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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제과 재료 팁

난해한 연구 대상, 금강 통밀

by 필리젬마 2021.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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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판된 논픽션 사워도우 vol.2에 금강 통밀빵을 실었는데 엄청난 스트레스 끝에 나온 만큼 매우 아끼는 레시피다.

원 레시피는 프랑스 비롱 T150 통밀가루로 만들었기에 스트레스가 더 컸다.

왜냐... 원 레시피가 정말 빵 잘 나오고 맛도 기가 막혔기 때문에 결은 다르지만 금강 통밀로도 멋진 통밀 사워도우빵을 만들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금강 통밀을 쓰다 보면(이스트빵 만드시는 분들은 어떻게 쓰시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고민에 봉착한다.

반죽에 많이 넣고 싶은데 많이 못 넣겠다.

스톤 그라운드 방식이라 입자가 굵어서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글루텐에 부담에 준다.

소량 넣는 셈치고 쓰기엔 통밀 이름이 아깝고 통밀빵으로 만들자니 밥스 레드밀 수준으로 넣으면 빵이 망한다.

 

 

 

작년에 우리밀 테스트 하면서 발효종 만들다가 금강 통밀을 사용했는데 큰 노력 없이도 두 배로 부푼다.

반죽 섞을 때부터 느껴지는 쫀쫀한 글루텐과 무게감에서 오는 손맛이 괜찮다.

5년 전에 썼던 금강 통밀도 이랬나 싶을 정도다.

웬만한 우리밀 발효종으로 실패하는 분들은 금강 통밀로 시도해 보시라 권한다.

나는 하루만에 완성했다.

잘만 만들면 냄새도 흰 밀가루 발효종 저리가라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게 환경을 너무 예민하게 타다 보니 그런 냄새를 오래 유지하기도 어렵고 다시 만들어도 꼭 그 향기가 난다는 보장도 없다.

 

 

 

10여년 전, 5년 전, 최근 썼던 우리밀이 그 사이 조금씩 달라진 부분은 분명 있고 정확한 데이터를 내지 않아 얘기할 수준은 못 되지만...

그 사이 제분 기계가 바뀌었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금강밀에 변화가 있는 건 분명 그 영향도 있을 것 같다.

한동안 샘플로 모아 온 우리 호밀 입자도 완전히 정착되기 전까진 다크라이와 미디엄 라이 사이를 왔다 갔다 했었으니까.

 

 

 

프랑스 비롱 통밀인 T150을 쓴 지 한 3년 된 것 같은데 입자를 볼 때마다 우리도 이런 제분을 참고해 볼만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스톤 그라운드 같지 않다고 의심하는 밥스 레드밀 통밀 입자와도 다르다.

확인할 곳은 없지만 롤러식 제분 같은 비롱 통밀 T80, T110, T150.

겉껍질을 약간 넓적하게 깎아내고 다시 백밀과 섞은 듯한 T150 입자는 정말이지 환상이다.

포스팅 outofthekitchen9.tistory.com/51 에도 썼지만 스톤 그라운드가 무조건 건강에 좋은 것도 아니라면 비롱 통밀같이 제분해 보는 것도 제빵성 측면에서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 같다.

 

 

 

교묘하게 떨어진 햇빛 자국이 꼭 밀가루 묻은 것 같다

 

제분은 그렇다치고...

논픽션 사워도우 vol.2에 실었던 금강 통밀빵을 여러가지 버전으로 시도해 보려고 노력 중인데 쉽지 않다.

금강 통밀과 플랙씨드밀을 결합하는 건 우리밀 싫어하는 분들에겐 약간 오버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격한 시도였다.

하지만 플랙씨드밀(플랙씨드 간 것)의 강한 풍미가 금강 통밀 특유의 냄새와 적당히 충돌하면서 고소한 견과류 풍미를 확 끌어올렸다.

플랙씨드는 풍미도 풍미지만 제빵성이 남다른 재료이기에 어떤 빵에 넣어도 50%는 접고 들어간다.

 

 

치아씨드도 젤리화 특징으로 인해 플랙씨드를 대신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풍미다.

치아씨드는 때론 고맙게도, 때론 안타깝게도 별다른 풍미가 없다.

아무런 맛이 없기 때문에 풍미로는 쓰기 어렵고 내겐 늘 기능성(?) 재료일 뿐.

 

 

위 사진은 이번 논픽션 사워도우 vol.2 금강 통밀빵에서 플랙씨드밀을 빼고 허브향의 나이젤라 씨드를 넣어봤다.

예상깨고(?) 예상된 맛이다.

금강 통밀에 깔려 죽을 것 같은 풍미가 난다.

나이젤라 씨드가 확 묻히고 어디론가 증발...

예상대로 식구들 반응이 좋지 않고 예상대로 금강 통밀은 셌다.

 

 

 

흙내음 가득한 금강밀.

신맛이 남다른 통밀.

이 둘이 결합된 금강 통밀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야 할지 계속 숙제가 생긴다.

내 만족에 레시피 짜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수업에 오실 분들, 책을 보실 분들을 생각하면 한쪽으로 기울어진 밀가루 시장에서 금강 통밀도 괜찮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노력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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