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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사업 꾸리기/1인출판 독립출판

1인 출판(독립 출판) 비용

by 필리젬마 2022.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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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을 하면서 두 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한 명은 책 디자인 및 편집을, 다른 한 명은 제본과 후가공을 맡아서 봐주고 있다.

책을 쓰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상상해보는 출판 비용은 거의 망상에 가깝다.

이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 망상은 제본과 후가공 업체를 만나면서 박살이 난다.

 

 

 

1. 어디서 인쇄할 것인가 - 파주 vs 을지로

 

내가 2015년 이후로 함께 일하고 있는 제본 및 후가공 업체 대표 겸 디자이너는 스타벅스는 물론 대기업 상대로 오랜 시간 작업했던 전문가다.

그분의 연결로 만난 인쇄업체 실장님은 을지로에서 작업하는 분인데 나도 세 번째 책 만들다가 알게 되었지만 원래 을지로에 인쇄소가 많이 모여 있었다고 한다.

그 중 대부분이 파주에 출판 단지가 들어서면서 빠져나갔다고...

 

 

을지로와 파주의 차이는 가격이라고 한다.

파주엔 단지가 들어선 만큼 단가가 저렴한 장점은 있으나...

일단 실장님 얘기론 을지로는 한국인, 파주엔 조선족이나 외국인 노동자 위주라고 한다.

특히 파주에선 업체를 잘 만나는 게 중요하다.

약속했던 퀄리티만큼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case by case, 컬러 많고 사진 찍기 더럽게 어려운 빵이 피사체였다는 걸 감안하면 나는 앞으로도 비슷한 종류의 책은 을지로에서 작업할 생각이다.

게다가 인쇄소 실장님이 독일제 인쇄 기계가 너무 고가라 새 것은 못 들이는 대신 독일제 중고를 들여와 작업하시는 중이라 다른 곳에 비해 결과물 하나는 자부하는 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와 달리 소설책 같은 형식의 까만 글 위주라면 파주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향후 내 책이 파주에 보내도 되는 퀄리티라면 싸게 그쪽으로 돌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눈 적이 있어서 어느 곳이 정답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2. 기승전 종이!

 

출판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비용이 인건비일 것 같지만 내가 경험해 보니 종이값이 제일 크다.

인건비는 책이 대박났을 때에 해결할 수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출판사들이 여러 책을 내며 그 중 하나가 해리 포터가 되길 기원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저작권료도 대박이 나지 않은 담에야 찔끔찔끔 몇 십만원씩 들어오는 게 현실이니까.

 

 

 

제본, 후가공, 인쇄비 몽땅 합쳐서 견적을 받고 나면 종이값에 후덜덜해진다.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종이가 비싸다.

게다가 종이는 후불로 사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선불로 지급해야 한다.

그래서 펀딩으로 출판할 때, 텀블벅에서 정산을 해주면 부랴부랴 현금으로 종이부터 구매해야 했다.

 

 

 

원자재값이 폭등한 작년부터는 싼 종이 비싼 종이 구분 없이 다 비싼 상태.

가격 흥정이라도 할라치면 싫으면 그만이라며 인쇄소에서 퇴짜주기 일쑤다.

얼마 전엔 인쇄소와 출판사 위치가 정반대였건만...

 

 

 

텀블벅에서 가령 수수료 떼고 2천만원을 후원금으로 받았다고 치면, 나 같은 책은 1100만원 정도는 인쇄비로 다 들어갔다.

나 같은 책이란, 적당히 두껍고 컬러 많고 사진 그대로를 인쇄가 살려야 하고 종이질도 좋아야 하고 등등..

물론 제본과 후가공 포함한 가격이다.

출판 부수가 많아지면 제작 단가가 낮아지지만 어쨌든 총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막상 영수증 오갈 때 즈음이면 헉 소리 나게 저쪽에서 돈을 가져간다.

당연히 부가세 포함이다... 부가세 10% 붙이고 나면 자릿수 달라지는 건 덤.

