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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사워도우 제빵팁

베이커의 손에서도 나온다는 사워도우 미생물

by 필리젬마 2023.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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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 스타터 미생물은 어디서 날아온 걸까?

사워도우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한국 블로그에 언급했을 때 대부분은 공기 중에서 미생물이 날아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 역시 사워도우를 처음 접했을 때도 밀가루에서 미생물이 나온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술을 담글 때는 일부러 이스트를 넣어 발효시키기도 하지만 사워도우 스타터는 다르다.

주로 밀가루 자체에서 발현되는 미생물을 발효 주체로 삼는다.

 

 

 

사워도우 스타터는 밀가루에 붙어 있는 각종 다양한 미생물의 발현으로 발효가 진행된다.

심지어 사워도우 스타터에만 살고 있는 미생물도 있다.

예전엔 Lactobasillus sanfranciscensis, 요즘은 Fruitilactobasillus safranciscensis라고 부르는 유산균이 바로 사워도우 스타터에만 살고 있는 대표 미생물이다.

 

 

 

이 미생물이 특히 많이 발견되는 곳이 샌프란시스코라서 그 이름이 붙었는데 그 신맛이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모든 사워도우에는 정도의 차이만 있지 이 미생물이 대부분 발견된다고 들었다.

다만 이 미생물이 사워도우 스타터에서 발견되는 유산균 중 가장 지배적인 군집을 형성하고 있는 건 아니다.

 

 

 

Lactobasillus reuteri라는 미생물이 사워도우에서 가장 지배적인 유산균이라고 하는데...

이 녀석들은 다른 종류의 유산균이나 야생 이스트 활동에 대한 항균 작용을 수행한다.

항균, 즉 다른 미생물을 죽이거나 생장을 멈추게 하는 활동을 의미...

이 유산균을 만약 상용화해서 사워도우 스타터 첨가제로 사용하게 되면 빵의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할 수도 있겠다는 내용의 논문도 있다.

 

 

 

여튼 이렇게 다양한 미생물이 공기 중이 아닌 밀가루, 통밀가루, 호밀가루 등에서 스스로 빠져나와 발효에 기여하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이것도 흥미롭지만 베이커의 손에서도 스타터 균이 나온다는 것은 더 흥미로운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손에서 락토바실러스(유산균)과 야생 이스트가 발견되기는 매우 어렵다.

곰팡이균도 크게 잡아 3% 정도에 그친다고 하는데...

베이커에 따라 최고 60%에 이르는 사워도우 관련 미생물이 발견되기도 한다니 그런 손이야말로 사워도우 미생물 세계의 미니어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손은 어떻게 생긴 걸까???

 

 

 

사워도우를 만드는 환경이 당연 스타터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그 환경이라는 요소에 베이커도 포함되어 있다.

실험에 의하면 사워도우 스타터를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다만 만드는 사람만 다를 뿐인 빵 결과물은 그 주인장의 환경을 그대로 닮고 있다고 한다.

스타터를 만드는 사람과 그 사람의 집, 빵을 만들었던 장소가 산미의 정도나 풍미에 영향을 준다는 것.

스타터는 한국식으로 따지면 장맛이다.

장맛, 혹은 김치맛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고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다.

스타터도 마찬가지다.

 

 

 

같은 손으로 만들었으나 미국, 용인, 지금 서울에서 만들고 있을 때 각각의 차이점은 매우 두드러진다.

미국에서 가장 산미가 두드러졌고 용인이 그 다음, 서울에서 가장 마일드한 상태의 스타터가 나오고 있다.

물론 재료도 한 몫 하지만 미국에서 스타터가 발효되는 동안 온 집안을 감쌌던 그 발효 특유의 새콤달콤 산미는 잊지 못한다.

한국인이 기겁할 수준의 산미를 가져다줬던 그 때의 사워도우 빵.

 

 

 

기후변화와 함께 일전에 수입되던 밀가루는 많이 단종되었다.

이젠 선택의 폭도 좁고 선택했다한들 유지시키기도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가장 일반적인 재료로, 가장 산미가 적은 재료로 스타터를 만들게 되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정도의 산미에 포커스를 두고 수업을 하다 보니 내 스타터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가르칠 때마다 산미는 각자 세팅하기 나름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 한가운데에 내 손의 역할도 작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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