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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잡설

벌화분, 소화가 안 되는 이유

by 필리젬마 2021.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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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식품 중 그 효능을 보면 만병통치약 아닌 식품이 어딨겠냐만 벌화분도 예외는 아니다.

식구들끼리 같이 먹자고 동생이 주문해서 부모님댁까지 포함, 벌화분을 이래저래 먹어보려 시도했으나 옆구리 찔러 물어보니 냉동실에서 몇 년 째 소비도 안 되면서 공간만 점령 중이라 한다.

집집마다 다 똑같다.

이유는 단 하나.

소화가 안 된다.

 

 

벌화분(bee pollen)의 섭취 방법을 찾아보면 하나 같이 어디 섞어 먹으라는 말 외에 그 이상의 정보는 없다.

그 와중에 딱 한군데 티스토리 포스팅 하나가 원하는 답을 써놨다.

친절하게 링크도 걸려 있어서 결국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한 일이 영어 논문을 뒤적거리는 기염을 토했다.

 

 

벌화분이 섭취 가능하려면 세포벽이 깨져야 하는데 우리 신체의 소화액으로는 그 세포벽을 분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다양한 섭취 방법에 상관없이 나와 동생, 부모님은 위장장애를 당연히 겪었다.

주워들은 얘기로 우리나라 제약 회사에서 꽤 오래 전에 벌화분을 먹기 좋게 처리해서 알약으로 가공해 판매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내가 읽은 논문에도 세포벽을 분해할 수 있는 고급 기술을 소개하고 있지만!

우리집 냉동실 벌화분을 당장 소비할 수 없다면 내 알 바 아니다.

 

 

기사 뒤져보니 올해 초 우리나라 기업체에서 벌화분 흡수를 돕기 위해 꽃가루 껍질을 첨단 바이오 기술로 벗겨내어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제품을 개발했다고도 나온다.

결국 같은 얘기인 듯하다.

 

 

꿀벌도 화분은 흡수할 수 없다고 하는데 세포벽을 깨뜨리기 위해 꿀을 사용한다고 한다.

꿀에 들어있는 천연 산(acidity)이 꽃가루 분자를 깨뜨릴 수 있다고.

육각형의 벌집 안에 꿀과 화분을 번갈아 층층히 쌓고 그 작은 육각형 셀을 꽉 채운 후 꿀+화분+벌의 타액이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화분떡(bee bread)을 만든다.

이 화분떡은 꿀벌 애벌레의 먹이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게 벌의 타액이 아니라 바로 '발효' 아닌가 싶다.

꿀벌도 소화를 못 시킨다고 하지 않나?

요는 발효시켜서 먹는 건데 인터넷에 나와 있는 것처럼 요거트에 섞고 꿀에 섞고 스무디에 섞고 ... 그래봤자 위장 장애뿐이고 안 겪는 사람들에게도 체내 흡수율은 의미가 없을 정도.

비싼 돈 주고 사서 좌변기에 흘려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논문 중 벌화분을 발효 식품에 적용한 사례들이 있었다.

와인에 벌화분을 넣으니 아로마가 한층 깊어지고 곰부차에 넣어 발효했을 때 생체 이용률(bioavailibility)이 높아졌단다.

벌화분에 효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분명 발효가 촉진되었을 것이고 실제로 와인의 에탄올 성분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그외 요거트, 우유 발효에도 탁월한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설명이 논문에 줄줄줄 적혀 있다.

 

 

이쯤에서 내가 할 줄 아는 발효라고는 사워도우???

그래서 냉동실도 비울겸 건강도 챙길겸 일반적인 레시피에 질린 감도 있어서 당장 만들어봤다.

아쉽게도 맛은 못 봤다.

바로 부모님댁에 배달갔으니까. 

 

 

 

 

발효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된다.

우선 시각적으론 색깔이 이쁘다.

후각적으론 풍미가 엄청 강하다.

고작 실험삼아 2.5%밖에 안 들어갔는데도 장난 아니다.

내가 사용한 벌화분은 성당에서 판매하는 제품으로 보통 비린내가 난다고 하는 수입산과는 달리 냄새 자체가 완전 꿀냄새라서 소화 안 되는 것 빼놓곤 먹을 때 전혀 역겹지 않은 맛이다.

아마 어떤 벌화분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

 

 

고열에 영양소 파괴가 적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베이킹에 쓴다는 얘기도 논문에 간단히 한 줄 있는 걸 보면 위장 장애를 겪으면서 배변하는 것보단 효율적일 것 같다.

요것도 논문이나 기타 자료 찾아보는 중인데 검색어가 구려서인지 마땅한 자료를 아직 못찾았다. 

당분간 이쪽으로 열심히 레시피를 짜는 것도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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