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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책

라멘 먹으러 왔습니다

by 필리젬마 2022.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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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텀블벅에서 펀딩으로 구입한 책, '라멘 먹으러 왔습니다'.

시장 조사 한답시고 텀블벅에 들어갔다가 요거 재밌겠다 싶어 후원하려고 봤더니 그날이 마지막 날.

 

 

텀블벅을 통해 나도 책을 세 번이나 출판했지만, 그 당시 개인 문집 같은 걸 내는 사람들 빼곤 상업용 출판은 거의 내가 처음이었기에 요즘 텀블벅에서 진행되는 출판을 들여다 보면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웬만한 출판사도 요즘은 텀블벅으로 광고하고 펀딩 성공하면 일반 서점에 뿌린다.

이번에 후원한 라멘 책도 펀딩 성공 후 종이책과 ebook으로 판매 중이다.

 

 

일단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라멘을 시식하고 세세하게 기록을 남긴 치밀함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은 맛집 여행 가이드로서의 역할에 매우 충실했다고 본다.

 

 

간사이, 간토, 큐슈, 홋카이도 등 지방별로 라멘의 특징과 그 지역 대표 라멘 가게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실었다. 

라멘의 이름, 스프 재료, 면의 굵기와 형태, 토핑 등은 물론 가게에 들어섰을 때의 분위기나 서비스에 대해서도 매우 자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심지어 구글 지도 QR 코드까지.

맛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묘사도 매우 정성스럽다.

 

 

라멘을 무척 좋아하지만 쇼유, 미소, 돈코츠가 지식의 전부인 내 허접함이 부끄러울 정도로 탱크 로리에서 물 쏟아지듯 엄청난 양의 정보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래서 읽기 힘들다.

 

 

읽고 있으면 한 장을 못 넘기고 생각이 딴 곳으로 샌다.... 나만 그럴 수도.

한 장 넘기면 라멘, 또 한 장 넘기면 라멘, 주르륵 넘겨도 라멘.

한 가지 라멘을 읽고 다른 라멘으로 넘어가는 순간, 앞서 읽었던 내용은 머리에서 모두 증발해 버린다.

 

 

 

이 책은 나처럼 독서를 목적으로 구입하면 곤란할 듯하다.

온라인 서점 카테고리가 말해주듯 여행 정보에 최적화 된 책이다.

라멘이라는 은하수를 건너는 히치하이커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두툼한 가이드다.

 

 

 

내가 이 책을 후원한 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저자의 방대한 데이터와 노력에 눈이 갔기 때문인 것 같다.

여행 좋아하고 맛집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스프 농도, 간맞춤이 소금이냐 간장이냐까지 상세히 적어둔 이 책이 매우 고맙지 않을까.

 

 

물론 지금같은 코로나 시국에 여행이란 매우 요원한 얘기이긴 하다만...

이런 분위기가 천년만년 갈 것도 아니라면 언젠가는 식당 옆자리에 이 책을 두고 면발을 주욱주욱 땡기고 있는 각자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 누가 알까.

 

 

500 페이지가 넘고 두께에 비해 책이 작아서 펴놓고 읽을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

그게 싫어서 내 책 출판할 때 돈 들여(일종의 돈XX) 실 제본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아마 이 책은 페이지 수로 보건대 실 제본 했다간 인쇄비 폭탄 제대로 맞을 것 같긴 하다.

많은 라멘 정보가 담긴 책, 독서용은 아니지만 라멘 맛집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볼 만한 가치는 있다.

대신 그 정보가 너무 자세하고 너무 많다는 것이 약간 버거울 순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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