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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제과 재료 팁

햇 앉은뱅이밀 테스트 - 태안 밀꽃

by 필리젬마 202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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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되면 날짜를 보며 바짝 긴장하는 편이다.

곧 햇밀이 출시될 시즌이 다기오기 때문.

 

 

겨울밀은 11월에 파종하고 6월 말 - 7월에 추수를 하는 편이다.

이 시기를 기다리다 일이 바빠 한참을 잊었다가 생각나던 해도 있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이때가 되면 나중에 잊어버릴지언정 최대한 기억하려고 전화 문의를 넣는데...

 

 

올해는 비가 적어 가물어버린 탓인지 추수가 늦어졌다고 한다.

그 바람에 준비도 안 된 농가에 두 어 번 연락을 넣은 것이 죄송스럽기도 하고...

 

 

 

광복절 전날 마르쉐에서 햇밀 행사가 있었는데 밀꽃도 그때 나갔다고 들었다.

마르쉐 장이 열리기 며칠 전에 연락을 드려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내가 계속 기다리는 게 안쓰러워 그러셨는지 작은 샘플을 하나 보내주셨다.

예상치 못한 샘플에 감사한 마음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밀꽃측 얘기를 전하자면, 수제비는 잘 나오는데 제빵은 어떨지 모르겠으니 구입하기 전에 테스트 먼저 해보라는 것이었다.

 

 

 

태안 밀꽃 앉은뱅이밀은 작업성이 좋아 입소문이 난 제품 중 하나.

예전에 올린 앉은뱅이밀 포스팅은 여기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111).

 

 

맷돌 제분이라길래 앉은뱅이밀 98% 대신 르뱅은 루오타 유기농 이탈리아 00 밀가루를 사용했다

 

일단, 핵심부터 말하자면 제분소가 작년과 다르다.

영양가를 최대한 살리고자 맷돌 방식으로 제분하셨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 하얀 입자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으나(물론 작년 밀이 남아 있질 않아 정확한 비교는 할 수 없었지만) 제빵을 해보니 확실히 차이가 있다.

 

 

제분이 달라졌으니 제빵성이 달라진 건 당연하다.

색깔은 비슷한데 약간 보슬보슬한 느낌이랄까... 먹어보면 차이가 좀 더 명확하다.

르뱅이 루오타 이탈리아 00 밀가루인데도 작년 밀꽃 앉은뱅이밀에 비해 약간 깔깔한 식감이 있다.

앉은뱅이밀 98% 레시피로 만들었을 때도 색깔만 회색이지 맛은 부드러웠는데 이번은 확실히 백밀 식감은 아니다.

 

 

밀꽃측에서 말씀하시는 걸로 미루어 예전엔 식빵 만든다고 구입한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앉은뱅이밀로 강력분 같은 식감의 식빵을 만들 수는 없지만 우리밀 기준에서의 낮은 부피의 식빵 같은 모양은 만들 수 있으니 그건 문제가 되지 않겠고...

 

 

나는 이번 밀꽃 앉은뱅이밀을 보면서 미국 아이보리 통밀가루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화이트 통밀이라고도 부르는데 통밀이라 하기엔 밝고 강력분이나 중력분이라 하기엔 어두운 입자다.

아이보리 통밀은 밀기울을 적게 넣어서 밝은 게 아니라 품종 자체가 적색밀이 아닌 흰색밀이라서 그렇다.

흰색밀은 글루텐이 적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라 통밀입자로 제분해도 색이 많이 밝다.

 

 

맷돌 제분을 거친 이번 앉은뱅이밀은 여전히 색이 밝지만 통밀스러운 구석이 좀 있다.

통밀이 요즘 없어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아 있었건만 앉은뱅이밀을 섞어 쓴다면 괜찮은 레시피가 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나라는 밀이 주식도 아닌데다 우리밀의 경우, 특히 농가밀은 농장별로 정해진 크기의 입자나 제분 방식에 대해 딱히 정해진 것이 없는 듯하다.

외국은 각 농장마다 원하는 형태의 제분을 매년 균일하게 유지하고 있는 반면, 금강밀도 지금처럼 정착되기 전엔 해마다 제분이 달라서 그해 밀에 적응해두면 이듬해엔 전년도 제빵 스타일을 갈아 엎고 새 레시피를 짜야 할만큼 편차가 있었다.

 

 

우리밀의 대중성이 아직 칼국수나 수제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제빵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년 제분 형태가 바뀌는 일은 아쉽다.

그렇다고 다양한 제분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기엔 양이 적은 것도 문제고...

 

 

여튼 이번 햇밀장에 선보인 제품은 모두 맷돌 제분이고 아직 제분하지 않은 앉은뱅이밀도 남아 있다 들었다. 

농장에서 나머지는 어떻게 제분할지에 대해 나도 정보는 없다.

작년처럼 제분한다면 반가운 일이겠지만 지금 수준의 제분 상태로 레시피를 개발해 보는 것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너무 거칠어서 힘든 그런 입자는 절대 아니니 말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동영상도 올려본다.

어느 분이 노랗게 나왔다고 신기해 하시던데 그건 앉은뱅이밀이 아닌, 루오타 이탈리아 00 밀가루의 특성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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