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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제과 재료 팁

투 머치 이스트???

by 필리젬마 202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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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패닉이 되어버린 작년의 미국과 유럽 마트에서 제빵 재료가 동났던 일이 발생한 건 관심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

이스트고 밀가루고 다 바닥나버린 상황에서 이스트를 조금이라도 아껴쓰는 묘책 중 하나로 관련 기사나 글이 꽤 나왔다.

발효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 이외에 제빵엔 별탈 없다는 것이 대부분 글의 골자다.

그럼 그렇게 만들어도 되는 빵에 왜 이스트를 1-2%씩 넣어야 했나?

 

 

제빵을 안 해본 사람들은 이스트 빵에 많이 적용하는 이스트 양 1-2%라는 숫자가 매우 미량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빵 한 번이라도 만들어 봤다면 보통 한 봉지에 브랜드에 따라 4-7g 정도 들어있는 이스트가 얼마나 많은 양인지 알게 되고, 계량이라도 하게 되면 1g을 재기 위해 이스트를 야금야금 퍼부우면서 끄떡도 안 하는 저울에 새삼 경악을 하게 된다.

뭔 놈의 1g이 이렇게 많은지...

1g 재는 초미니 스푼에 대해선 이 포스팅(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81)을 참고하면 된다.

 

 

이스트 빵 레시피를 들여다 보면 1차발효가 1시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40분 전후면 발효가 끝나는 편인데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한 적정량의 이스트가 1-2%라고 보면 된다.

이 숫자는 빵의 풍미나 내 위장의 소화 흡수는 고려치 않은, 대량 생산의 프로세스에 적합한 양일 뿐이다.

 

 

그렇다면 적은 양의 이스트로 빵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1. 당연히 발효 시간이 길어진다.

2. 빵의 풍미가 좋아진다.

3. 이스트에 민감한 사람들의 소화를 돕는다.

4. 글루텐이 잘 잡힌다.

 

 

 

그럼, 이스트를 너무 많이 빵에 넣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1. 발효가 과해지면서 빵에 구멍이 뚫리듯 기공이 생긴다.

2. 빵의 풍미가 나빠진다(이스트 냄새로 도배가 되니까).

3. 칸디다 질병(cadidiasis)을 앓는 사람들에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스트가 체내 과다 증식하면서 생기는 병)

4. 과다한 양의 이스트로 인해 반죽이 과발효 되면 글루텐이 쉽게 망가진다.

 

 

 

물론 제빵쪽에서 그런 계산을 다 하고 1-2%라는 적정량을 제시한 것일테고...

이스트는 인체에 유용한 단백질, 비타민 등 영양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무슨 음식이든 지나친 양은 건강에 해롭다.

칸디다를 앓고 있는 사람이거나 이스트에 부작용이 있는 사람들에겐 이스트 빵에 배합된 이스트 양도 한번쯤 신경써야 할 부분인 것 같다.

 

 

 

특히 당뇨나 면역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겐 이스트를 과다 섭취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이스트는 신체 내에서 당과 만나 결합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권 자료 중 그래도 꽤 신뢰할만한 사이트에서 글을 읽어보니 반죽에 들어간 이스트는 20 - 30% 수준의 증식을 한단다.

보통 미국에서 파는 드라이 이스트 1팩은 7g 정도.

총밀가루 500g일 때 적절한 양은 1팩의 40%선, 즉 2.8g 정도라고 한다.

 

 

식빵을 만들기 위해 참고해 본 해묵은 모닝빵 레시피는 총밀가루 500g에 드라이 이스트 12g이다. 

그냥 경악스러울 따름.

집에서 인도 난 만들어 먹을 때부터 이스트를 거의 70% 줄이는 습관을 들여왔지만 숫자를 보니 정말 줄이긴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테스트 할 땐 미리 이런 계산을 하지 않고 그냥 감에 의존했기에 이스트를 4g(0.8%)만 쓰고 발효를 해봤다.

요즘 더위가 공포스러워 그런지 1시간 좀 지나니까 발효가 끝나려고 한다.

에어컨을 틀어도 여전히 더운 부엌 온도는 30도...

중간에 접어주면서 일부러 발효를 끌며 가까스로 1시간 30분을 버텼고 소분, 벤치 타임, 2차발효 하고 오븐에 구웠다.

 

 

 

빵 풍미가 진하다.

미국에서 처음 제빵 시작하면서 자주 썼던 레시피였지만 이런 냄새가 났었나 싶을 정도로 8% 수준의 버터향이 압권이다.

첫 테스트 땐 집에 남은 밀가루라곤 강력분, 중력분 몽땅 털어도 400g 남짓, 여기에 어쩔 수 없이 프랑스밀 T55를 섞었다.

중력분이 많이 들어가고 게다가 글루텐 질이 강력분에 못 미치는 프랑스밀이라서 빵 다 부서질 줄 알았더니 세상 너무 맛있게 나왔다.

 

 

 

무엇보다 사워도우 하면서 예민해진 이스트 냄새가 거의 안 느껴진다.

기공도 고르게 잘 나온다.

날씨가 더워 과발효 되고도 남을 상황이었지만 이스트 양이 적다 보니 발효 시간을 길게 끌면서도 글루텐이 망가지지 않는다.

 

 

이스트 빵으로 과발효 한 번 핸 본 사람이라면 대충 그림이 그려지겠지만...

통상 이스트 양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에 과발효 되면 글루텐이 무너지면서 반죽이 쉽게 찢어지고 빵도 주저앉는다.

이스트를 적게 넣으면 그럴 우려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글루텐이 더 탄력적으로 나온다는 글을 읽었지만 막상 테스트 해보니 과발효 끼가 있어도 폭삭 주저앉지 않는다.

 

 

 

 

두번째 테스트 땐 유기농 강력분을 사용, 드라이 이스트는 3g만 사용했다.

총밀가루 대비 0.6%의 이스트가 들어간 셈이다(첫 테스트는 0.8%).

 

 

 

글루텐 소화에 어려움이 있는 나는 일부러라도 글루텐을 100% 잡는 얇은 막 테스트 근처는 가지도 않았다.

사워도우가 아니라서 반 개만 먹어도 속이 묵직했다.

그런 개인적인 건 차치하더라도 이스트를 우리가 알고 있는 정량보다 훨씬 적게 써도 빵은 잘 나온다.

잘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이스트 냄새 없이 풍미가 매우 깊고 빵 조직도 탄탄하다.

 

 

 

물론 시중에 파는 식빵처럼 조직 약하고 부들부들하며 씹다 보면 글루텐 씹히는 맛이 좋은 사람이라면 굳이 나처럼 만들어 먹을 필요는 없다.

홈베이킹 하면 알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시판 모닝빵보다 내 모닝빵이 더 묵직하고 더 배부르다는 점이다.

시중에서는 적은 양으로 많이 팔기 위해 개량제 넣고 사이즈 뻥튀기하다 보니 밀도가 낮아서 그렇다.

 

 

 

어쨌든...

아무리 적정량으로 계산된 배합 %라 해도 내 생각이지만 1차발효 1시간도 안 되게 이스트를 줄줄 붓는 건 건강한 제빵은 아닌 것 같다.

혹시 사워도우까지 할 생각은 없는데 빵을 조금이라도 건강 생각해서 먹고 싶다면 글루텐 적게 잡는 것 플러스 이스트 양도 줄여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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