 

 

 

실제로도 텀블벅에서 진행하는 종이책 펀딩을 들여다 보면 권당 가격이 비싸다.

최근 맘에 드는 책을 보니 거의 10만원 육박하던데 그것도 책 퀄리티 생각하면 싸게 잡은 편이더라.

내 책도 가격을 더 받았어야 했는데 벌써 7-8년전이지만 그 당시 책값 생각하면 비싼 축이었고, 텀블벅에서 실용서 출판 펀딩이 흔하지 않은 때이기도 했다.

 

 

 

내 책은 어찌 보면 미친 놈이 내는 책이라서 돈 안 따지고 좋은 책 내려고 투자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원가가 통상 책 가격의 반 혹은 그 이상이 되었으니 노답일 밖에.

게다가 작년에 나간 책은 원자재값 폭등으로 원가가 18000원이 넘었다.

손가락 부러져서 계산기 못 누르거나 전두엽을 서랍에 두고 온 게 아니라면 작년 책은 출판해선 안 되었다.

블로그 활동하면서 의리로 만든 책이었기에 계속 진행했던 것 뿐...

 

 

 

보통 수준의 종이질이었으나 원자재값 상승으로 제일 비싸게 샀던 4번째 책의 종이 / 사진 하난 끝내주게 나오는 종이다

 

 

 

그럼 도대체 6-700원대 책은 어떻게 나오는 거냐... 

그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책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은 제본 들어가면서부터 깨진다.

그 가격은 몇 천권씩 찍어내는 대량 생산일 때나 가능한 책 가격이다.

 

 

 

교보문고에도 자가출판 할 수 있는 PubPle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훑어 보니 내가 초짜일 때 생각했던 나이브한 마인드로 만들었다가 놀란 케이스도 제법 있더라.

작은 소품 같은 얇은 책인데 권당 17000원....

6-7000원대 책은 대형 출판사들이나 찍을 수 있는 비용이고 그네들 입장에서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요즘은 대형 출판사도 적자 때문에 텀블벅 펀딩처럼 일정 규모만 찍고 끝내는 경우도 많다.

 

 

 

 

글자가 많고 그림은 없다시피 한 책이라면 내 경우보다 더 저렴하게 비용을 들일 순 있겠다.

하지만 PubPle 서비스에서 보듯, 생각만큼 비용은 저렴하지 않다.

몇 천 원대에서 끝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 큰 코 다친다.

첫 펀딩 때 책 디자인 하는 친구가 계산을 잘못해서, 나도 처음이어서 카더라식의 풍문만 들었다가, 막상 제본이랑 후가공 맡기면서 졸도할 뻔 했던 기억이 있다.

 

 

 

 

1인 출판은 소규모일 뿐, 인쇄 비용은 차등없이 똑같은 적용을 받는다.

10여년 전쯤부터 소규모 인쇄도 해준다는 곳이 많았고 그 말에 혹할 수 있지만 소규모로 찍어준다는 것이지 싸게 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요즘처럼 원자재값 상승 국면에서는 전자책으로도 눈길을 많이 돌리고 있고 텀블벅에서도 그런 경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종이책으로 적합한 책은 전자책으로 나가도 괜찮은데 반대의 경우엔 오히려 질이 떨어져 보일 수 있겠다 싶은 책도 꽤 많다.

100만원으로 1억 만들기, 한 달만에 1000만원 수익내기, 열흘만에 XXX 독파하기 등의 책은 괜히 종이책 고민하기 보다 전자책으로 더 유용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실용서는 작가 특유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없을 경우 종이책에서 싼 티가 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요약 정리식으로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그런 짧은 노하우 위주로 담을 요량이라면 페이지 수 적은 종이책으로 만드느니 비용 저렴한 전자책이 훨씬 유리하다.

 

 

 

전통적인 종이책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소재가 괜찮다면 전자책으로 대박나는 게 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초기 비용이 적어서 인건비나 저작권료를 상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긴다.

현재 준비 중인 책도 당연히 종이책을 염두에 두었다가 요즘은 원자재값 때문에라도 전자책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텀블벅 출판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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