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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책

초목전쟁 - 영국은 왜 중국 홍차를 훔쳤나

by 필리젬마 2020.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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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도우빵의 재료가 될 만한 것이라면 뭐든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종류의 책은 딱 내 취향이다.

곧 출판될 두번째 사워도우 책에 차(tea)를 재료로 만든 빵 레시피를 실었는데 이 책은 차로 인해 벌어진 영국의 제국주의 역사 한 자락을 다뤘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다.

"동인도 회사의 파렴치가 돋보이는 책"

 

 

초등학교 때 읽은 펄벅의 '대지' 중, 다른 내용은 세월 지나 다 잊어버렸다 한들 찻잎을 띄운 차 한 잔에 대한 묘사는 지금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더불어 설탕을 귀히 여기던 묘사까지도... 

얘네들 왜 이렇게 차를 못 마셔 안달인가 했는데 중국 또한 맥주를 마셔야 했던 유럽의 질 나쁜 식수 문제와 매한가지의 상황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얼그레이 티로 만든 사워도우빵

 

 

당시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였던 중국은 녹차, 홍차 할 것 없이 생산 비법을 공개하지 않았고 제국주의 열강들에게 누설되지 않도록 단속에 철저했다.

홍차 수입에 막대한 돈을 지불하던 영국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차를 중국에서 빼내기 위해 식물학자 로버트 포천을 동원한다.

눈 퍼런 이방인 아니냐고 붙잡힐라 치면 넓디 넓은 중국땅에 나 같이 생긴 사람도 있다는 궤변으로 어물쩍 넘어가겠노라, 로버트 포천은 청나라식 변발 가발을 뒤집어 쓴 채 차나무 도둑에 나선다.

 

 

비단 홍차 뿐 아니라 식민지에서 돈 된다 싶은 식물은 그 당시 과학 기술을 총동원하여 어떻게든 원산지에서 제국주의 본국으로 이식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식물학자들의 피눈물나는 각고의 노력을 읽다 보면 제국주의 열강의 탐욕 따윈 어느새 싸그리 잊어버리고 만다.

 

 

씨앗이나 모종을 실어나는 게 뭐 그리 어렵나 싶지만 그때만 해도 냉장 시설은 고사하고 식민지에서 본국까지 배를 통해 몇 달이 걸리는 물자 수송 과정엔 원하지 않는 장벽이 너무 많았다.

곰팡이가 끼거나, 습도가 높아서 죽거나, 무사히 도착했으나 현지 토착화에 실패하거나 등등...

우리가 최고 품종이라 알고 있는 실론티, 네팔 홍차 모두 영국의 눈물겨운 차도둑 과정에서 결실을 본 제품이다.

 

 

여담으로 유럽에 이식하려다 장렬히 실패한 식물이 바닐라, 얘가 비싼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베이킹 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그곳에서만 자란다.

 

 

음식과 역사를 믹스한 책을 좋아한다면 주저없이 추천할 만한 책이다.

'초목 전쟁'은 저자의 필력이 느껴지는(물론 번역도 잘했겠지만), 저자만의 시선으로 홍차를 볼 수 있는 매력이 담겼다.

 

 

이 책을 읽고 비슷한 종류의 책을 알아봤더니 주로 일본 저자들이 쓴 저서들이 꽤 눈에 띈다.

우유, 파스타, 프랑스 음식, 등등등...

나는 일본 저자들이 쓴 이런 종류의 책을 별로 안 좋아한다.

위키 백과를 비롯, 자료 두툼히 던져 주고 정리해서 쓰라고 하면 나오는 요약본 같은 느낌이다.

잘 정리해 둔 참고서 같은 책?

내용만 있고 저자의 얼굴은 없는 듯한 그런 느낌의 책...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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