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이탈리아 밀가루를 쓰면서 불현듯 들었던 생각 하나.
스메그, 우녹스, 지에라, 베닉스...
하나같이 이탈리아 오븐인데 제과 용도로만 판매하기 위해서 만든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잠깐 갖고 있었던 지에라 이외에도 우녹스, 스메그, 베닉스 등 이름 있는 컨벡션은 클래스 포함 이런저런 이유로 다 써 본 경험이 있다.
컨벡션 오븐을 다시 테스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그렇게 작년부터였고...
특히 이탈리아 밀가루가 이탈리아 브랜드 컨벡션 오븐에 잘 어울릴거란 막연한 확신같은 것도 생기기 시작...생각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이탈리아 밀가루의 특징은...
1. 글루텐이 약하다
2. 글루텐이 약하니 오븐스프링이 작다
3. 글루텐이 약하니 수분 흡수율이 낮다
4. 구움색이 연하다
컨벡션 오븐의 특징은...
1. 오븐스프링이 작게 나온다
2. 열풍이 세서 구움색이 빨리 나고 진하다
3. 열풍 때문에 크러스트가 두껍게 구워지고 씹기 힘들다
4. 재료 배합에 따라선 떡식감이 나오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컨벡션 오븐의 특징에 열거된 문제점은 북미산 강력분 때문에 비롯된 것들이다.
한국에선 고가의 유럽산 컨벡션 오븐을 들인 후 밀가루는 주로 마트에 널린 북미산을 쓴다.
유기농으로 알려진 호주산이나 터키산도 종자가 HRW(적색 경질 겨울밀)이기 때문에 북미산보다 글루텐이 약하다 해도 컨벡션에 크게 어울리는 재료는 아니다.
그나마 프랑스밀을 쓰면 컨벡션에 찰떡 궁합인데 이유가 글루텐이 약하다는 것도 무시 못할 듯하다.
컨벡션 열풍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오븐스프링의 크기는 프랑스밀이나 이탈리아밀 정도가 적당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연약한 프랑스밀엔 제분할 때 활성 글루텐을 첨가하고(통상 0.2% 정도) 이거 넣었다고 제빵성 확연히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얘기하면 또 엄청 길어지니까 패스.
여튼 프랑스 빵이 잘 나온다면 이탈리아 빵도 비슷한 특징이 있으므로 결국 오븐에 적합한 레시피가 따로 있으리라 생각한 게 작년의 일.
한편 컨벡션에서는 수분량이 많은 반죽은 떡빵이 되기 일쑤다.
이것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재료 선택이 잘못 되어서 그렇다.
수분 흡수율이 좋은 북미산 강력분에 수분 있는대로 먹이면 열선 오븐은 구워도 컨벡션으론 감당이 안 된다.
굽는 동안 그 많은 수분이 컨벡션 열풍에 의해 제거되지 않기에 결과는 떡빵...
이번 스메그 올인원 오븐 테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열선이다.
상하단 열선을 추가한 모델이라고 듣긴 했으나 솔직히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예전에 지에라 모델도 상하단 열선이 있었지만 다른 포스팅에도 이미 썼듯이 열선은 주력이 아니기 때문에 컨벡션을 꺼버리면 열선만으로 오븐을 돌리는 건 매우 무리였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 모델의 경우 컨벡션을 꺼도 온도가 유지되었고 그 바람에 하드 크러스트의 스팀을 어떻게 향상시키면 되는지 기가 막힌 방식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 일부러 버터와 꿀, 삶은 감자, 치즈 조합으로 컨벡션에서 약간 떡식감이 나오도록 배합을 짜보기도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이탈리아밀과 컨벡션의 궁합이 매우 좋다.
좀 더 테스트 해야할 부분이 많긴 하지만 일단 몇 번 해본 결과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아직 사워도우는 구워보지 않았으나 무게나 크기를 조금 줄여서 테스트 해보는 게 좋을 듯하다.
(나중에 테스트 해보니 굳이 사이즈 줄일 필요 없이 잘 구워진다)
짧은 시간 동안 사진 촬영 및 인터뷰 준비 하느라 여러 종류의 빵을 굽지 못했지만 제일 어려운 하드 크러스트는 물론, enriched bread 종류를 이탈리아밀 베이스로 구워보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이후 작업은 큰 무리없이 진행될 것 같다.
앞으로 한 달에 두 개 정도씩 레시피가 나올 예정이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각자 컨벡션 오븐에 적절히 적용해 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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