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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사워도우 제빵팁

사워도우 쿠프의 비밀

by 필리젬마 2022.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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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발효가 쿠프의 비밀이다.

 

 

 

보통 초보일 경우 귀가 쫘악 벌어지는 쿠프가 나오지 않거나 성에 차지 않아 불만일 때가 많다.

나는 그 귀가 뭔지도 모르고 사워도우를 시작했기에 아예 첨부터 쿠프 욕심이랄 게 없었다는 게 맞다.

완전 초보였을 때 내가 관심을 기울인 건 오븐스프링 그 자체였지 쿠프는 아니었다.

 

 

 

초보였던 어느 날 건과와 견과를 넣은 빵을 만들었는데 그다지 내 맘엔 들지 않은 결과물이었다.

그 당시가 우리나라에서 사워도우 1세대가 활동하기 시작한 무렵인데...

그때 알게 된 제빵 전문가들이 그날의 내 쿠프를 보고 "드디어 젬마가 해냈다~"고 평가했다.

그 소리가 뭔지 몰랐다가 가만 들여다 보니 그 빵이 내 빵 최초로 귀가 열린 날이었던 것.

 

 

 

그 전까진 일자형 쿠프보다는 사선이나 바둑판 모양, 그외 다양한 모양으로 쿠프를 넣는 편이었다.

이들은 스트레스가 적은 쿠프이기도 했지만 주로 원형으로 성형했기에 일자형이 맞지도 않았고..

오로지 쿠프 타이밍에 꽂혀 있었던 터라 토끼귀든 뭐든 상관이 없었다.

나중에 돌이켜 보니 이 방법이 맞았다.

 

 

 

쿠프는 일종의 상처다.

빵이 부풀면서 엉뚱한 데 터지지 말라고 미리 생채기를 내주는 것이 바로 쿠프인 것.

이걸 그냥 심심하게 내지 말고 모양도 좀 생각해보자는, 나름 디자인적인 요소까지 들어가서 요즘 제빵에 있어선 아트의 영역이라고까지 감히 말할 수 있겠다만.

 

 

 

쿠프의 깊이, 모양, 재료 선택 등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때나 일자형 칼집낸다고 빵 잘 나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로 쿠프를 설명하기 이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으니 그게 바로 발효다.

발효가 엉망인데 쿠프 깊이가 완벽해본들 아무 소용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성형 및 쿠프 방식 / 쿠프는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나올 때가 제일 매력적이다

 

 

 

장담하건대 발효만 잘 되면 발로 그어도 쿠프는 빵빵하게 열린다.

그래서 초보일 때 제일 필요한 건 쿠프 연습이라기 보다 발효 연습이다.

나도 쿠프 연습이라 할만한 독학 훈련을 시작했을 땐, 발효를 보는 눈을 어느 정도 키운 뒤였다.

 

 

 

쿠프도 사워도우 1세대였던 나같은 사람들이야 터득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요샌 워낙 정보도 많아서인지 초보자들도 토끼귀 쿠프를 금방 완성해내는 편이다.

물론 그것도 재료 바뀌고 배합바뀌면 쿠프 타이밍에 변화가 생긴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 수업 때 레시피가 바뀌면 쿠프 타이밍을 다시 파악하는 데 공을 들이곤 한다.

 

 

 

테크닉은 연습하면 향상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쿠프에 대해 질문이 들어오는 경우, 쿠프 연습이 아니라 발효에 신경쓰라는 얘기부터 먼저 꺼낸다.

빵 단면을 보아하니 발효가 덜 된 상태인데 쿠프 잘 넣어봤자 빵 열리지 않는다.

칼집을 넣었을 때 반죽이 알아서 좌악 벌어지면 결과는 볼 것도 없이 perfect다.

 

 

 

제과는 테크닉이요, 빵은 예술이라는 말을 종종한다.

제과는 주어진 조건을 잘 지키면 그대로 나온다.

그래서 제과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겐 레시피가 신주단지다.

비기가 나가는 순간, 끝이다.

 

 

 

하지만 빵은 유명 레시피 땄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누구는 이탈리아밀 100%로 쿠프는 물론 미세한 기공까지 열리는 빵을 만들지만 누구는 큰 구멍만 뻥뻥 뚫린 빵을 만들기도 한다.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제빵은 쉽지 않고, 특히 복합 미생물의 생리를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는 사워도우는 더 쉽지 않다.

쿠프를 제빵 과정에 속해 있는 여러 단계 중 하나 정도로만 볼 게 아니라 발효를 어떻게 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로서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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