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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사워도우 레시피

앉은뱅이밀 98% 배합한 사워도우빵

by 필리젬마 2022.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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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뱅이밀 관련해서 예전에도 포스팅이 나갔지만 제빵에 아주 적합한 재료는 사실 아니다.

포스팅은 링크를 참고(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44)

 

 

 

물론 내가 앉은뱅이밀을 싫어해서 하는 소리는 아니고...

논픽션 사워도우 1권 쓸 때도 앉은뱅이밀 많이 썼고 그때 나간 레시피도 98% 앉은뱅이밀 사워도우였다.

지난 7년 사이 나름 더 깨닫고 배운 것들이 있어서 이번에 업그레이드를 하게 됐다.

 

 

 

앉은뱅이밀도 우리밀처럼 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건 아닌 듯하다.

청주 앉은뱅이밀 쓴 지 벌써 7년 전인데 더 이상 일반에게 판매되지 않고 업체에서 자체 생산 및 소비하는 쪽으로 판로를 바꿨고...

진주 앉은뱅이밀은 매년 꾸준히 생산되고 있고, 산아래 우리밀에서 취급하고 있다.

구례 앉은뱅이밀도 잠시 나왔었지만 지금은 생산 중단 상태.

그리고 이번에 사용한 태안 앉은뱅이밀은 농사 규모가 크지는 않은 것 같고 그래서인지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는 느낌.

 

 

 

지역을 막론하고 모든 앉은뱅이밀은 각각 차이가 좀 있으나 제빵성 점수를 낮게 줄 수밖에 없다.

전분이 많아 제과용으로 적합해서 박력분 대신 사용하면 된다.

 

 

 

굳이 제빵성을 따져보자면 소량 섞어 쓰는 용도로는 진주든 태안이든 큰 상관은 없다.

배합이 50% 이상 되었을 때를 가정한다면 진주보다 태안 앉은뱅이밀이 훨씬 낫다.

예전 청주 앉은뱅이밀을 써보고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태안도 거의 청주와 비슷하거나 같다고 생각된다.

유난히 하얀 제분 상태도 그렇고 제빵성도 꽤나 안정적이다.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태안 앉은뱅이밀이 작업성이 좋다해도 금강밀 수준의 작업성은 결코 아니다.

발효종도 만들어 봤지만 첫 날 첫 먹이주기로 완성된 기쁨은 잠시일 뿐, 먹이주기를 거듭할수록 글루텐 분해 때문인지 상태가 계속 나빠진다.

예전에도 썼지만 태안 앉은뱅이밀의 작업성이 좋다는 후기를 모두 찾아보니 예상대로 르뱅까지 앉은뱅이밀을 쓴 케이스는 거의 없었다.

 

 

 

청주 앉은뱅이밀 98% 사워도우 빵은 논픽션 사워도우 vol.1에 실렸었고 이스트를 쓰지 않은 버전이다.

그땐 구하기 쉬웠지만 지금은 구할 방도가 없어 기록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는 레시피가 되어버렸지만 태안 밀꽃 앉은뱅이밀로는 가능하리라 본다.

이번에 비슷한 버전으로 만들되 책에서는 글루텐을 돕기 위해 넣었던 기능성 충전물을 제외시켰다.

 

 

 

< 사전반죽 >

 

100% 발효종(곰표 강력분)   10g

태안 앉은뱅이밀   55g

물   45g

 

 

< 본반죽 >

 

사전반죽 전부

태안 앉은뱅이밀   240g

물   170g

소금   3-4g

인스턴트 이스트   1/32 ts

 

 

* 발효종은 꼭 곰표 강력분 아니어도 된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테스트 때문에 버리기 아까워서 썼을 뿐 개인적으로는 곰표 강력으론 안 키운다.

 

* 이스트 ts 계량 수치는 오타가 아니라 32분의 1이 맞다 (거의 두 꼬집 정도)

 

* 이스트는 발효라기 보다 기공 크기 조절을 위해 넣었다

  그 말이 그 말이긴 하지만 골자는 사워도우 미생물 발효를 방해하는 수준의 많은 양은 안 된다는 뜻

 

* 이스트는 빼도 상관 없지만 식감이라든가 기공 차이는 있다

  이스트 유무와 상관없이 발효 온도에 신경써야 잘 나온다

  적어도 25도 이상, 27-28도까지 ok, 습도는 35% 수준 (습도 50% 이상이면 주의 요망)

 

 

* 발효 1시간 후 늘여접기 1회, 추가로 30분간 발효  

* 성형 후 발효 바구니에 넣고 발효 2시간 (거의 두 배가 될 때까지)

* 230도 예열, 뚜껑 덮고 10분, 210도로 낮추고 뚜껑 열고 25분

 

 

 

 

 

 

바닥에 온기는 약간 남아 있으나 거의 식은 상태일 때 바로 잘라서 냉동실에 넣었다.

우리밀 사워도우는 온기만 살짝 있어도 타르틴 스타일 빵과 달리 바로 밀봉하는 편이다.

물론 그게 가능한 배합으로 우리밀 레시피를 짰기 때문이지 일반적인 흰 빵 사워도우나 호밀 사워도우는 그렇게 일찍 밀봉했다간 습기차고 난리난다.

 

 

 

발효 한 단계가 생략되었음에도, 온기가 약간 남은 상태에서 바로 잘랐는데도 산미가 강하진 않지만 제법 또렷하다.

원래 따뜻할 땐 산미 거의 못 느끼는데...

기공도 미세하게 다 열렸고 식감도 부드럽다.

특히 온기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자르면 떡 식감에 잘 안 잘리는 강력분 베이스 사워도우와 달리 잘도 잘리고 크럼도 뽀송하다.

그만큼 글루텐이 약하다는 뜻.

아무리 새하얗게 제분했더라도 앉은뱅이밀 특유의 회색빛 크럼은 예외없다.

아울러 구움색이 연한 것도 특징.

 

 

 

우리밀은 수입밀처럼 실온에 두고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무조건 냉동 보관이 답이다.

 

 

 

레시피는 합격점, 다음엔 이스트를 생략할까 싶기도 한데 그럴 경우 식감이 약간 무거울 것 같긴 하다.

 

 

 

현재 우리밀 사워도우 제빵을 들여다 보면 타르틴 베이커리 스타일에 우리밀을 끼워넣으려는 시도가 대부분이다.

안 어울린다.

껍질 두껍고 단단하고 저온발효 장시간까지 거치면 크러스트 비중이 더 높아지는데 풍미 죽여준다고 그런 빵을 좋아서 먹는 사람 많지 않다.

 

 

 

나는 맛있는 우리밀 빵을 만들고 싶지 우리밀이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 빵은 만들기 싫다.

수업 시간에도 제발 사명감으로 우리밀 먹지 말라고 당부한다.

거친 입자가 건강에 좋을 수는 있으나 먹기 위해서는 발효 과정이 충분해야 한다.

이스트로 속전속결 끝내는 스트레이트 제빵 방식으로는 거친 입자를 속 편하게 먹기엔 무리다.

신물이 올라오는데도, 위장에서 신호를 보내는데도, 건강에 좋다고 먹는 그런 빵은 신념을 지켜줄 순 있지만 건강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어느 지역 앉은뱅이밀이었는지는 모르나 예전에 테스트용으로 누군가 구워온 앉은뱅이밀 카스테라를 먹고 위장 장애로 며칠 고생했었다.

그후로 앉은뱅이밀은 오로지 제빵, 그것도 사워도우에만 사용하고 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를 일방적으로 가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먹고 난 후 나의 몸 상태를 파악해 보면 답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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