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밀을 쓰다 보면 제분 방식에 대해 상식선에선 알고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수업 때 관련 질문이 나오면 간략하게나마 알려드리는데 나도 제분 회사에 근무하는 건 아니다 보니 상식 그 이상을 벗어나는 범주는 알지 못한다.
나처럼 실제로 밀가루를 소비하고 테스트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알면 좋을만한 제분 방식을 간단히 정리하려고 한다.
수입 통밀을 구입하다 보면 겉봉지에 적혀 있는 스톤 그라운드라는 표현을 곧잘 보게 된다.
쉽게 말해 맷돌 제분 방식인데 그야말로 통밀 통곡을 그대로 내리찍어서 만들기 때문에 배아, 밀기울도 모두 같이 제분하게 된다.
밀의 영양소가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건강한 통밀가루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롤러식 제분은 약간 다르다.
맷돌 제분에 비해 힘이 약하기 때문에 롤러 하나를 통과한다고 통밀가루가 바로 다 갈리는 게 아니다.
나도 기계는 못 봤지만 설명을 참고해보면... 롤러 하나 통과하면 껍질 좀 벗겨지고, 그 다음 롤러 통과하면 껍질 제거되면서 배젖도 으깨지고, 그 다음 롤러 통과하면 배젖이 더 잘게 부서지고... 이런 식이다.
예전, 우리밀 제분에 대해 초창기 참고할 만한 얘기를 들었는데... (이게 아마 롤러 방식이 아닐까 나름 의심되는데 나도 확신은 없다.)
밥스레드밀 통밀 입자를 보고 우리나라 제분소에서 이건 맷돌로 제분한 방식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고 들었다).
미리 껍질을 벗겨두고 흰 배젖 부분을 따로 제분한 다음 적절히 섞어서 제품화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었던 것.
외국 제분소에 직접 가서 보지는 못했지는 이 말에 일리는 있다.
밥스레드밀은 통밀 함량이 높아도 빵이 굉장히 잘 되지만 같은 미국산이고 스톤 그라운드라는 표현도 똑같은 타 브랜드는 빵에 많이 넣을래야 넣을 수가 없다.
확실히 밥스레드밀은 통밀이라 해도 글루텐이 좀 더 살아있다는 느낌?
이에 지지 않는 제빵성을 보여 준 통밀가루가 바로 비롱 T150 이었는데 배합할 수 있는 %를 높이더라도 제빵이 아주 탁월했다.
관련해서 부재료에 대한 설명이 궁금하다면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95 를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어찌됐든 두 가지 방식으로 제분한 통밀가루는 육안으로 제법 식별 가능한 편이다.
스톤 그라운드 방식의 통밀 입자는 거칠고 고른 편인데 (내 생각에) 롤러 방식으로 예상되는 입자는 흰 밀가루 입자와 살짝 벗겨낸 밀기울이 따로 노는 편이다.
프랑스 비롱 T150 입자가 딱 후자에 해당되는데 빵 만들어 보면 금강 통밀, 검은밀, 혹은 미국 브랜드의 스톤 그라운드 통밀(밥스 레드밀 제외)과 확실히 구분된다.
T150 통밀가루나 밥스 레드밀 통밀만으로 사워도우빵을 만들면 여전히 빵 볼륨이 좋고 기공도 잘 살지만 스톤 그라운드 방식의 통밀로 사워도우빵을 만들면 조밀하고 구멍 뚫린 납작한 빵이 나온다.
구글에서 스톤 그라운드 통밀빵을 검색했을 때 지독하게 못생기고 텁텁해 보이는 단면, 조밀하면서도 더러 놀란듯한 구멍 뚫린 빵을 보게 된다면 가장 정직한 스톤 그라운드발 통밀 사워도우라고 할 수 있다.
스톤 그라운드 통밀가루는 글루텐을 철저히 방해하는 입자라서 볼륨보다 풍미 증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
그런 뻑센 빵을 만들어서 식구들더러 건강 생각하라 들이밀면 엄마 무서워서 한 입은 먹어도 그 이상은 못 먹는다.
게다가 위장 약한 분들은 소화시키기 쉽지 않은데 여기에 딜레마가 좀 있는 것이...
통밀빵은 원래 발효가 빠르고 오래 발효시키면 신내가 작렬하기 때문에 왕성한 통밀 발효종을 넉넉히 사용하여 빨리 발효시키고 저온 발효는 안 하는 것이 좋다.
스톤 그라운드는 발효 시간이 짧으면 충분히 수화된 상태 혹은 소화시키기 좋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통밀 함량이 높을수록 스톤 그라운드 방식은 섭취에 부담이 된다.
그래서 논픽션 사워도우 vol.2에 실린 금강 통밀빵은 발효종 이외 통밀은 전량을 불려서 소화를 돕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면 빵이 보드랍게 나온다.
우리에게 익숙한 밥스 레드밀은 겉포장에 스톤 그라운드라고는 적혀 있으나 100% 스톤 그라운드 같지는 않다.
통밀빵을 만들어 보면 해외직구로 구할 수 있는 다른 미국 브랜드 스톤 그라운드 통밀과 완전 다르다.
기가 막히게 기공도 잘 나오고 볼륨도 좋은데 스톤 그라운드에서는 보기 힘든 특징이다.
보통 이 정도 얘기까지 나오면 스톤 그라운드가 훨씬 건강한 제품이라고 단정 짓기 쉽지만 실상 들여다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스톤 그라운드는 제분 온도가 관건인데 그 이유는 제분 온도가 높아질 경우 영양소가 파괴되기 쉬워서 그렇다.
우리의 예상을 깨고 스톤의 온도가 무척 높고 영양가 없는 밀이라고 폄훼하는 롤러 방식의 제분보다도 온도가 훨~씬 높다(90도 vs 35도).
스톤 그라운드 방식은 기계에 머무르는 시간도 길어서 실제로 아미노산이나 건강에 좋은 지방의 손실이 꽤 크다.
뭐든 한 쪽이 좋다고 쏠리는 건 그다지 좋을 게 없는 듯하다.
예전에 덧글로 이런저런 답을 해드리다가 입자가 너무 거칠면 억지로 드시지 말라고 쓴 적이 있었다.
아마 앉은뱅이 백밀로 만든 카스테라 먹다가 소화 장애가 왔던 내 경험을 썼던 것 같은데 질문 주신 분은 신물이 넘어와도 건강하다길래 금강 통밀을 써왔다고 하셨다.
현재 금강 통밀 제분은 그 당시와 분명 달라졌지만 사워도우에 안 쓰고 이스트빵에 넣으면......?
아마 내 위장으론 소화가 쉽지 않을 듯하다.
속이 안 좋은 분들은 충분히 발효 시간이 긴 빵을 드시고 제과 용도로 그런 재료는 안 쓰는 것이 좋다.
우리가 현미를 잘 먹어야 하는 것처럼 스톤 그라운드 통밀도 비슷한 이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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