 경질밀보다 굉장히 부드러운 식감을 준다고 예상할 수 있다.

 

 

 

몇 년 전, 아이보리 통밀을 해외직구로 구할 수 있던 때에 몇 번 사서 테스트를 해봤던 기억이 있다.

아이보리 혹은 화이트 통밀은 제분을 더 많이 해서 하얀 것이 아니다.

통상 경질밀(hard wheat)은 붉은 빛인데 돌연변이 흰색 경질밀을 경작하여 만든 제품이 바로 아이보리 통밀.

붉은 경질밀(HRW)에 비해 글루텐이 약하고 맛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하다못해 돌연변이도 글루텐이 약한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연질밀은 글루텐이 약해서 일반적으로 북미에선 박력분의 주재료로 쓰인다.

이탈리아의 연질밀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길 없으나 파네토네 단면을 보면 충분히 빵 구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글루텐이라서 우리가 아는 박력분을 쓴다고 파네토네가 될런지는 그야말로 미지수. 

 

 

 

국내에 수입되는 강력분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봄밀이 주를 이룬다고 들었는데...

봄밀은 겨울밀에 비해 품질이 낮고 맛도 덜한 반면 높은 글루텐 수치로 인한 제빵성이 매우 탁월하기 때문에 닭살처럼 찢어지는 질긴 식감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딱인 밀가루다.

닭살 식빵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건강한 밀, 유기농, 뭐 이런 재료 안 쓴다고 업장 타박할 처지가 못 된다.

그런 밀로 파네토네를 만들면 이탈리아 전통 파네토네와 저~~~~~~~~~~~만치 멀어지게 된다.

 

 

 

빵이 굉장히 부드러워서 바닥면까지 예쁘게 자르기 징그럽게 어렵다

 

 

 

위 사진같은 단면은 이스트로는 만들 수 없다.

아기자기한 불규칙한 기공이 단면에 즐비하고 부드럽게 찢어진다.

입에 넣었을 때 기공 덕분에 식감이 퍽퍽하지 않다.

목메임 없이 앉은 자리에서 반판은 먹어치울 수 있을 만큼 매우 촉촉하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이탈리아의 진짜 파네토네.

 

 

파네토네 만들기 직전, 3-4시간 간격으로 lievito madre에 부지런히 먹이주기를 해야 한다. 

lievito madre를 잘 먹이고 난 후엔 사전반죽부터 만든다.

일명 primo impasto, 영어로 first dough에 별별 재료가 다 들어간다.

계란, 버터, 설탕까지!!!

 

 

 

10년 전, 이 내용을 전혀 몰랐던 때에 버터 식빵을 사워도우로 만들면서 버터 절반을 사전반죽에 넣고 발효했고 그와 비슷한 레시피를 논픽션 사워도우 1권에 실었었다.

베이커리를 차렸던 그 당시 지인은 룰은 깨지라고 있는 거라며 버터는 항상 맨 마지막에 넣는 줄 알았는데 나의 '반칙'이 신선하다고까지 했었으나...

별로 아는 게 없었던 나도 사워도우에 유지류 듬뿍 넣고 보니 사전반죽에 나눠 넣어야겠단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그만큼 사워도우는 일정 이상의 유지류를 본반죽 한 과정만으론 감당하지 못한다.

이스트 반죽만 다룬 경험 뿐이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과부하의 반죽이다.

 

 

 

primo impasto 발효가 완료되면 그 다음 단계가 secondo impasto, 즉 second dough=final dough 단계(본반죽)다.

남은 재료 다 넣고 미리 발효시킨 primo impasto와 함께 반죽하면 된다.

특징이 있다면 본반죽의 밀가루 양은 미비하다.

대부분의 밀가루가 primo 단계에 들어간다(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서 primo impasto가 매우 중요하다. 

 

 

 

미친듯이 사워도우에 몰두했던 나로서는 이런 대목을 접할 때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하늘 아래 다른 건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사워도우를 오래 다루다 보면 자연히 느낄 수밖에 없는 것들을 전통이라는 이름 안에서 만난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나같은 사람마저도 하다 보면 깨우치는 지점이 그 옛날의 노하우를 벗어나지 못한다.

 

 

 

올 겨울 한 번 도전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밀가루 부분에서 막히자 그냥 없던 일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stiff 르뱅 수분량은 계산하면 되고 먹이주기 간격 3-4시간은 새벽잠 설치며 어떻게든 한다 쳐도 애초에 밀가루가 다른데 그 맛이 나올까.

아직도 혀끝에 생생한 그 부드러운 촉감을 내 작업대에서 끌어내려면 당장 해야할 일은 딱 하나.

이탈리아 파네토네용 밀가루 대체재를 찾는 것.

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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