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포스팅했던( outofthekitchen9.tistory.com/58 ) 책, Savory Baking from the Mediterranean 에서 재밌는 조합을 발견했다.
빵 이름은 Italian Nut Bread.
원어로 Pane dei Santi, 즉 성인의 빵, 별칭으론 망자의 빵?!?!
하기사 성인은 모두 별세하셨으니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만.
건포도와 호두, 아몬드는 물론 레몬필과 오렌지필을 넣고, 아니스 씨앗과 심지어 후추까지 넣은!
거기에 설탕과 버터는 덤.... 것도 모자라 올리브 오일도 넣은 상상불가의 빵.
맛있다고 하는 건 몽땅 들어간 종합세트인데 후추는 웬?!?!?!
배합을 잘 맞추면 후추 넣은 빵은 정말 맛있다.
그런데 달다구리에 후추는 미처 생각 못 해본 조합.
냉장실, 냉동실, 찬장 뒤져서 나온 것들이 레시피 재료와 딱 맞아 떨어지진 않는다.
건포도 - ok
호두 - nope! 대신 피칸은 있음
아몬드 - ok
레몬필 - nope!
오렌지필 - nope! 대신 건조 오렌지필은 있음
후추 - yes
아니스 씨앗 - yes
버터 - yes
설탕 - yes 그러나 단맛이 싫어서 꿀로 대체
올리브 오일 - 있긴 한데 버터랑 같이???
올리브 오일까지는 딱히 내키지 않아서 뺐다.
레몬은 사러가려니 귀찮고 오렌지는 일단 건조 오렌지필로 대체... 물론 향은 약하다는 거 안다.
< 레시피 >
100% 사워도우 발효종 100g
유기농 강력분(터키 벰탯) 190g
프랑스 비롱 T110(통밀가루) 40g**
프랑스 포리쉐 T130(호밀가루) 20g**
피칸 25g
아몬드 25g
건조 오렌지필 1/4ts
건포도(설타나 작은 것) 25g
꿀 10g
소금 4g
실온 버터 11g
물 150g (환경에 맞게 가감 필수)
아니스 씨앗 1/8ts
후추 방금 간 것 1/8ts
* 건조 오렌지필은 향이 약하고 레몬필은 없어서 세 줄기 남은 사바통 오렌지필을 쓸어 넣었다
** 원 레시피는 중력분만 쓴다 / 통밀과 호밀은 내가 넣었다
< 소요시간 >
오토리즈 40분
1차발효 4시간 (접어주기 1회)
2차발효 냉장 8시간, 추운 베란다 1시간 30분, 실내 1시간
250도 예열, 240도에서 뚜껑 덮고 8분, 뚜껑열고 230도로 내리고 25분 - 30분
T110을 진작에 다 쓴 줄 알았으나 김치 냉장고 정리하다 보니 어디서 한 뭉치 나왔다.
냉동실에 놔두고 쓰더라도 잘 안 잊어버리는데 요건 너무 깊숙이 있었나 보다.
어쨌든 냄새 맡아보니 별 일 없길래 쓰고 있고...
2차발효는 딱히 계획이 있어서 저렇게 발효한 것이 아니다.
밤 11시 30분에 성형해서 냉장고에 넣었고 겨울이다 보니 아침에 꺼냈을 때 거의 부피 변화 없었다.
그 상태로 남편 출근시킬 때까지 차가운 베란다에 두었고 애들이랑 아침 먹기 전에 실온으로 이동...
그 사이 부피가 커지면서 아침 10시에 구울 준비 완료...
이렇게 된 스토리.
빵 썰자마자 나오는 풍미는 아니스 씨앗... 내 이럴 줄 알았다.
웬만한 향신료는 아니스 당해내지 못한다.
그래서 호밀에 쓰는 재료로 아주 탁월한데 향이 강한 것에 비해 맛이 강하게 나는 것도 아니다.
어릴 적 기침 날 때 먹었던 브론치쿰 같은 향이 나지만 막상 빵 만들고 먹어보면 호밀빵의 경우 호밀의 흙내음을 덮어주고 이렇게 흰 사워도우빵에 넣으면 그냥 상큼한 정도.
일단 후추를 너무 적게 넣은 것 같다... 위 레시피보다 조금 적게 넣었는데 정량이 좋겠다.
어쨌든 예상을 깨고 후추와 아니스 씨앗이 잘 어우러져 꿀과 건포도 단맛에 청량감을 준다.
예상대로 건조 오렌지필은 존재감이 너무 미약해서 레몬과 오렌지가 생길 때를 기약하기로...
피칸도 괜찮고 원레시피인 호두는 맛이 더 강하므로 잘 어울릴 법하다.
버터와 꿀 덕분에 크럼(crumb)이 촉촉하면서도 유럽 단과자빵 특유의 식감을 지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뒷감당은 나중에 하더라도 크럼을 좀 달달하게 만드는 건데 후회된다.
꿀을 더 넣던가 차라리 원래대로 설탕을 조금 넣고 해결해버리는 것도 방법이겠다.
올리브 오일은 원 레시피에 적힌 양이 워낙 후덜덜이라 사워도우 버전에 그대로 넣으면 망할 각인데 줄여서라도 쓰는 게 맞나 아닐까 고민스럽다.
없어도 충분히 맛있는데 넣으면 무슨 맛일지 ...
레시피 짜면 웬만큼 상상이 되는데 이 레시피는 알 수가 없다.
지금 충분히 맛있다 해도 몇 번 더 시도해서 업그레이 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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