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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제과 재료 팁

부재료는 어디까지가 적정선일까?

by 필리젬마 2022.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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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호두를 너~무 좋아해서... 빵에 좀 많이 넣고 싶어서... 이보다 더 많이 넣고 싶은데요."

 

 

 

처음으로 클래스를 열었을 때 견과류 빵을 만들면서 들었던 얘기다.

내 레시피에 들어간 호두 양이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많이 드시라고 했다.

다들 깔깔 웃었다.

 

 

 

10년 전쯤 어느 블로그 포스팅에서 견과류를 엄청나게 넣은 빵을 본 적이 있다.

직접 만든 게 아니라 배달로 구입한 유명한 빵집 제품이라 소개했던데 브랜드 이름은 없었다.

 

 

 

안타깝게도 호두가 너무 많아 발효가 거의 안 된 천연발효종 빵이었다.

(그 당시엔 사워도우는 팔지 않았고 대체로 건포도나 무화과로 만든 과일액 천연발효종이 대세)

발효도 안 된 생 밀가루 반죽에 가까워 보이는 그 빵을 맛있다고 포스팅한 분은 위장 튼튼하게 타고난 것에 대해 정말이지 조상님께 감사해야 한다.

 

 

 

우리에겐 빵이 간식이다 보니 정작 밀을 주식으로 하는 외국에서 잘 하지 않는 버릇이 하나 있다.

빵에 뭘 자꾸 넣으려고 하는 강박증이 그것.

이건 내가 초보자였을 때도 피해가기 어려운 습관이었다.

충전물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 건지 최근엔 명란젓으로 만든 사워도우빵을 동네에 판다는 사내 직원 얘기까지 들었다.

 

 

 

 

 

우리 식문화에서 빵에 뭔가 한 방을 넣어 맛을 내려는 이유는 그맛으로 빵을 먹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빵을 밥으로 먹지 않는 우리는, 빵에 뭔가를 곁들여 먹는 것에 대해 샌드위치 정도를 제외하곤 매우 낯설어 한다.

 

 

 

위 사진의 빵은 들깨와 치아씨드를 섞은 사워도우로 책에 실렸었다.

둘 궁합이 맞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일방은 풍미가 세고 일방은 풍미가 없다.

둘째, 들깨가 글루텐에 해를 주기 때문에 치아씨드로 보정했다.

두 재료의 배합비는 미미하다... 들깨는 많이 넣으면 느끼해지고 치아씨드는 많이 넣으면 떡진다.

 

 

 

이 빵의 재료 중 치아씨드가 없어서 같은 젤리화 구실을 할 수 있는 플랙씨드로 대체한 분이 후기를 남긴 적이 있었다.

느끼하다, 향이 과하다, 이런 멘트가 주....

 

 

 

사워도우는 재료에 굉장히 민감하다.

재료간 궁합이 중요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궁합은 따로 차치하더라도 특정 재료가 사워도우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1. 풍미의 문제

 

 

씨앗류 정도를 제외하곤 갈아서 쓰는 재료는 2%도 많다.

씨앗도 과하게 쓰면 느끼하기 때문에 시원한 향신료를 첨가하면서 쓰는 것도 방법.

좋은 재료도 가루 상태로 많이 넣으면 향에 문제가 생긴다.

 

 

 

스파이스 종류, 가령 내가 자주 쓰는 코리앤더, 시나몬, 카다멈, 캐러웨이, 아니스 등은 워낙 소량으로 쓰기 때문에 2%까지 감히 실행할 사람도 없겠지만...

 

 

 

블루베리 가루, 단호박 가루, 아로니아 가루 등 야채나 과일을 건조시킨 가루는 물론 선식가루처럼 곡물을 볶은 분말은 총밀가루 무게 300g을 기준으로 1-2g도 충분하다.

블루베리나 아로니아처럼 향이 강하지 않은 재료는 많이 넣는다고 블루베리향 진동하는 빵이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단호박처럼 향이 묵직하면서 강한 재료는 소량만 넣어도 향이 뿜뿜...

 

 

 

여담으로...

건강 재료 테스트한다고 실험실 요구대로 사워도우빵을 만들어 준 적이 있었는데...

볶은 렌틸콩 가루와 블루베리 가루를 넣어달라는 주문.

요구 듣자마자 1차 멘붕... 재료간 궁합 어쩔??

요청대로 렌틸콩가루 4% 넣고 2차 멘붕... 메주 냄새 어쩔???

논문을 안 읽어서, 그런 재료 훌륭한 줄 몰라서, 국내외 제빵사들이 그런 재료 안 쓰는 게 아니다.

 

 

 

2. 글루텐 문제

 

 

위에서 열거한 가루들은 글루텐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사워도우가 발효를 마쳤을 때 글루텐이 많이 분해된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어차피 분해되는데 글루텐에 지장을 준들 무슨 상관이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기본 베이스가 우리밀이면 위에 언급한 재료 팍팍 넣다간 빵 망가져버린다.

 

 

 

하다 못해 부재료라 하기도 뭐한 통밀 가루만 해도 팍팍 넣을 수 있는 제분 상태와 10%만 넣어도 빵이 괴상해지는 제분 상태가 따로 있다.

관련해서는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51 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겠다.

 

 

 

3. 결론적으로 ...

 

 

풍미가 강한 재료는 조금만 배합해도 사워도우에선 큰 효과를 얻는다.

씨앗류를 제외한 분말 재료는 조금만 배합해도 사워도우 글루텐을 망가뜨린다.

 

 

 

가령 볶은 렌틸콩 냄새가 구수해서 빵에 넣고 싶다면 1g만 넣어도 충분하다.

은은한 고소함이 인절미를 연상시킨다.

 

 

 

볶은 렌틸콩을 건강 재료로서 활용하고 싶다면 빵에 넣지 않는 게 좋다.

빵이 아니라 스프에 넣고, 빵은 스프에 찍어먹는 게 훨씬 낫다.

건강 재료로서 발휘할 수준의 양을 빵에 넣게 되면 볶은 렌틸콩은 메주 냄새를 풍긴다.

인절미 냄새와 메주 냄새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한끗 차이다.

 

 

 

그냥 먹어도 되는 음식은 그냥 먹는 게 낫다.

그런 재료를 굳이 빵에 넣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가령 렌틸콩 요리나 명란 요리가 없는 것도 아니지 않나.

빵은 그냥 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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