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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제과 재료 팁

버터밀크 vs 짝퉁 버터밀크

by 필리젬마 2022.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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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에어컨 없는 방에서 만들기 딱 좋은 게 버터밀크.

사실 외국에 살면 굳이 어렵게 만들 필요도 없이 수퍼마켓에 즐비하다.

 

 

 

만드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

1) 생크림을 처닝한 후 버터가 엉기고 난 다음 생기는 액체, 요게 버터밀크

2) 버터밀크 종균으로 발효시킨 몽글몽글한 액체가 버터밀크

 

 

 

예전 블로그에 1)번 방식으로 처닝 후 생긴 버터밀크(오른쪽 병)와 버터(왼쪽 면보)

 

 

1)번으로 만든 버터밀크는 오리지널이라고 보긴 어렵다.

버터를 처닝하고 생긴 수분이 버터밀크인데 색깔이 무지방 우유처럼 매우 묽은 느낌이 난다.

처닝은 별거 없다.

생크림을 병에 넣고 버터가 생길 때까지 흔들어 주거나 수분이 빠져나와 지방만 엉길 때까지 생크림을 과하게 휘핑하면 된다.

 

 

국산 생크림은 색이 희기에 천연 색소 아나토(annato)를 넣어야 노란 버터가 된다 / 미국만 해도 생크림 색이 아이보리를 띈다

 

우리나라 우유는 옥수수 먹인 소에서 나오기 때문에 버터가 노랗지 않다.

따라서 생크림도 하얗고 당연히 처닝하면 하얀색 버터가 나온다.

이런 버터도 만든지 얼마 안 됐다고 제과를 해보면 풍미가 장난 아니다.

 

 

 

 

2)번으로 만드는 진짜 버터밀크는 위 사진처럼 나온다.

외국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버터밀크도 2)번처럼 생겼다.

 

 

 

몽글몽글하게 전체적으로 자잘한 덩어리(커드 curd)가 생기고 만져보면 약간 미끌미끌하다.

유산균 발효로 인해 산미도 도는데 이게 냉장고 넣었다고 발효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온에서도 계속 발효가 된다.

그래서 1주일이 넘으면 약간 씁쓸한 맛이 돌고 덩어리가 더 강하게 형성되면서 유청이 생긴다.

쓴맛이 돌긴 하지만 이때 빵을 만들어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맛이 변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버터밀크의 유통기한은 대개 1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사워도우와 비슷해서 일부를 남겼다가 먹이주기 방식으로 버터밀크를 계속 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종계하는 과정에서 우유 때문에 변질될 우려가 높으므로 종균을 사서 매번 만드는 것이 좋다.

 

 

 

 

버터밀크 컬처를 6-7년 전, 양재에서 치즈 수업하시는 분이 판매를 했었다.

마침 치즈 발효에 꽂혀 있던 때라 버터밀크, 크박, 크림치즈 등 집이라는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해본 듯.

위 사진의 버터밀크 컬처는 종균 양이 매우 적지만 저 양으로 우유 2리터를 쓸 수 있었으니...

유통기한 짧은 버터밀크를 소량 500ml만 만들어 쓰던 나로서는 종균을 거의 세다시피 넣어야 했다.

 

 

 

2)번으로 만드는 위 버터밀크는 매우 진하기 때문에 1)번과 용도를 달리해서 쓰면 멋진 빵을 만들 수 있었다.

1)번은 묽은 대신 물 대신 전량 대체해서 빵을 만들 수 있었고 풍미도 좋았다.

2)번은 덩어리 진 요거트 같은 느낌이라 빵에 많이 쓰면 떡식감을 불러올 수 있어서 적게 쓰는 것이 흠.

대신 풍미가 깊어서 특히 호밀빵 만들 때 금상첨화.

 

 

팬케이크 만들 때 우유 대신 쓰면 결과는 말할 것도 없다.

한창 버터밀크를 2)번처럼 만들어 쓸 때 그냥 팬케익도 아닌 발효종 팬케익을 만들면서 세상 꿀맛을 봤었다.

 

 

 

장황하게 버터밀크에 대해서 적은 이유는 다름 아닌 짝퉁 버터밀크 때문이다.

보통 버터밀크 대신 우유에 레몬즙이나 식초를 섞으라는 레시피를 많이 봤을 듯하다.

버터밀크를 알지 못할 땐 이 방법이 소개되어 있으니 그런가 보다 했었지만 버터밀크를 알고 나면 이 방법이 얼마나 얄팍한 수인지 깨닫게 된다.

 

 

 

위 사진의 몽글몽글한 상태를 그냥 흉내내서 우유 단백질을 식초로 엉기게 한 것이다.

그렇게 나온 커드 덩어리가 버터밀크와 같은 풍미나 미끌미끌한 질감을 줄 리 만무하다.

그냥 우유만 썼을 때와 차이를 못 느껴서 내가 미맹 내지 둔하다는 반성 아닌 반성을 했었지만...

진짜 버터밀크를 써보면 둔감한 사람도 알아차릴 만큼 차이가 매우 크다.

 

 

 

따라서 버터밀크 대용으로 우유+레몬즙 레시피가 있는 경우, 괜히 시간 낭비, 설거지 거리 하나 더 만들지 말고 그냥 우유 써도 된다.

굳이 버터밀크의 장점인 질감, 산미, 커드 등을 흉내내고 싶다면 나처럼 우유에 요거트 섞어 쓰는 게 훨씬 낫다.

요거트 덕에 우유라는 액체에 질감이 생기고 산미도 끌어올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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