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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잡설

글루텐 알레르기? 밀 알레르기?

by 필리젬마 2021.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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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장 운영하는 분에게서 같이 공부하자고 연락이 왔길래 한 1년간 본의 아니게 상업 베이커리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만난 어느 손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슷한 착각을 하지 않겠나 짐작이 되었다.

그분은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냥 이스트 빵은 못 먹고 **** 쌀빵을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먹는다 했다.

일동 말.잇.못 상태로 멍해진 찰나를 속사포처럼 밀고 들어온 동료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거기 활성 글루텐 장난 아니게 넣는 곳인데 속 괜찮으세요?"

 

 

 

글루텐 알레르기라는 말은 사실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글루텐 과민증, 불내증(gluten intolerance) 혹은 민감증(sensitivity)을 글루텐 알레르기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밀(wheat)이라는 식물 자체와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예를 들자면 가려움증, 재채기, 두통, 메스꺼움, 천식 등을 유발하는 알레르기와 혼동될 수 있다.

따라서 셀리악(celiac) 질병이 아닌 담에야 그냥 글루텐 알레르기가 아닌 소화불량으로 인한 불내증, 민감증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고 한다.

 

 

 

빵 섭취 후 복부팽만,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겪는다면 이 또한 글루텐 혼자만의 문제인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판 이스트빵에 들어간 첨가제 때문에 여러 증상을 겪는다.

나 또한 판매하는 빵이나 케익을 먹고 체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글루텐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루텐이 없는 일부 제과 섭취 후 위장 장애를 겪는 일도 다반사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베이커리에서 직접 만든 빵과 과자를 홈베이킹과 거의 흡사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는 점.

특별히 우리 가게에선 첨가제를 안 쓴다고 표방하기 전까진 베이커리 제품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별별 첨가제가 많이 들어간다.

사워도우를 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어느 제빵사가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개량제 없이 어떻게 그렇게 빵을 만들 수 있냐는 반문이었는데... 실상이 그렇다.

 

 

 

빵의 소화장애 문제는 개량 품종인 근대밀의 문제점이라고도 하고 제초제(밀 수확 전에 뿌린다고 한다)를 원인으로 꼽기도 하는데 흘려들을 얘긴 아니다.

미국에선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밝힌 제분업체도 있고 일부 섞여 있다고 인정한 업체도 있다.

 

 

 

한편, 몇 년 전에 논란의 중심에 섰던 쌀빵도 글루텐을 피해가긴 어렵다.

빵을 조금이라도 관심있게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쌀로 빵이 된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

그런 의심은 너무도 당연하고 그래서 쌀빵은 글루텐을 일부러 넣어 만든다.

강력 쌀가루를 직접 만져본 나로선 솔직히 말하면 그런 가루로 굳이 홈베이킹을 할 필요가 있나 싶다.

글루텐 외에도 정말 이것저것 다양하게 들어간 티가 역력하다.

미국 제빵업계에 있던 지인은 글루텐 문제가 대두된 10여년 전, 떡이 각광받으리란 예상을 했는데 쌀빵이 등장한 걸 보고 어이없어 했다.

 

 

 

쌀빵 업체에서 글루텐 수치를 가지고 장난하는 경우도 있다.

눈여겨 볼 부분은 글루텐이 몇 % 들어갔냐가 아니다.

완성빵의 글루텐 ppm 수치를 들여다 봐야 한다.

글루텐 배합량 1% 미만 쌀빵의 경우 식빵으로 만들면 3000ppm 훌쩍 넘어가고 기억이 맞다면 크림치즈빵도 2000ppm 언저리였다.

이건 뭐 그냥 이스트 빵이라 해도 무방할 수치다.

 

 

 

그 쌀빵 업체는 광고에 ppm 수치와 글루텐 배합량 %를 모두 실어놓곤 까막눈인 소비자를 우롱했다.

1% 미만인 글루텐을 보시라~ 우리 쌀빵이 이리도 좋다~ 그런 식으로...

같이 버젓이 올린 천단위 ppm 보고 기절할 사람이 그닥 많지 않다는 걸 이용한 듯했다.

아니, 정작 업체는 ppm이 중요하단 걸 알긴 알았으려나???

 

 

 

 

참고로 글루텐 프리 식품 규정은 FDA 정의에 따르면 20ppm 이하이며 뉴질랜드나 호주는 3ppm 이하로 규정할 만큼 세계적으로도 엄격하다.

사워도우는 연구에 따라 8ppm, 12ppm이라는 결과도 있는데...

내 예상이지만 이건 호밀 사워도우에 적용되는 수치가 아닐까 싶다.

백밀 위주의 기공 큰 사워도우는 글루텐 분해가 일어난다 해도 ppm 수치가 이보다는 높다.

글루텐이 아예 없는 식품도 아닌 밀가루 제품의 한 종류로서 사워도우 글루텐 수치가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담이지만 반죽하는 내내 30분 간격으로 가열차게 접어주는(글루텐 많이 잡는) 일이 어찌보면 부질없다.

 

 

 

어쨌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글루텐 민감성 때문에 쌀빵을 시켜먹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활성 글루텐 덩어리였다는 걸 알게 된 그 손님의 반응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쩐지... 쫄깃 쫄깃... 하더라만..."

얼굴을 붉혔던 그분은 덕분에 글루텐 소화장애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아셨을 것 같다.

쌀빵 먹고도 괜찮은 속이라면 적어도 배앓이 원인을 글루텐으로 돌릴 필요는 없을 듯.

 

 

 

만약 홈베이킹으로 아무런 첨가물 없이 만든 빵에 나처럼 소화 장애를 앓는 사람들이라면 글루텐 민감증을 한 번 쯤 의심해 볼 법 하다.

나는 소면도 약간 불려 먹고 우동도 푸욱 익혀서 먹어야 그나마 소화가 된다.

소면 쫄깃하게, 우동도 쫄깃하게, 수제비도 쫄깃, 빵도 쫄깃한 걸 즐기면서 글루텐이 문제라 빵이 나쁜 놈이라고 생각된다면 자신의 식생활을 곰곰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정말 글루텐 소화에 문제가 있다면 면종류 한식에서도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다.

 

 

 

글루텐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글루텐 아예 없는 쌀은 영양학적으로 절대 문제가 없는지 되짚어 보면 금방 수긍이 된다.

어차피 모든 음식에는 화학적으로 반응하여 식품을 보다 유용하게 탈바꿈시킬 수 있는 물질을 모두 갖고 있고 글루텐도 그 중 하나다.

그걸 소화에 무리를 줄만큼 많이 잡는 건 사람들이다.

속 편하게 음식을 먹고 싶다면 뭐든 적당한 선에서 끊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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