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워도우/사워도우 제빵팁

작은 기공도 죄가 되나요?

by 필리젬마 2020. 5. 15.
반응형

 

 

지인이 기공 작은 빵을 구워 판매하다가 소비자로부터 아쉬운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충분히 설명을 들은 소비자도 수긍했다는 얘길 들어서 다행이었지만 보는 기준이 ---기공인 같아 씁쓸했다.

지인이 굽는 빵은 기공이 작게 나오도록 짠 배합인데 재료 특성 때문에 기공이 작은 빵이 정상인 경우도 있지만 큰 기공을 일부러 작게끔 만들 수도 있다.

 

 

사워도우라고 하면 기공 빵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99%.

특히 통밀빵, 호밀빵 수업 재료에 따른 기공 차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해 드리는데 귀가 숙제빵 굽고 나면 수업 얘기 홀라당 잊어먹으시고 이러냐고 문자 날아오는 경우도 흔하다.

기준이 모두 타르틴 책에만 맞춰져 있어서 그런 아닐까 한다.

 

 

타르틴 스타일의 빵은 기공이 크다. 왜냐?

1. 수분량이 높다

2. 글루텐 질이 좋은 강력분 베이스

 

 

1번과 2번은 서로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깊게 관련되어 있다.

수분량이 높기 때문에 강력분을 써야 하는 것이고, 강력분을 쓰기 때문에 수분을 많이 넣을 있는 것이다.

 

 

독일 중력분 + 타르틴 스타일 사워도우 = 듣보잡

 

 

독일밀은 우리밀 입장에서도 넘사벽이다.

독일인들이 호밀 사워도우를 먹는지, 백밀로 브레첸을 먹는지 독일 중력분 써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저건 기공이 아니라 구멍이라 부르는 게 맞다.

 

 

재료에 대한 감각이 없을 때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찍어둔 사진들 중 하나인데 지금 같으면 독일 바우크 중력분으로 저런 레시피는 안 짤 것 같다.

구멍난 빵은 못생겨서 맛없 아니라 진짜로 맛이 없다.

 

 

독일 스펠트 1050에 타르틴 방식을 적용한 망빵

 

 

사진같은 빵은 기공이 나왔다라는 표현보다 열에 놀라 뚫렸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타르틴 스타일을 스펠트에 억지로 구겨넣은 셈인데 독일이나 네덜란드 레시피 살펴보면 스펠트 단독 사워도우는 매우 드문 편이다.

(사워도우에 딱히 타르틴 스타일이란 게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TARTINE 책으로 유명해진 강력분 베이스의 기공 큰 사워도우빵이 워낙 작업자들 사이에서 대세다 보니 편의상 그렇게 부르게 된다)

 

 

독일 스펠트(딩켈) 1050으로만 만든 식빵 스타일의 사워도우 / 이런 사워도우도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 

 

 

스펠트 사워도우를 만들고 싶다면 타르틴 스타일과는 아예 거리를 두는 것이 답인  같다.

글루텐 적고 풍미도 없지만 건강에 좋다는 스펠트를 유럽인들은 통밀이나 호밀과 섞어 미쉬 브레드 스타일로 블렌딩한.

없는 글루텐을 스펠트가 보충하고 없는 풍미를 통밀이나 호밀이 보충하고...... 완벽하다.

 

 

스펠트 단독으로 쓰려면 , 소금 이외에 다른 부재료가 들어가거나 발효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스트를 쓰는 것이 낫다.

위 사진은 이스트 없이 스펠트로만 구운 사워도우인데 조밀한 기공이 나오도록 배합을 짰다.

이 빵 세상 맛있는데 기공 큰 빵 사진 들이밀면서 야단치는 사람 만나면 힘 빠질 것 같다.

 

 

빵은 다양하다.

다만 상품성 있게 레시피를 개발하려면 거기에 맞는 재료가 따로 있는 셈이다.

기공 큰 빵의 상품성은 강력분에서 나오고 글루텐 약한 재료의 상품성은 기공 큰 레시피를 피해가는 유연함에서 나온다.

 

 

모든 입맛엔 보수성이 존재한다.

나 자신도 쉽지 않아 매번 노력하지만 고착화된 입맛은 깨기 어렵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