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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 도구 팁

무쇠 길들이기(1) - drying oil 선택하기

by 필리젬마 202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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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 쓰는 사람들이 게을리해선 안 되는 것이 시즈닝이다.

 

 

미국에 있었을 땐 시즈닝 재료로 쇼트닝을 썼었다.

요리 프로그램에서 쇼트닝을 소개하기도 했었고 막상 써보면 코팅이 기똥차다.

요즘은 건강 트렌드 때문인지 플랙씨드 오일을 많이 권하는 편이다.

 

 

먹기에도 비싼데 시즈닝 하려고 플랙씨드 오일을 산다는 게 가당치 않게 들리지만 대체재를 찾다가 이런저런 조사를 해보니 drying oil 이라는 오일은 다 비싸다.

drying oil, 건조 오일 정도로 번역되는데 이런 오일은 유화(oil painting)에 섞어쓰거나 목재의 마감 재료로 많이 쓰인다.

 

 

drying oil은 공기 중에서 단단하고 광택이 나는 필름(코팅)을 형성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그런 오일 종류는...

- 플랙씨드 오일

- 들기름

- 호두 오일

- 린시드 오일

조상들이 커다란 무쇠 뚜껑에 부침개 부칠 때 주로 들기름을 썼던 걸 보면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에겐 린시드 오일이 익숙하겠지만(난 이번에 알았다) 린시드 오일도 플랙씨드에서 추출한 것이기 때문에 플랙씨드 오일이라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중국산 무쇠에는 플랙씨드 오일로 시즈닝해서 건강하다는 광고도 붙는 모양이던데 린시드 오일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추측을 해본다.

미국 블로거 글들 읽어보면 코팅이 두껍고 단단하게 잘 나온다며 무쇠에 린시드 오일 발라 시즈닝하는 얘기도 더러 나온다.

 

 

엄밀히 따지면 린시드 오일은 공업용 혹은 산업용이고 식용 플랙씨드 오일과 같다고 보긴 어렵다.

공업사에 가서 스텐판, 동판 끊어다가 베이킹팬으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린시드 오일을 무쇠 시즈닝 오일로 쓰는 것 또한 크게 권하고 싶진 않다.

 

 

개인적으로 자주 쓰는 오일은 플랙씨드와 호두 오일인데 자세히 공부하기 전에도 시즈닝 결과물을 보면 만족스러웠다.

대신 시즈닝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일 타는 냄새는 해결해야 할 숙제인데...

 

 

플랙씨드가 갑이라고 생각하는 외국 블로거들 글 보다가 문득 궁금해서 smoke point(발연점)를 조사해 보니 의외다.

- 쇼트닝 252도

- 들기름 186도

- 호두 오일 160도

- 플랙씨드 오일 107도

 

 

일반 식용유 조사해 보니 smoke point 가 높다.

- 포도씨유 215도

- 해바라기씨유 232도

- 콩기름 256도

 

 

발연점 높은 쿠킹 오일이 drying oil 은 아닌 관계로 코팅 필름이 형성되는 것 같다가 금방 벗겨지기 때문에 이래저래 접점이 필요한 건 분명해 보인다.

 

 

미국에서 얻은 정보였던 쇼트닝(현지 브랜드 네임으로 Crisco라고도 불린다) 시즈닝이 왜 갑이었나 충분히 이해된다.

발연점 높고 구운 후 경화도 잘 되고.... 아닌게 아니라 빤딱빤딱하게 구워진 새카만 코팅을 보면 정신나간 소리지만 섹시한 게 이런 건가 싶은 느낌이 들 정도.

 

 

시즈닝 과정의 절반 정도를 마친 무쇠솥, 아직 갈 길이 절반 남았다

 

플랙씨드 오일로 시즈닝 하면 그 특유의 냄새가 강해서 타는 냄새도 유별나다.

그래서 베란다에 전기 오븐을 놓고 집안 창문은 다 닫은채 외부와 환기시키면서 시즈닝하는데 최근엔 호두 오일로도 시즈닝하는 편이다.

그냥 궁금해서 이것저것 시도하다 호두 오일로 시즈닝 해봤더니 냄새도 플랙씨드 보다 낫고 경화도 잘 된다.

 

 

들기름... 이 기름이야말로 고소한 냄새 하난 끝장인데 시즈닝으로 태우기까지 하면 집안이 난리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플랙씨드나 호두 오일에 비해 발연점이 높아 정말 궁금하긴 하다.

 

 

더 이상 쇼트닝을 쓰지 않는데도 시즈닝 온도를 250도까지 올렸었던 내가 언제부턴가 플랙씨드와 호두 오일 쓰면서 200도 - 230도에서 시즈닝 하고 있었던 게 동물적 본능이었던 것 같다.

경화는 둘째치고 발연점이 낮은 줄은 몰랐었으니까.

냄새가 격하고 집안에 배여 시즈닝 할 때마다 스트레스 요인이었지만 요즘은 냄새 수위가 한결 낮아졌다.

베란다로 옮긴 것도 한 몫 하겠으나 플랙씨드와 호두 오일을 오가면서 나도 모르게 발연점에 많이 근접해서 굽고 있었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라서 딱히 뭐가 좋다고 권하긴 그렇다.

장단점이 있으니 그냥 편한 걸로 골라쓰면 되겠고 다만 drying oil 의 성질이 있고 없고에 따라 경화된 코팅 필름의 강도와 지속 기간엔 분명 차이가 있다.

 

 

다음번 포스팅엔 무쇠 길들이기에 필요한 준비물과 그 장단점, 순서 등을 정리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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