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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제과 재료 팁

이탈리아 밀가루는? 연질밀 vs 경질밀

by 필리젬마 2021.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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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네토네 제빵 원리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참고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62

 

 

 

이탈리아 밀가루 카푸토를 쓰면서 제품 설명에 붙은 soft wheat라는 말에 무릎을 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탈리아 밀가루를 이제 접했지만 벌써 50% 정도는 이해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유럽 제빵은 소위 그쪽 표현으로 strong flour에 대한 로망이 매우 크다. 

왜냐... 유럽은 연질밀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

 

 

북미에서는 강력분을 strong flour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렇게 쓰면 완전 콩글리쉬에 가까울 뿐이다.

미국에서 강력분은 bread flour(빵용), 중력분은 all-purpose flour(다목적), 박력분은 cake flour(케익용)라 불린다.

워낙 글루텐 질이 좋다 보니 회분율 이딴 거 없이 확실하게 이름부터 다르다.

 

 

이에 비해 로망만 크고 현실이 안 따라주는 유럽은 회분율이 밀가루를 분류하는 기준이다.

처음 제빵할 땐 왜 구질구질하게 회분율인가 했더니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공감이 가는 기준이다.

밀을 제분할 때 기울이 얼마나 들어갔느냐, 하얀 배젖 부분을 얼마나 들어갔냐를 수치화 한 것이 회분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다 직접적인 표현으론 태웠을 때 남은 재의 무게라고 보면 된다.

기울이 많을수록 재가 많이 남는다.

 

 

프랑스는 백밀의 경우 T45, T55, T65, T80, T110, T150, T170, 이런 식의 표시를 쓴다.

이탈리아는 00, 0, 1, 2, 이런 식으로...

 

 

독일은 백밀 외에도 스펠트, 호밀도 많이 먹는 곳이라 곡물 종류마다 회분율을 다 따로 붙인다.

가령 백밀은 405(페스츄리용), 550, 812, 1050, 1600, 1700(통곡),

호밀의 경우 997(미국식으로 화이트 라이), 1150(미디엄 라이), 1370(다크 라이), 1800(펌퍼니클),

스펠트는 630, 1050 이렇게 표시한다.

 

 

밀 품종을 구별할 때 보통 세 가지 정도가 언급된다.

겨울밀(winter)이냐 봄밀(spring)이냐.

경질(hard)이냐 연질(soft)이냐.

적색(red)이냐 백색(white)이냐.

 

 

우리나라는 밀을 수입하기 때문에 싼 봄밀이 많이 들어오긴 하지만(게다가 쫄깃한 글루텐을 좋아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좋은 품종의 근대밀이라고 하면 경질 적색의 겨울밀을 가리킨다.

이를 줄여서 HRW(Hard Red Winter)라고도 한다.

 

 

경질밀은 연질밀보다 글루텐 질이 더 좋다.

봄밀은 겨울밀보다 더 더 더 글루텐 함량이 높지만 맛은 겨울밀이 더 좋다.

적색은 탄닌이 함유되어 있어 씁쓸한 맛이 나고 흰색은 탄닌이 없어서 맛이 부드럽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제빵용 밀에는 적색 경질을, 제과용에는 흰색 연질을 사용한다.

미국의 중력분은 경질에 연질을 섞은 것으로, 조사를 나름 해보니 연질밀도 적색을 쓰느냐 흰색을 쓰느냐는 제분회사별로 차이가 있다.

 

 

밥스레드밀에서 판매하는 아이보리 통밀(타사의 화이트 통밀)은 껍질을 더 벗겼기 때문에 흰 것이 아니라 애초에 쓴맛이 덜한 흰색 경질밀로 제분한 제품이라서 그렇다.

빵 구워보면 확실히 산미도 덜하고 풍미가 부드러운 대신 글루텐이 적어서 빵이 더 납작하다.

 

 

유럽의 백밀은 거의 연질밀이 대부분이다.

수업하다 보면 많은 (홈)베이커들이 프랑스밀을 선호하는 것 같단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사워도우 레시피만 생기면 프랑스밀로 냅다 비비는 케이스도 만만치 않은데 바게트 구울 일도 없는 우리집엔 프랑스밀 찾기가 어렵지만 덧글로 제빵팁 주고 받다 보면 '프랑스밀은 있어요'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접한다.

어쨌든 강력분과 섞어쓰지도 않고 프랑스밀만 사용해서 일반 사워도우빵을 만들면 망한다.

 

 

유럽의 빵을 잘 살펴보면 하나같이 납작하거나 단면적이 좁다.

독일은 호밀을 비롯한 잡곡빵이 발달되어 있는데 모양 유지를 위해 호밀은 식빵틀에 굽거나 바구니 성형을 하더라도 대체로 넓고 납작하다.

이탈리아의 치아바타와 포카치아, 프랑스의 바게트나 미쉬도 납작하거나 단면적이 좁은 빵이다.

그쪽 밀로는 딱 거기까지가 답이다.

 

 

그래서인지 유럽에서는 제분 기술로 연질밀의 한계를 많이 극복하는 편이다.

네덜란드 스펠트만 하더라도 제분 입자를 보면 혀를 내두를 지경이고 프랑스 비롱밀은 세상 또 제빵성이 그렇게 뛰어나다.

물론 프랑스밀에는 이래나 저래나 글루텐이 0.02프로 수준으로 소량 들어가 있지만...

 

 

이탈리아 00(더블제로) 밀가루만 해도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모두 탄력성과 신장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원하는 제빵에 따라 골라서 쓰도록 되어 있다.

이탈리아 현지 레시피 찾아보면 어느 회사 무슨 제품에 탄력성 신장성 수치까지 자세히 언급한 경우가 제법 많다.

이탈리아 밀은 여기저기에서 찾은 자료를 보면 신장성이 특히 좋다고 나와 있는데 이 특징이 아마도 고배합의 파네토네를 사워도우(lievito madre)로 만들 수 있는 힘의 원천(?)이 아닐까 싶다.

 

 

앞서 설명한 적색 vs 흰색, 경질 vs 연질, 겨울 vs 봄, 이 조합을 서로 매칭시키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밀 품종 이름이 나온다.

가령 흰색의 경질 겨울밀, 적색의 경질 봄밀, 적색의 연질 겨울밀 등등.

아까 언급한 HRW도 그렇게 만든 조합이다.

 

 

 

내친 김에 이탈리아의 연질밀은 무슨 색이며 언제 수확하는지 온라인에서 한참을 뒤져봤다.

색깔은 금방 나왔는데 계절을 알 수 없어서 결국 농산물 수확 시즌을 검색하면서 에둘러 추측해야 했다.

 

 

간접적으로 찾긴 했지만 이탈리아는 연질의 흰색 겨울밀인 것 같다.

수확 시즌이 6월말에서 7월초인 것으로 미뤄 겨울밀이라 짐작 가능하다.

현재까지 찾은 자료로는 북미처럼 봄밀도 같이 재배하거나 그렇진 않은 듯하다.

아무래도 따뜻한 남쪽나라라서 그런가.

100% soft white winter 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는데 혹시 다른 자료를 찾는 분 계시거든 알려주시기 바란다. 

 

 

찾다 보니 중동 지역 플랫 브레드 얘기도 나오던데 그쪽 빵이 납작한 이유도 결국 soft white wheat 품종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이스트빵 할 때는 공부할 필요성을 전.혀. 못 느꼈었다.

하지만 세상 예민한 사워도우를 하다 보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나 멍해진다.

연질밀 알아서 어따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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