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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잡설

채식 및 비건의 함정

by 필리젬마 202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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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채소의 중요성은 우리나라가 아닌 서구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는 신박한 깨달음이다.

육식 위주의 식단은 고사하고 같이 곁들이는 감자를 탄수화물이 아닌 채소라고 답하는 미국 인터뷰를 봐도...

햄버거에 끼여 있는, 발레리나 옷 같은 얇은 상추 몇 잎을 가리키며 이렇게 신경써서 먹이는데 아이가 뚱뚱하다고 푸념하는 한참 더 거구인 미국 엄마의 답변을 봐도...

그런 문화에서 채식(vegetarian)이나 비건(vegan)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건 마땅한 결과인 건 분명하다.

 

 

 

taken by Ella Olsson

 

 

그 사이 우리 식단도 많이 서구화되면서 예전의 똥배와 지금의 똥배에 차이가 생겼다.

주로 탄수화물(쌀) 위주의 식단이어서 나이가 들면 아랫배가 처지며 튀어나오던 아저씨 똥배는 어느덧 서구의 육식이 가미되면서 위장쪽 위치쯤인 윗배까지 나오는 똥배로 옮아가는 중이다.

건강에 아주 아주 문제가 많다는 확실한 신호다.

 

 

 

그래서 예전과 달리 우리에게도 채식의 중요성은 남다른 것 같다.

식당에 쳐들어가 피켓을 들고 고기를 구워먹는 손님들을 향해 혐오성 발언을 내지르며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는 행위는 차치하고...

각종 화학물질과 독소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식탁 위에 오른 풀때기를 감사히 여길 줄 알자는 차원에서라도 채소는 매 끼니 때 항상 겸비되어야 할 중요한 식재료다.

 

 

 

문제는 채식이 안고 있는 태생적인 함정이라 해야할 듯하다.

독소를 배출하고 염증을 완화시키고 장내 미생물 먹이를 제공하고 혈당 수치를 감소시키고 항암 효과에 탁월한, 나아가 육류 소비를 줄여 환경 개선까지 시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장점 뒤에는 그만큼의 그늘이 존재한다.

 

 

 

taken by Pixabay

 

 

인간은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앞서 열거한 이런 효과에 의지한 채, 채소만으로 에너지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채식이나 비건은 필수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을 같이 끌고 간다.

더욱이 탄수화물의 대표 음식인 밀과 쌀은 곡물이라 불리기 이전에 식물에서 채취하는 식재료이므로 더더구나 비거니즘과 동반할 수 있는 구실이 된다.

 

 

 

사워도우빵 수업 때도 간혹 비건을 만날 수 있는데 에너지원으로 고기를 취할 수 없기 때문에 '건강한' 탄수화물에 대한 집착을 엿볼 수 있기도 했다.

그래서 글루텐 분해가 일어나는 사워도우빵에 매달리는 이유가 되기도 하겠고...

 

 

 

채식만 고집하는 경우의 문제점은 모두 과도한 탄수화물 의존에서 비롯된다

모든 탄수화물은 섭취 후 혈당이 높아진다.

이를 막기 위해 건강한 통곡물 식사에 방점을 두기도 하지만 통곡물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위장이 약한 사람들에겐 장애를 일으키기도 하고 섭취 후 혈당이 더 높아지기도 한다.

엄밀히 말해 통곡물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섭취하려면 발아를 시키든 발효를 하든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

통곡물을 아무 생각없이 건강하다 믿고 섭취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식물은 위협에 대비해 동물처럼 도망갈 수 있는 생물이 아니다 보니 방어 메커니즘이 유독 잘 발달되어 있다.

독성을 품고 있다거나 쉽게 소화가 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이 그 예다.

글루텐이 없는 곡물에서도 발견되는 렉틴(lectin)은 단백질의 한 유형으로 우리 신체에서 소화가 되지 않는다.

그 독성이 약하긴 하지만 위장이 약할 경우 염증을 유발시킬 수 있고 인슐린 저항 등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곡물에 존재하는 포드맵(fodmap)은 발효 가능한 당류를 뜻하는데 이것도 우리 소화기 내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위장 내 박테리아에 의해 과발효가 일어나면 가스가 배출되면서 통증, 복부 팽만, 변비, 설사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예전에 사워도우 효능에 대해 책에도 썼지만 피트산, 요즘엔 피틴산이라고 부르는 phytates는 거의 모든 곡물에 붙어 있다.

