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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사워도우 제빵팁

사워도우 식빵의 산미

by 필리젬마 2022.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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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다지 식빵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재작년, 사워도우 식빵 e클래스를 개설하느라 주구장창 구웠더니 한동안 그 맛에 익숙해져 하드 크러스트를 꽤 오랫동안 먹지 않았다.

 

 

 

사워도우로 식빵을 만들 때 이스트 식빵 레시피를 그대로 옮겨오면 안 된다.

대충 비슷하게 버무려서 식빵틀에 넣는다고 사워도우가 식빵으로 변신하는 것도 아니고....

설탕 넣는다고 산미가 가려지지도 않을 뿐더러...

 

 

 

사워도우의 산미는 식빵을 만드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큰 숙제이기도 하다.

사워도우로 만든 식빵인데 산미가 안 나는 건 되레 이상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 나는 게 아니라 거의 모르도록 감추는 것이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산미를 좌우하는 것은 크게 발효종, 발효 시간, 그리고 재료 배합이다.

팁 몇 가지만 풀어보자면...

 

 

 

1. 신맛이 나는 재료는 쓰지 않는다.

 

괜시리 건강 생각한다고 통밀가루 섞고 그러지 말자.

백밀가루도 산미 나오는 판에 사워도우로 식빵 만들면서 기타 곡물 섞는 건 참도록 한다.

식빵 모양으로 구운 사워도우 통밀빵은 식빵이라고 보기 힘들다.... 완전히 다른 맛이다.

 

백밀가루도 유기농으로 아이보리빛을 띄는 것보다 새하얗게 제분한 걸로 고른다.

하드 크러스트에 어울리는 밀이 있고 식빵에 어울리는 밀이 따로 있다.

 

 

 

2. 되도록 발효 시간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발효 시간이 길어지면 산미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식빵틀에 넣어 발효하기 때문에 바구니에 넣었을 때보다 발효 시간이 길어지면서 산미가 강화될 우려가 높다.

 

 

 

3. 발효 온도는 높인다.

 

그렇다고 빵집에서 이스트 제빵할 때처럼 30도 넘기지 않도록 한다.

사워도우는 습도와 고온에 약하기 때문에 27-28도 수준만 유지해도 충분하다.

 

 

 

4. 발효종 양을 늘인다.

 

이건 2번과도 연결되는데 발효 시간이 짧아지려면 발효종 양을 어느 정도 늘여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늘이면 제빵성이 떨어져서 좋지 않다.

사워도우 만드는 작업자들 중 70-80% 이상은 타르틴 스타일의 레시피를 고집하는 것 같던데...

유달리 발효종을 적게 쓰는 타르틴 스타일의 사워도우빵은 샌프란시스코라는 환경적 요인 플러스, 그 베이커(작가)의 개인적인 취향까지 고려가 된 배합이다.

 

어느 배합에나 그 비율이 어울리는 건 아니다.

게다가 그 배합은 강력분 배합의 흰 빵에나 어울리는 제빵 방식이다.

특히 이를 사워도우 식빵에 적용하면 산미 조절 안 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5. 제일 중요한 것, 발효종을 잘 키워야 한다.

 

발효종 산미가 강하면 빵 볼 것도 없다.

완성빵의 8할 이상은 발효종이 말해 준다.

신맛이 나다 못해 쓴맛까지 나면 빵에서도 고스란히 그 맛이 전해진다.

특히 1:1:1 비율로 키우고 있다면, 산미 조절을 발효탓으로 돌리는 건 넌센스다.

 

 

사워도우 식빵으로 만든 프렌치 토스트 / 계란물에 담그면 죽 되는 이스트 식빵과는 차원이 다르다

 

 

 

6. 부재료 배합에 신경쓴다.

 

개인적으로 사워도우 식빵 e클래스를 운영중이기도 하지만 '사워도우'라는 글자 붙었다고 꼭 들어오는 질문이 있다.

"유제품 들어가나요?"

 

 

이스트빵에 유제품와 당류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스트 때문.

이스트가 빵에 들어가면 빵 표면이 건조해진다.

식빵이 부드러운 거지 촉촉한 건 아니지 않나...?

사워도우빵 만들면서 가장 먼저 놀라는 지점이 바로 촉촉한 식감이고 그런 수분감은 절대 절대 이스트빵에서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수분감이 많은 사워도우로 식빵을 만들 때 유제품이나 당이 필요할까?

만약 유제품이나 당을 안 넣고 만들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하드 크러스트랑 똑같아 지는 거지...

아마 식빵틀에 넣었으니 억지로 식빵 모양으로 만든 하드 크러스트? 이 정도로 설명되겠다.

 

 

우유 대신 두유, 버터 대신 오일, 이런 건 어떨까?

우유와 달리 두유는 글루텐 조직을 망친다.

오일은 사워도우 조직을 떡지게 만들기 때문에 양 조절에 신경써야 한다.

버터도 다량이 들어가면 한꺼번에 넣는 게 아니라 발효종 단계부터 차근차근 넣어줘야 하지만!

다행이라면 사워도우에선 이스트 빵보다 버터를 적게 써도 나쁘지 않다는 거다.

대신, 수분과 유분과의 조화를 잘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사워도우 식빵에서 떡식감을 피해갈 수 있다.

 

 

버터 대신 사워크림이나 크렘 프레쉬도 굉장히 좋은 대안이다.

버터 보다 지방은 적으면서 물기가 많기 때문에 조금만 섞어도 효과가 탁월하다.

 

 

한편 당을 많이 넣으면 산미가 해결될까?

그것도 딱히 맞지 않다.

장점이라면 사워도우엔 이스트 빵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단맛을 낼 수 있다는 것 정도?

 

 

전체적으로 유제품의 장점이라 한다면 산미를 많이 감춰준다는 것이다.

다만 적정양을 넘기면 사워도우 특성상 떡질 우려가 크다.

그래서 우유를 물로 전량 대체하기 보다 물과 섞어 쓰는 것이 좋고...

생크림은 농도가 너무 진해서 매우 매우 적게 써야 한다.

 

 

우유 대신 탈지분유를 쓰는 것도 좋다.

우유보다 빵 볼륨도 커지고 발효할 때도 편하다.

개인적으로 국산 탈지분유 맛이 너무 진해서... 그 맛이 빵에서 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잘 쓰지 않는 편...

버터밀크 파우더를 선호하는데 최근 유기농 탈지분유(앵커) 써보니 맛은 괜찮은 것 같다.

 

 

 

**********

 

 

글루텐 프리 식빵이 밀가루 식빵과 완전히 맛이 다른 것처럼, 사워도우 식빵도 이스트 식빵과는 맛이 다르다.

'그것치곤 맛있네'가 아니라 잘 만든 사워도우 식빵은 누가 뭐라해도 맛있다.

 

 

 

기왕지사 더 건강하게 먹자는 생각에 비건+사워도우+식빵, 이렇게 구성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꽤 있는 것 으로 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세 가지 조합을 합치기엔 서로 안 맞는 지점이 있다.

일부 비건 재료를 버티려면 강력분에 이스트 쓰는 게 훨씬 데미지가 적다.

여기에 글루텐 프리까지 덮치면 사워도우와 함께 갈 수 없는 간극도 생긴다.

 

 

 

요새 스타트업 참여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세상에 없던 무언가(라고 착각하는 것)를 만들기 이전에 그게 왜 안 나왔나, 혹은 왜 인기가 없나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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