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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재료들, 음식들

프로마쥬 블랑, 딥부터 떡볶기까지

by 필리젬마 2021.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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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마쥬 블랑은 제품을 먼저 접한 것이 아니라 직접 치즈를 만들어 보다가 알게 된 케이스다.

5-6년 전쯤, 발효에 미치다 보니 결국 치즈까지 가게 됐는데 그 당시 수업 땐 간간히 직접 만든 치즈를 가져가서 점심 식사 때 대접하기도 했었다.

쉽게 만들 수 있는 소프트 치즈 위주로 집에서 종종 만들었고 그 중 매력적인 치즈가 독일의 크박, 프랑스의 프로마쥬 블랑이었다.

 

 

 

프로마쥬 블랑은 Fromage Blanc, 말 그대로 하얀 치즈라는 뜻이다.

매우 부드럽지만 미국식 크림치즈 같은 짠맛은 없다.

미국식 크림치즈는 일반적인 다른 치즈와 같은 숙성 기간이 없다.

그래서 프로마쥬 블랑을 먹어보면 크림치즈와는 확연히 다르다.

앞서 말한 짠맛도 짠맛이지만 식초같은 신맛이 아닌 부드러운 산미가 특징.

크림치즈 같은 느끼한 유지방 맛 대신 프로마쥬 블랑은 발효로 인한 산미 탓인지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이 단연 최고다.

크림치즈보다 생소하고 가격은 사악한데다 양도 많아서 요게 계속 수입이 될까 싶은 의구심이 항상 들었었는데 용케 판매는 지속되고 있다.

 

 

 

크림치즈와 같은 강한 신맛, 강한 짠맛이 없어 다소 밍밍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홀로 발라먹긴 좀 심심하다.

그래서 프로마쥬 블랑은 잼과 같이 페어링할 경우 궁합이 괜찮다.

살짝 도는 산미와 가벼운 식감 덕분에 단맛이 강한 잼을 손톱만큼만 얹어도 전체적으로 맛이 상큼해진다.

사워도우를 시작하면 잼을 안 만들게 되는데 묵은 잼이 있거나 잼을 선물로 받게 되면 소비할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

이럴 때 프로마쥬 블랑을 활용해 보는 것도 아이디어다.

 

 

 

연어딥 베이스로 들어간 프로마쥬 블랑

 

 

 

나는 제빵에 버터 대신으로 쓰거나 발라먹는 딥(dip)의 베이스로 주로 활용하는 편이다.

우리밀이나 호밀 사워도우에 프로마쥬 블랑을 섞어 쓰면 크럼이 뽀송뽀송해진다.

보통 사워도우라고 하면 다들 기공 큰 팽 오 르뱅이나 먹기 힘든 고배합 호밀빵만을 떠올리는데 이스트빵에 배합되는 재료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독특한 사워도우빵을 만날 수 있다.

그런 재료 중 하나가 마스카포네 치즈나 프로마쥬 블랑이다.

 

 

 

얼마 전, 싱싱한 연어 초밥을 실컷 만들어 먹고 달랑 두 세 조각 정도 남았길래 갈아서 프로마쥬 블랑과 섞어 연어딥을 만들었다.

모터 고장나기 전의 믹서기는 적당히 갈았는데 요새 쓰는 건 너무 갈아버려서 아쉽긴 했지만 어쨌든...

고작 2-3 조각에 불과한 연어였지만 프로마쥬 블랑 섞으니 미니 잼병 하나 정도 분량은 나온다.

 

 

 

연어 외엔 별다른 재료가 없어서 논픽션 사워도우 vol.2에 실었던 것만큼의 딥은 만들기 어려웠지만 집에 항상 있는 향신료 중 몇 가지 골라서 만들었다.

연어가 비릿하기 때문에 향신료로 강하게 마무리하지 않으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펜넬 한 방으로 마무리해서 그런지 작은 녀석이 사워도우에 척척 발라서 3일에 걸쳐 다 드시었다.

미국에선 보통 크림치즈를 베이스로 많이 쓰는데 그에 비해 프로마쥬 블랑은 더 부드럽고 덜 느끼하다.

 

 

 

최근엔 프로마쥬 블랑을 요상한 곳에도 쓴다.

떡볶이 만들다 보면 고춧가루가 바뀌거나 그날 컨디션에 따라 맵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식구들이 매운 걸 잘 못 먹기 때문에 생크림이 있으면 떡볶기 마무리 할 때 한 숟갈 정도 넣어주는 편...

하지만 생크림이 없어서 프로마쥬 블랑을 떡볶기 국물에 미리 개어서 나중에 넣어주니 맛이 부드러워지는 신세계를 맛봤다.

큰 애 생일에 커리를 만들면서 너무 짜길래 프로마쥬 블랑을 커리 국물에 또 미리 개어서 마무리 때 넣어봤는데...

코코넛 밀크가 없어서 대용으로 썼지만 은근히 괜찮다.

떡볶이도 커리도 시거나 그렇지 않고 부드럽게 녹아 들어 짠맛, 매운맛을 적당히 중화시켜 준다.

 

 

 

프로마쥬 블랑은 여기저기 다양하게 접근해 볼 수 있는 이쁜 치즈다.

 

 

*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한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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