이는 체내 미네랄 및 각종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는 물질인데 보통 콩류에서 많이 발견된다.

콩류를 물에 충분히 담궈서 요리하라는 이유도 이 피틴산을 낮추기 위함인데 물에 담궈두면 안 한 것보단 낫지만 그렇다고 충분히 피틴산이 낮아지지도 않는다.

사워도우의 효능 중 하나가 발효 과정을 통해 이 피틴산이 눈에 띄게 낮아지면서 소화 흡수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taken by Roman Odintsov

 

 

특히 비건이 주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주 쓰는 콩류의 경우 렉틴과 피틴산이 (안타깝게도) 풍부히 함유되어 있어서 한국의 된장과 청국장, 인도네시아의 템페, 일본의 낫또가 아니라면 콩은 이래저래 건강상 유리할 것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두부도 까놓고 보면 소화 장애를 일으킬 요인이 많다).

 

 

 

에너지 공급원을 곡물에 치중하는 비건식은 영양 결핍을 일으킨다.

DHA 같은 경우 신체 내에서 전혀 합성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음식으로만 섭취해야 하는데 새우, 굴, 대합, 가리비, 고등어, 정어리, 대구, 연어, 송어 등 어패류에 함유되어 있다.

오메가3지방산이 결핍되면 피로감, 자가면역질환, 염증, 우울증 등을 일으키게 된다. 

이를 fish oil 형태인 건강기능식품으로 섭취하면 보충이 될 수 있으나 이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관련해서 링크를 참고하면 좋겠다.(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160

 

 

 

아울러 비타민 A와 비타민 D는 대표적인 지용성 비타민으로 비건에게서 그 결핍이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영양소는 달갈이나 기 버터(ghee), 해산물 등 유지방이나 동물성 음식에서 발견되며 실제로도 비건에게서 비타민 D 결핍은 매우 흔하다고 한다.

 

 

 

보통 고구마와 당근에 함유되어 있다고 하는 식물 베타카로틴이 비타민 A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레티놀 형태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구마와 당근을 섭취해도 그 전환율은 아주 낮다고 한다(연구 결과에 따르면 3%).

전환율 생각하면 고구마, 당근을 매일 다량으로 섭취해야 가능한 일.

 

 

 

그외 비타민 B12, 아연, 철분 등도 비건 및 채식만 주장할 경우 심각한 결핍 상태에 빠진다.

이들 영양소 또한 모두 동물성 식품에서 주로 얻는다.

그렇다면 이 영양소가 많이 함유된 채소를 먹으면 되지 않겠냐 반문할 수 있지만!

아연이 많은 채식에는 피틴산도 들어 있고 피틴산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며 커피나 차 등도 철분 흡수에 비협조적이다(커피와 철분 관계는 https://outofthekitchen9.tistory.com/148 이 포스팅 참고).

 

 

taken by Engin Akyurt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채식이나 비건이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탄수화물(곡물)에 많이 의존할 경우 건강을 해친다.

특히 식물성 단백질이라고 칭송받는 콩류는 된장이나 청국장 아닌 담에야 신체에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굳이 콩고기 가공 식품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시원한 여름 별미 콩국물은 누군가에겐 심각한 위장 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두부만 하더라도 포만감이라 포장된 더부룩한 소화 장애를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식이요법에 대해 공부 중인데 비건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케토제닉이나 팰리오도 육류를 비롯한 동물성 음식에 더 치중하거나 탄수화물을 일부러 배제시킴으로써 문제를 유발시킨다.

이 모든 것이 채소는 몸에 좋지만 에너지원이 되기엔 부족하고 결국 에너지를 다른 데서 찾아야 하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

 

 

 

뭐든 적당한 것이 좋다.

그리고 나에게 적절한 음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특정 식재료를 건강에 좋다니까 신물이 올라와도 먹었다는 어느 분의 덧글을 보면서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내 몸에 맞는 걸 찾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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