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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제과 재료 팁

홀스펠트 가루 - 루마니아산 유기농 스펠트

by 필리젬마 202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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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수입 진행 중인 제품 사용

 

 

스펠트는 좀 애매한 재료다.

루마니아산 유기농 스펠트를 테스트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업체쪽 실장님의 매우 솔직한 의견이었다.

"좀 애매하긴 하죠. ㅎㅎㅎ"

 

 

 

피차 과장된 결과물을 줄 생각도 받을 생각도 없다는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나는 뭐든 억지로는 못한다.

어찌보면 마케팅에 최악인 사람일지도.

 

 

 

스펠트는 글루텐 함량이 적고 고대밀까지는 아니어도 옛날옛날부터 지금까지, 특히 중북부 유럽에서는 생각보다 꾸준히 써오면서 건강 재료로 제대로 자리매김한 재료다.

문제라면 스펠트가 문제가 아니라 근대밀이 문제다.

 

 

 

우리 입맛이 근대밀에 매우 익숙해져 있고 모든 레시피가 그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스펠트가 난감한 재료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것.

반죽을 만져보면 기똥찬데 결과물을 보면 갸우뚱 할 수밖에 없는 게 스펠트다.

그렇게 반죽 느낌이(글루텐 잡힌 느낌) 좋았는데 왜 이것밖에...?

 

 

 

스펠트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오던 거의 10여년 전, 제빵 잘하는 어느 블로거가 스펠트 100% 사워도우빵을 만들고선 겉모양만 찍어서 포스팅 한 적이 있었다.

단면 사진은 커녕 단면에 대한 얘기는 일절 언급없이, 빵을 더 만들어 봐야겠다는 짧은 소견이 전부.

나는 읽자마자 그 이유를 알았다.

차마 속을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블로거가 틀린 게 아니라 100% 스펠트 사워도우는 그렇게밖에 나올 수 없는 게 맞다.

 

 

 

유럽에선 스펠트가 어둑어둑한 통밀빵, 호밀빵에 당당히 절반 정도 배합할 수 있는 재료로서 각광 받으니 다행인데...

흰 빵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선 스펠트로 어디 호소할 데가 없다. 

그건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도 마찬가지일 듯.

 

 

 

아마 나만큼 스펠트를 종류별로 써본 사람도 드물 듯하다.

홀스펠트 입자는 물론 2010년대 중반부터 보이기 시작한 화이트 스펠트(밀가루처럼 하얗게 제분)는 기본...

국가별로 소문났다 싶은 건 거의 써봤다.

독일 딩켈 1050, 스페인 화이트/홀스펠트, 네덜란드 페이턴트(하얀 입자)/홀스펠트, 미국 밥스레드밀 라이트/홀스펠트, 미국 비타 스펠트 화이트, 호주 화이트 스펠트 ....

그리고 이번에 테스트한 루마니아 홀스펠트.

 

 

 

참고로 화이트 스펠트와 홀스펠트를 비교하자면...

화이트 스펠트는 스펠트를 마치 밀가루처럼 제분해보고자 만든 케이스가 아닐까 싶은데 비교적 최근에서야 나오는 제품들이고 일반적으로는 홀스펠트가 대부분이다.

화이트는 색이 밝아서 중력분 대체재로 사용 가능하고 특히 제과에 적용하면 결과물이 매우 좋다.

빵에 적용할 땐 글루텐 수준이 문제가 되기에, 아무 생각없이 강력분 빵처럼 생각하고 반죽했다간 낭패 본다.

반죽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고 기계에 넣고 팍팍 돌리면 안 된다.

 

 

 

한편 홀스펠트는 그냥 통밀가루처럼 접근하면 된다.

이것도 제품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한 편이고...

통밀가루와 차이가 있다면 아마 풍미라고 할 수 있을 듯.

스펠트는 거의 풍미가 없다.

그래서 단독으로 쓰기 보다 통밀이나 호밀을 섞어 쓰는 쪽으로 제빵 방식이 진화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루마니아산 홀스펠트는 입자가 매우 곱지만 색깔은 어둡다.

독일산 딩켈 1050과 가장 흡사하다.

스톤 그라운드 방식의 통밀 입자보다 더 고운 상태다.

껍질과 배젖의 색깔이 확연히 구분되는 미국산이나 스페인 혹은 네덜란드 홀스펠트와는 차이가 있다.

 

 

 

루마니아산 홀스펠트의 장점이라면...

 

1. (지금 수입 중인데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면) 국내에선 보기 드문 유기농 스펠트라는 점.

2. 구하기 힘든 독일산 딩켈과 제일 가깝다는 점.

3. 입자가 매우 고와서 사용하기 좋다는 점.

 

 

특히 3번의 장점으로 인해 비록 소량이긴 하나 제과에 섞어도 퍽퍽하지 않다.

 

 

주의할 점이라면...

홀스펠트이므로 통밀빵, 호밀빵 배합이 아니라면 밀가루에 많이 배합하긴 어렵다.

혹 건강 재료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많이 배합하긴 어렵다'고 말은 하지만...

수업 때 겪어본 작업자들의 취향만 보자면 많이 배합하려고 하는 사람들 거의 없다.

솔직히 말해 스펠트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게 맞을 듯.

 

 

 

테스트 중인 스펠트 식빵 / 현재는 레시피 완성된 상태

 

 

스펠트 같은 건강 재료를 빵에 배합하고 싶다면...

각자 좋아하는 빵이 흰 빵인지 어두운 빵인지 먼저 확실히 한 후, 만약 흰 빵이라면 10-12%도 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그 이상 넣으면 흰 빵 좋아하는 분들은 왜 더 넣었을까 후회하게 되는 그런 식감이 된다.

이것도 스펠트처럼 제빵 기본이 되는 베이스일 경우에나 해당되고 가령 아로니아 가루처럼 제빵 베이스가 아닌 재료는 다른 링크를 참고.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95)

 

 

만약 어두운 빵을 선호한다면 통밀이나 호밀 베이스에 스펠트를 원하는 수준으로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독일 뮌헨에서 유명하다는 사워도우 빵집의 스펠트 빵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 맛있었다.

스펠트와 호밀 배합으로 그다지 시지도 않고 촉촉한 식감과 풍미가 아직도 생생할 정도.

 

 

 

다만 이처럼 통밀이나 호밀 베이스에 스펠트를 섞고 싶다면 따로 공부를 하는 게 좋다.

베이스가 밀가루에서 통밀, 호밀로 바뀌어도 타르틴 스타일의 흰 사워도우 제빵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적용했다가 낭패를 겪고 질문주시는 분들 적지 않다.

발효종 먹이주는 것부터 잘못된 케이스들이 많다 보니 통밀빵, 호밀빵은 먹기 힘들다는 괜한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한다. 

 

 

 

적다 보니 루마니아산 스펠트에 대한 특색보다 전반적인 스펠트 얘기를 더 많이 적어버렸다.

레시피는 추후 올리는 것으로 하더라도 루마니아산이든 미국산이든 상관없이 스펠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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