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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사워도우 레시피

사워도우 포카치아, 드디어 이탈리아 밀가루로 만들다

by 필리젬마 2021.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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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다 보니 밀가루 브랜드에 많이 지쳤다.

프랑스 비롱이나 터키 벰탯, 다 맛있긴 한데 한 놈은 대량으로만 팔고 한 놈은 너무 오래 써서 감흥이 없고...

언제부턴가 내 빵에서 맛이 안 느껴지는 단계가 왔는데 그것도 벌써 3-4년 된 것 같다.

그래서 밀가루 좀 바꿔보자고 작년부터 기웃거렸지만 딱히 맘에 드는 것도 없고 맘에 들면 포대로 판다.

그 중 포대로만 팔던 밀가루가 바로 이탈리아 밀가루였는데 벌써 대중화 낌새가 있는지 이젠 소포장을 들여온다.

앗싸.

 

 

세계 핏자 대회에서 상을 받은(들은 얘기로 1등이라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대회에 어떤 상인지 나는 모른다) 우리나라 장인의 에피소드 하나 소개할까 한다.

내가 수업 때 가르친 분이 이 장인에게 나를 소개시켰고 그래서 몇 번 만난 게 전부...

거두절미하고 핏자는 정말 맛있었다.

어쨌든 수강생으로 와서 나에게 배운 지인이 사워도우를 장인에게 가르쳐줬고 결국 사워도우 핏자를 만들었다가 대박이 났다고 들었다.

지인도 같은 가게에서 그후 꽤 오랜 시간 일을 했었다.

내 지인이 벰탯으로 배웠으니 벰탯을 그대로 장인에게 전달했을테고... 여기까지는 추측...

그후 시기는 잘 모르겠지만 이 핏자 가게에 이탈리아 장인들이 와서 같이 작업했단 소릴 들었고 핏자를 벰탯으로 만드는 걸 보고(설마 벰탯만 썼겠냐만 ... 주로 이탈리아 밀가루 썼겠지...) '흥~' ... 그랬다 들었다.

 

 

내 기억에 의존한 에피소드이긴 하나, 핏자를 사실 이탈리아 밀가루로 만드는 건 너무 당연하지 않나.

이젠 이탈리아 밀가루도 들어오는데 열심히 테스트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도 종류가 많아서 일단 카푸토 제품 중 쿠오코로 골랐다.

이탈리아 밀가루 표기는 프랑스, 독일과도 또 다른데 쿠오코는 00다.

00, 0, 01, 이런 식으로 나가는데 숫자가 작을수록 많이 제분해서 하얗다는 뜻이다.

쿠오코는 00라서 색깔이 밝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렇다고 눈처럼 새하얗진 않다.

 

 

70% 발효종

 

이탈리아에 비가(biga)가 발달한 이유로 밀가루 특성을 꼽는다.

리퀴드 타입의 풀리쉬 등으로 만들기엔 너무 물러서 되직한 비가가 전통적으로 많이 쓰였다.

그래서 100% 발효종을 만들려다가 70% 발효종으로 바꿨는데 막상 만들어 보니 탄력이나 유연성이 장난아니다.

ingredients 살펴보면 특별한 첨가제 얘긴 없어 보인다.

구글링 해봐도 이탈리아 밀가루는 왜 두 배가 안 되냐는 질문 꽤 있던데 다음 시도엔 100% 발효종도 해봐야 할듯...

밀가루 특징에 대해서는 조만간 포스팅에 자세히 써보려고 한다.

 

 

 

탄력도 좋고 신장성도 좋지만 막상 갈라 놓고 보니 정상적인 발효에서 보기 어려운 기공이다.

벰탯은 커녕 약하다는 프랑스밀 섞어 써도 이것보단 조직이 무거운 느낌??

쿠오코는 말 그대로 날아갈 것 같은 크럼이다.

득달같이 달려가 밀가루에 적힌 깨알같은 글씨를 읽어보니 soft wheat, 즉 연질밀이다.

이렇게 이쁜 놈이... 나는 연질밀 좋아한다.

 

 

과발효가 아닌데도 과발효 같은 자잘한 기공이 특징.

먹어보면 이게 또 뒤통수를 때린다.

산미? 널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날 선 혓바닥이 아니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맛이다.

단맛? 누가 포카치아에 설탕을 넣겠냐만 도대체 이 맛의 정체는...

밀가루가 달다.

쿠오코가 이 정도라면 지난달 포스팅한 파네토네는 정말이지 이탈리아의 파네토네 전용 밀가루를 쓰는 게 맞겠다.

 

 

 

< 재료 >

70% 발효종 170g* 

이탈리아 카푸토 쿠오코(00) 200g

물 160g** 

소금 4g

올리브 오일 5g***

 

* 먹이주기로 이탈리아 카푸토 쿠오코 00 사용

** 조정수 포함해서 세 번에 걸쳐 나눠 넣음

*** 본반죽엔 5g이지만 성형할 때 추가로 더 사용

 

 

< 소요시간 >

- 30분 간격으로 접어주기 3회

- 1차발효 1시간 반

- 2차발효 2시간 안팎

- 230도 10분(팬 덮고)*, 210 - 220도 20분 

 

* 전기 오븐에 컨벡션 기능이 있기 때문에 포카치아 표면이 들뜰까봐 초반 10분간 팬으로 덮어 두었다

 

 

 

 

비슷한 레시피에 밀가루만 바뀐건데 때깔이 더 반들반들한 건 착각인가...

그동안 심하게 속고 산 듯한 기분이 든다.

비주얼도 만족스럽고 맛도 가볍다.

밀가루가 이렇게 받쳐준다면 내가 극도로 싫어했던 사워도우 치아바타도 가능할 것 같다.

벌써부터 머릿속은 흥분의 도가니.

언제부턴가 레시피 짜는 게 재미 없었는데 한동안 오지게 재미질 것 같다.

 

 

*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한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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