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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사워도우 제빵팁

앉은뱅이밀, 스타터 vs 본반죽

by 필리젬마 2021.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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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이 괜찮다고 우리밀 쪽에서는 나름 평이 자자한 태안 앉은뱅이밀로 스타터를 만들었다.

먹이주기 한 번만으로 배양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기존에 써봤던 앉은뱅이밀과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몹시 들떴었지만 먹이주기를 계속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완성시점이 한밤중이라 사진이 이 모양

 

첫번째 먹이주기, 두번째 먹이주기까지 기공이 크진 않더라도 모두 두 배가 되었고 세번째 먹이주기한 후 간단한 빵을 만들어봤다.

빵이 잘 된다는 소문만 듣고 자세한 내용은 미처 살펴보지 못한 게 문제였던 듯.

발효종은 어떻게 부풀었다 치고... 본반죽은 전혀 빵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10시간 가까이 지난 후 어쩔 수없이 구웠고 결과는 덜발효...

 

 

그제야 여기저기 포스팅한 자료들을 살펴보니 앉은뱅이밀을 스타터로 쓰지 않았다.

내가 기대했던 건 100% 앉은뱅이밀만 사용해서 사워도우가 가능하냐는 지점이었다.

2015년 출판한 논픽션 사워도우 1권에 실린 94% 청주 앉은뱅이밀도 스타터는 우리밀을 쓰지 않았었다(강력분).

이후 온라인을 뒤져 보니 우리밀(금강 통밀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물가물), 프랑스밀로 만든 스타터를 썼다는 포스팅이 나왔다.

결국 예상한 지점을 뛰어넘지는 못한 건가...

 

 

거의 10년 전쯤 앉은뱅이밀로 발효종을 만들었을 땐 제빵 테스트까진 하지 않았다.

남겨둔 사진만으로도 제빵을 왜 안 했었는지 이해는 간다.

 

 

수분량 70% 앉은뱅이밀 발효종 / 제빵 가능한 발효력은 아니다

 

 

이번에 태안 앉은뱅이밀로 작업하면서 예전엔 발견하지 못한 지점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초반에 덜컥 완성이 일찍 된 것까진 좋았지만 키우면 키울수록 두 배가 되지 못하고 점점 더 망가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100% 수분량은 어차피 불가능하기 때문에 처음만 제외하곤 되직하게 만들어서 거듭 먹이주기를 했지만 발효 기포는 너무너무 작고 부피도 두 배가 되지 못하면서 점점 주저앉았다.

 

 

이걸 이론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있을까 싶은데 지극히 개인적인, 내멋대로의 생각을 적자면...

사워도우의 특징인 글루텐 분해가 앉은뱅이밀 스타터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먹이주기 할 때 밀가루와 묵은 발효종, 물을 섞을 시점엔 반죽이 뻑뻑하다가 발효가 완료되고 두 배가 될 시점엔 흐물흐물해지는 현상을 많이 봐왔을 듯하다.

발효가 진행되면서 단백질 분해 효소에 의해 글루텐이 약해진다는 걸 방증하는 현상이기도 할 텐데 기본적으로 근대밀인 중력분과 강력분은 먹이주기 용도로 썼을 때 효소의 작용에도 글루텐이 제법 살아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그 장점 덕에 두 배까지 부풀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

 

 

일례로 통밀가루만 하더라도 말이 밀가루지 밀기울 들어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글루텐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결과적으로 통밀 발효종은 두 배가 되지 못한다(금강 통밀 제외).

글루텐이 더 없는 호밀은 한여름 과발효 아닌 담에야 두 배는 쉽지 않다.

 

 

이탈리아 밀가루 00도 워낙 곱고 힘이 약해서 발효종 기포만 보면 이게 과연 작업이 되겠나 싶지만 워낙 신장성이 좋다 보니 빵 만드는 동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반면 앉은뱅이밀은 작은 기포를 뛰어 넘는 결과물은 내지 못하는 것 같다.

 

 

믈론 태안 앉은뱅이밀은 진주쪽 제품보다 훨씬 더 찰기가 있고 제빵성에 관한한 더 안정적인 건 사실이다.

예전에 잠시 썼던 청주 앉은뱅이밀도 제품의 질이 정말 탁월했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구입이 어려우므로 태안 제품과 비교해 볼 수 없어 아쉽다.

어쨌든 내 기준으론 청주나 태안이나 거의 비슷한 급으로 제빵성 좋은 제품이다.

 

 

나보다 재주 좋은 분들은 앉은뱅이밀 발효종으로 제빵을 하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능력치는 여기까지다.

본반죽 전량은 앉은뱅이밀을 쓰더라도 발효종은 금강 통밀이 가장 최적의 대안인 듯.

앉은뱅이밀 정도의 기포로는 포카치아를 만들어도 퍽퍽할 수밖에 없다.

제과 말고 빵이 되려면 내 기준으론 뭔가 큰 한 방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앉은뱅이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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