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때마다 늘 맞닥뜨리는 케이스가 있다.
-> 다른 클래스에서 천연발효종 수업을 듣고 빵 만든 지 1년 이상 됐다
-> 발효종을 분양받았고 먹이주기 1:1:1 유지, 그 이상 비율로 먹이면 발효되지 않는다
-> 빵 발효가 잘 안 된다
이런 케이스를 만날 때마다 나는 늘 같은 얘기를 꺼낸다.
1.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천연발효종빵과 서구의 사워도우빵은 다르다
2. 액종, 즉 과일(혹은 현미)로 만든 발효종과 사워도우 발효종은 다르다
3. 1:2:2 이상 먹이주기 했을 때 부풀지 않는다면 빵을 발효시키지 못한다(반드시 이스트 필요)
액종은 계속 키우는 개념이 아니다.
두 세 번 빵 만들다 보면 점점 발효력이 떨어지는 걸 쉽사리 느낄 수 있다.
신맛이 나니까 사워도우 아니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봤는데 이스트 빵도 과발효시키면 신맛이 난다.
액종은 야생 이스트를 밀가루에서 뽑아낸 경우가 아니므로 밀가루 먹이를 주면 줄수록 과일로부터 뽑은 이스트가 계속 빠져나간다.
그 이후의 미생물 군집은 현미경 들여다보고 분석하기 전엔 아무도 모르지만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다 – 발효종을 1:2:2 이상 비율로 먹이주기 해보는 것.
정상적인 사워도우 발효종은 반드시 두 배로 부풀 수밖에 없다.
TARTINE 책, BREAD 책 구입한 분들 많다고 들었건만 수업 때 보면 어디서 배워서 장기간 했다는 분들의 먹이주기가 1:1:1을 넘어간 걸 거의 못봤다.
TARTINE은 묵은 발효종 한 숟갈(추측컨대 5 – 10g)에 물과 밀가루 200그램씩 먹여서 리프레쉬 한다고 적혀있다.
BREAD에는 빵 만들기 직전 1:5:5로 먹이주기한다.
내 습관인 1:4.5:4.5보다 훨씬 높은 비율인데 이 비율도 봄가을 기준이지 여름엔 1:10:10으로 6시간밖에 안 걸린다.
자기 발효종으로 1:1:1 먹이주기하면 4시간만에 부푼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1:10:10으로 6시간, 1:1:1로 4시간, 둘 중 어떤 게 상대적으로 발효 속도가 빠른지 답은 나온다.
초급 세미나 때 어느 분이 빵을 구워오신 적이 있다.
딴 데서 배울 때부터 이런 식감의 빵이었는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말이다.
발효가 하나도 안 됐고 당연히 풋내가 나고 컨벡션 오븐이라 속은 축축하고 … 전혀 부풀지 않기 때문에 이스트는 필수라고 했었다.
그때 처음으로 1:2:2 이상으로 먹이주면 발효가 안 되는 발효종을 알게 됐다.
액종으로 계속 먹이주기하면 소 뒷걸음치다가 사워도우 발효종이 될 수도 있겠다 믿었는데 그 빵을 먹어보니 아닐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다.
그후 원종이 무언지 잘 모르긴하나 분양받았다고 하는 분들 중 이런 케이스를 자주 봤다.
위 레시피는 약간 변형을 거치긴 했지만 타르틴 사워도우 공식을 거의 따랐다.
타르틴의 특징은 발효종을 굉장히 적게 쓴다는 점인데 1권에서 본반죽 대비 20%를 썼지만 3권에서는 더 줄어 15%선에서 발효종을 쓴다.
오죽 적으면 총밀가루 계산할 때 발효종에 포함된 밀가루는 넣지도 않는다.
어쨌든… 위 레시피를 보면 발효종 대비 강력분 양이 6.7배나 된다.
빵 반죽을 발효종 먹이주기와 완전히 동떨어진 개념으로 이해하는데 사실 빵반죽도 (이것저것 다른게 많이 들어가니 그렇지) 먹이줘서 부풀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본반죽 레시피를 보면 발효종 : 물 : 강력분 = 1 : 4.9 : 6.7이다.
1:1:1 비율만 소화시킬 수 있는 발효종이 본반죽에 들어간 6.7배의 먹이를 무슨 수로 감당할 수 있을까.
1:1:1 먹이주기 이후 본반죽부터 진행이 안 되는 경우라면 발효종 점검을 꼭 하는 것이 좋겠다.
사워도우 제빵의 처음과 끝은 발효종이다.
고급 레시피 수업 마지막 날도 결국 발효종 얘기로 끝난다는 말을 수업 때마다 하는데 결코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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