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초보자들이…
“저는 발효가 너무 어려워요.”
…라고 하면 나는 그대로 믿는다.
하지만 이스트빵 숙련자들이…
“저는 발효를 못하는 것 같아요.”
…라고 하면 난 안 믿는다.
외국에 빵 봉사(?)하러 가신 분과 인연이 닿았던 계기도 반죽(kneading) 이슈였다.
빵 볼륨은 기가 막힌데 잘린 단면을 보니 더 기가 막혔던 것.
빵 사진을 보고 가장 궁금했던 건 무슨 오븐 쓰시냐였다.
저런 반죽을 저 높이까지 쳐올리다니 미친 오븐이 아니고서야…
가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메일로 둘 다 젠틀하게 논쟁을 이어갔는데 그분은 발효가 문제라 하셨고 나는 반죽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사워도우빵에서 이스트 제빵의 흔적을 찾지 마세요.”
그분은 갑자기 수긍을 하시며 다시 만들어 보겠다고 하셨다.
그분의 반죽법은 총 8분 동안 저속, 중속, 마무리 고속에 충실한 글루텐 100% 잡기의 정석 그대로였다.
그걸 사워도우에 적용했고 반죽은 예상대로 늘어져버렸고 가상한 오븐 덕에 퐝 터진 볼륨을 얻었으나 갈라보니 터널이 반이었다.
한 1주일이나 갔나... 다시 연락을 주신 그분의 빵은 정말 놀랍기 짝이 없었다.
빠른 시일 내에 문제점을 확실히 해결하신 걸로 미루어 굉장히 빵을 오래하신 분이라는 걸 느꼈다.
그분은 반죽이 틀렸다는 걸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나 역시 많은 걸 배웠다.
BREAD 책에서는 믹싱기를 이용해 2단계에 걸쳐 르뱅빵(사워도우빵) 반죽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1단계는 3분 동안 가장 느린 저속으로, 2단계는 3분 동안 한 단계 올린 느린 스피드로 반죽…
이 과정에서 유의사항 몇 가지를 얘기하는데 그 중 일부만 추리면…
1. 글루텐 100% 잡지 마라.
2. 오토리즈 할 거면 2단계 반죽 시간은 반으로 줄여라.
“The dough will, [..], break down rather quickly if overmixed.”
- BREAD, p. 149
과반죽으로 빵 무너지는 현상은 사워도우가 아니라면 보기 매우 드문 것 같긴 하다.
수업 때 만난 과반죽 케이스 중 오토리즈 안 하는 사람 못 봤다.
오토리즈는 꼬박꼬박 챙기면서 믹싱볼 벽면에 늘어붙기 시작하면 열심히 주걱으로 긁어가며 훅을 돌린다는데 아주 못살게 반죽을 괴롭히는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죽이 되직하면 또 모르겠으나 75% 수분량에 그렇게 반죽기 돌리면 1차발효를 진행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비슷한 케이스의 수강생들이 참여하여 같은 질문을 쏟아냈는데 대체로 요약하면…
- 1차발효를 와인 냉장고나 김치 냉장고에서 진행
- 발효 온도는 6도 - 10도
- 대략 12시간 정도
- 2차발효는 실온
이런 케이스의 마지막 질문…
“제 빵은 왜 이렇게 실까요?”
내 대답은...
“그 온도에서 그렇게 오래 발효하는데 안 시어지고 배길까요…”
추측컨대 인스타에서 돌던 방법인 것 같고 이 방법을 파고 들어가니 비슷한 과정을 겪던데 문제는 반죽이었다.
과반죽을 해버리니 1차발효를 버티지 못하고, 계속 무너지니 성형은 되질 않고, 2차발효 후 납작해지니 오븐에 들어가봤자 비행접시고...
이걸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나온 묘수 중의 묘수가 1차발효 때 와인 냉장고나 김치 냉장고에서 6-10도로 설정하여 냉기를 먹이면서 발효하는 것이었다.
냉장한 반죽은 아무래도 단단하니까 컨트롤이 가능하고, 컨트롤이 가능하니까 성형이 되고, 기공도 괜찮으니 잘 나온 빵 같고, 너무 시다고 누가 뭐라면 사워도우는 신빵이라고 하면 끝...
특히 발효종 신맛이 유난히 강하도록 키우면 과반죽+와인 냉장고 방법까지 결부됐을 때 정말 정말 시게 나온다.
발효 문제는 또 따로 다룰 얘기가 많지만 어쨌든 a rule of thumb을 얘기하자면 1차 저온발효는 안 하는 것이 낫다.
TARTINE도 BREAD도 1차 저온발효에 대해선 언급이 없는데 왜 유독 우리는 사워도우 1차 저온을 가르치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하면 안 된다기 보다 2차 저온이 더 바람직하고 1차 저온을 하려면 그렇게 반죽 많이 하면 안 된다.
오랜 시간 저온에서 버티려면 실온에선 반죽을 거의 안 해야 하고 중간 중간 냉장고에서 꺼냈을 때 접어주기 열심히 해야 한다.
1차 저온이 어울리는 반죽은 바게트처럼 단면이 좁은 빵이다.
발효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다면 반죽(kneading) 과정부터 체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실온에서 발효를 볼 줄 모르면 저온 상태의 반죽은 상태 체크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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