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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제과 재료 팁

난(naan), 아타 통밀가루 그리고 짝퉁

by 필리젬마 2021.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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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인도 음식이 본토 맛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 인도 식당에서 난naan을 먹을 때마다 미국 인도 식당이 본토에 가깝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느 나라 음식이건 다른 나라에 들어가면 현지화되기 마련이지만 커리맛은 그렇다 치고 우리나라 난naan은 글루텐을 억~~~수로 잡아서 가죽처럼 질기다.

 

 

최근에 남편이 인도 커리를 건대에서 배달시켰는데 사모사도 제대로고(다른 데서 먹은 건 감자는 오데가고 양배추만 가득...) 커리도 달지 않았다.

바스마티 쌀까지는 차마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니 오케. 어디든 한국쌀 고두밥으로 지어서 파니까...

하지만 난naan은 정말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한 조각 남은 난을 두고 애 둘이서 양쪽 잡아 당기며 서로 먹겠다고 다투는데 안 끊어진다.

이게 고무줄이 아니고 뭬야!!!

 

 

미국에서 만난 인도 친구에 따르면 난은 인도 가정에서도 굽기 힘든 빵이라고 한다.

하긴, 화덕(탄두르) 벽에 붙여서 굽는 빵을 집에서 무슨 수로 굽겠나.

어릴 땐 인도 집집마다 탄두르가 있어서 날마다 탄두르 치킨과 난을 굽는 줄 알았었다.

친구는 집에서 로티(roti)라고 하는 납작빵(flat bread)을 구워먹는다고 했다.

남편의 연구소 기숙사에서 인도 학생이 로티 만드는 걸 어깨 너머 구경한 적이 있었다.

난보다 더 얇고 구워지면서 생기는 버블도 더 작았다.

로티는 난과 달리 팽창제(이스트나 베이킹 파우더)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이랑 내가 커리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어느날 남편이 인도 마켓에 가서 밀가루를 하나 집어와서 나더러 만들어 달라 한 적이 있었다.

그때가 신혼이고 아무 것도 모를 때인데 쿠킹 유튜브도, 쿠킹 블로그도 없던 시절, 수제비처럼 반죽하고 오븐에 굽다 대실패로 끝났다.

덕분에 그 밀가루 생김새에 대해서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 완전 실패는 아닌 듯.

 

 

로티와 난naan은 아타(atta)라고 하는 인도 통밀가루로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그때 그 밀가루는 약간 어둡고 거칠어서 백밀가루와는 사뭇 질감이 달랐다.

아타밀은 차키(chakki)라고 하는 스톤 그라운드 제분기를 이용해서 제분한다.

지난번에 스톤 그라운드와 롤러 제분기 차이에 대한 포스팅에도 적었듯이 스톤 그라운드의 제분 온도가 롤러보다 더 높아서 영양소 파괴가 생각보다 많다고 했었다.

차키 제분기도 온도가 높아서 제분 도중 손상 전분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롤러식 제분 온도보다는 낮다고 한다.

 

 

손상전분이 발생하면 빵 글루텐 조직을 제대로 만들 수 없게 된다.

그런 밀 특성 때문에 인도에서 아타밀로 만드는 빵은 모조리 납작할 수밖에 없는 것.

인도 아타밀로 미국식 통밀빵을 만들면 썰 때마다 부서지고 크럼이 퍽퍽하게 나온다.

 

 

수업 때 안 되는 밀로 안 되는 볼륨을 자꾸 만들려고 하는 분들을 뵐 때마다 늘 드리던 얘기가 있었다.

프랑스 바게트 높이가 왜 거기서 끝이겠나, 치아바타와 핏자는 왜 납작하겠나...

유럽의 제분 기술이 달리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질적으로 낮은 글루텐 때문이다.

프랑스밀이 유명하긴 해도 밀 글루텐이 인위적으로 조금이나마 포함되어 있다.

이탈리아에서 비가(biga)가 나온 이유도 글루텐이 약한 밀을 사전반죽으로 커버하기 위해서였다.

 

 

아타밀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강력분으로 찰지게 반죽하면 먹기 좋게 찢어지는 인도식 난이 아닌, 애들이 서로 먹겠다고 줄다리기를 해도 끊어지지 않는 고무줄 난이 나오게 된다.

습관적으로 글루텐을 많이 잡는 우리나라답게 두께감도 없는 플렛 브레드를 글루텐 껍질로 만들어 놓을 때마다 식당 찾아가서 이건 아니라고 설명해 주고 싶을 정도.

미국에서 먹었던 난도 진짜 아타밀로 만들었을 리 만무하나 백밀가루만 들어간 식감이나 글루텐 조직은 아니었다.

 

 

여러가지 난naan 레시피를 훑어보고 공통적인 배합을 뽑고 이런저런 수정을 가한 후 우리집에서 먹고 있는 난naan 레시피 특징은 이렇다.

 

1. 중력분 혹은 강력분만 쓰지 않고 듀럼과 금강 통밀 첨가

2. 이스트 냄새가 싫어서 양을 많이 줄여 발효 시간을 늘리는 쪽으로 변경

   원래 난은 이스트로 만드는 게 아니라고 한다만 전통적으로 뭘 썼는지 자료 찾기가 매우 힘들다

3. 베이킹 파우더를 같이 쓴다

4. 요거트와 버터(혹은 기 ghee)는 반드시 배합

5. 무쇠팬 필수

 

 

 

이렇게 만들면 fluffy하고 주욱주욱 찢어지면서도 글루텐이 과하지 않은 난이 나온다.

통밀과 듀럼가루를 좀 더 늘여도 될 것 같은데 그럴 경우 금강밀 통밀로 무조건 배합량을 늘리긴 어려울 것 같다.

입자 특성 때문에 발효가 짧은 이스트빵과 아주 조화롭지 않을 것 같으니 적정선을 찾던가 밥스레드밀을 추가로 넣어주는 방향도 나쁘지 않겠다.

 

 

난naan 레시피를 찾아보면 베이킹 파우더를 넣는 쪽, 이스트를 넣는 쪽, 둘 다 넣는 쪽으로 갈린다.

일단 난에서 이스트 냄새가 많이 나는 건 굉장히 거북스럽다.

그래서 아예 베이킹 파우더를 선호하는 부류도 있다.

베이킹 파우더와 이스트를 같이 배합하는 레시피도 꽤 많은데 일단 이스트 냄새를 없애는 것이 목적인 것 같긴 하다.

물론 제과 만들어 보면 막 만들었을 때 나는 베이킹 파우더나 소다 냄새 장난 아니긴 하지만...

어디선가 글에 베이킹 파우더를 넣으면 조직이 더 부드러워진다고 읽었는데 외국 블로거가 쓴 그 글에 뭔가 과학적인 설명이 없어서 이 부분은 신빙성이 있는 얘긴지 알 길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찾아봤지만 딱히 내가 원하는 답을 주는 설명은 현재까진 못 찾았다.

 

 

어쨌든 나도 두 가지를 섞어 쓰는 레시피를 사용 중인데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사진은 없는 관계로 난naan 레시피는 나중에 포스팅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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