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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재료들, 음식들

드미셀 크로깡 버터, 그리고 버터 이야기

by 필리젬마 2021.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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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마켓에서 마리 안느 캉탕 버터를 작년에 질렀다.

무염 2개, 크로깡 1개, 이렇게 세 개 주문했는데 시식 후 크로깡 3개로 할 걸 후회했다.

 

 

사진은 없다.

진작에 먹어치웠고 작년이라서 사진이 없는 게 아니라 뭘 사면 샀다고 사진 찍는 습관도 없다 보니...

 

 

드미셀 크로깡은 버터에 꽃소금 알갱이를 군데군데 박아 놓은 버터다.

닥치고 사워도우나 바게트에 발라 먹어야 하는 버터.

이스트빵에 이 버터는 요즘 애들 말로 에바다.

빵 풍미가 받쳐줘야 버터가 사는 그런 맛이다.

 

 

버터 자체는 우유향이 진하고 고소하며 중간 중간 씹히는 적당한 크기의 꽃소금이 팝콘처럼 입안에 터진다.

꽃소금 하나로 버터맛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호불호 있을 것 같긴 한데 한식 짠 거 좋아하는 분들은 오히려 이게 더 짜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소금간이라곤 반숙 계란밖에 없는, 그나마 이것도 소금 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고 드레싱도 없이 샐러드 먹는 우리집에서는 소금 알갱이가 씹힐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요걸 또 사먹자니 연말이라 배송 밀릴까봐 고민한 사이 벌써 새해 벽두가 밝았는데...

이렇게 식구들이 잘 먹을 것 같으면 한 번 만들어 보잔 생각도 들어서 도전해봤다.

 

 

첫 시도라서 소금 알갱이 크기가 가늠이 안 된 듯... 유리 종지에 담긴 소금 크기면 좀 작은 감이 있다

 

 

재료는 이즈니 고메 버터와 히말라야 핑크 솔트.

집에 꽃소금이 없는데다 행여 있더라도 브르타뉴 출신 소금과 같겠나 싶은 속좁은 생각도 있고...

게다가 작년에 선물로 들어온 무지막지한 사이즈의 핑크 솔트를 보면서 가사 노동에 숟가락 얹는 물건이라 한탄하던 차에 크로깡 버터가 번뜩인 건 내 딴엔 기발했다.

 

 

이즈니 고메 버터 500그램짜리 네 등분해서 냉동 보관 중인데 그 중 한 덩어리 꺼냈으니 대략 125그램.

여기에 기똥차게 굵은 히말라야 핑크 솔트를 막자사발에 넣고 콩콩 몇 번만 두드린다.

사이즈는 천일염 크기보다 작게... 그렇게 해서 1/2ts 정도...

실온에 적당히 둔 이즈니 고메 버터에 핑크 솔트를 넣고 섞은 후 모양을 잡아 냉장한다.

시식해 보니 알갱이가 약간 더 굵어도 괜찮겠고 소금양은 더 적게 하는 것이 임팩트 있겠다 싶다.

서구쪽에 소금 뿌린 크래커나 프리첼, 심지어 마키아또에 소금 토핑도 있는 만큼 이런 맛에 익숙하다면 이 버터는 그야말로 대박이다.

 

 

좋은 버터는 실온에서 금방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예전, 프랑스 지방의 한 농부가 목초 먹이면서 키운 자기네 소고기와 옥수수 사료 먹인 소고기를 요리한 후 각각 프라이팬에 고인 소기름을 냉장 보관했다 비교해준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목초 먹인 소고기는 액체 상태로 찰랑거리는 반면 옥수수 사료 먹인 소고기는 우리가 익히 예상 가능한 그 누릿누릿한 두꺼운 기름이 그냥 쫘악...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버터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다.

 

 

요새는 버터도 다양해져서 안 먹어본 브랜드가 슬슬 넘쳐나는데 발라먹는 용도로는 프랑스 제품을 고르면 어지간히 손해는 안 본다.

이즈니, 이즈니 고메, 뻬이장 브레통, 에쉬레는 수업 때 내놓으면 반응이 빠른 레벨...

몇 년 전에 나온 프리차드 버터라고 프랑스산 제품이 있는데 얘가 또 가성비 하난 좋다.

어느 광고 문구에 나온대로 에쉬레의 저렴한 버전이라고나 할까.

기대 안 하고 샀는데 맛있다... 가격도 착해...

 

 

다만 프랑스산이라고 다 스프레드용으로 적합한 건 아니다.

프레지덩이나 특히 엘르앤비르 고메 버터는 요란한 그 명성이 제과용 범주를 벗어나기 힘든 것 같다.

 

 

버터도 종류별로 써보면 발라먹는 용도, 제과 용도, 제빵 용도로 갈린다.

마카롱 하는 분들에겐 서울우유버터가 인기 있다길래 궁금했는데 얘길 들어보니 마카롱 크림이 단단해져서 작업성이 좋다고 한다.

수업 때 앵커 버터 괜찮냐는 질문도 종종 듣지만 그건 제과나 제빵 용도...

서울이든 앵커든 발라먹기엔 별로다.

 

 

제빵 용도로는 뭘 써도 지장은 없지만 맛있는 버터가 빵 풍미에 확실히 기여한다.

특히 발효버터 쓰면 제과엔 욕 먹지만 빵에 배합하면 풍미 업그레이드에 단단히 한몫 한다.

그렇다고 파스퇴르 발효 버터 쓰는 일은 없도록 하자.

그건 발효 버터가 아니라 가공 버터다.

나 같은 경우 스프레드용으로 좋은 버터 사서 발라도 먹지만 사워도우 제빵할 때도 그냥 쓴다.

 

 

참고로 버터의 색깔이 노란 이유...

목초에서 발견되는 베타 카로틴 색소(노란색)가 소의 지방에 저장되는데 그 색소가 우유 지방으로 옮겨간다.

크림을 처닝하면 물과 지방이 분리되면서 그때 지방에 저장되어 있던 노란 색소가 분리된 지방과 함께 노출되면서 노란색을 띄게 된다.

 

 

생크림으로 여러 번 버터 처닝을 해본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버터는 하~~~얗게 나온다.

생크림이 하얗기 때문에.

그럼에도 서울우유버터가 노란 이유는 아나토 색소 때문이다.

아나토는 씨앗에서 추출한 천연 색소인데 치즈 염색을 비롯 두루두루 쓰인다.

 

 

하다 못해 낙농업 유명세도 없는 미국 생크림도 아주 희지 않다.

그래서 처닝 후 노르스름한 지방 덩어리를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버터를 만들 수 없다.

 

 

외국 거주하는 분들은 생크림(헤비크림)으로 버터 한 번쯤은 직접 만들어 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다.

병에 생크림 넣고 계속 흔들면 팔에 근육이 생기면서 버터와 물이 분리된다.

물은 제빵할 때 쓰면 되고 버터는 제과 용도로 써보시거나 가염으로 만들어 드셔도 좋을 듯.

그런 허접한 버터도 방금 만들었다고 신선함이 남달라서 쿠키 같은 걸 구우면 집안이 온통 버터 향기로 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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