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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잡설

포화지방, 버터를 위한 변명

by 필리젬마 2021.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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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 알레르기가 있다.

모든 액체 지방에 반응하고 고깃국이나 고기 요리에 떠 있는 지방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나의 딱한(?) 사정에 질 좋은 올리브유를 먹어보라 권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오일은 오일이다.

백숙이나 갈비탕은 위에 뜬 지방을 최대한 걷어낼 수 있을 때까지 걷어낸다.

나물에 들어간 참기름, 들기름도 예외없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육류면 육류, 유제품이면 유제품, 견과류면 견과류, 뭐 이런 카테고리라면 피하면 되고 하다 못해 비건으로 식생활을 전환할 수 있다면 하면 되는데 오일은 워낙 요리 여기저기에 들어가는 재료여서 양념 없는 완전 생식이 아닐 바엔 피할 방법이 없다.

아주 아주 심한 알레르기가 예상되는 음식만 빼곤, 요즘은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먹는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버터.

포화 지방의 대표 음식으로 지탄받고 있는 버터가 내겐 가장 문제가 없는 지방이다.

매우 개인적인 케이스이긴 하나 일방적으로 버터를 피하거나 안 좋게 보는 시선에 대해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있다.

 

 

 

포화 지방산과 불포화 지방산에 대해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포화 지방산은 동물성 지방, 버터나 코코넛 오일, 불포화 지방산은 올리브 오일을 비롯한 액체 오일에 들어있다고 알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모든 식품은 포화 지방과 불포화 지방을 같이 내포하고 있다.

가령 육류에는 포화 지방 뿐만 아니라 불포화 지방도 같이 포함되어 있고 올리브유엔 포화 지방도 있다.

식품 마케팅 관련해서 포화나 불포화 중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방산을 특정해서 광고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불포화 지방은 화학적으로 포화 지방보다 사슬 구조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분자의 유동성이 더 크다.

따라서 불포화 지방산의 불포화도가 커질수록 산패에 취약하다.

특히 불포화 지방산 중에서도 단일 불포화보다 다불포화 지방산이 산패에 취약한데 견과류나 생선류에 다불포화 지방산이 타 식품에 비해 유달리 많다.

대부분의 오일을 어두운 병에 담아 파는 이유나 견과류를 생으로 구입하라는 이유도 이 산패 때문이다.

반면 유제품이나 육류에 포함된 불포화 지방산을 분석해 보면 단일 불포화 지방산이 다불포화보다 더 많다.

 

 

 

 

소고기의 경우 포화 지방(33%)과 단일 불포화 지방 함량(38%)이 엇비슷하고 요리용 소고기 지방도 각각 41%, 43%로 단일 불포화 지방량이 만만치 않다.

돼지 기름으로 만든 라드(lard)도 서구권에선 요리용 지방으로 많이 쓰였는데 포화 지방이 39%, 불포화 지방이 56%로(단일 불포화가 45%, 다불포화가 11%), 불포화 지방량이 더 많다.

버터는 포화 지방이 66%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고체, 액체 지방 중 포화 지방산 함량이 가장 높은 식품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유제품의 대부분이 60%가 넘는다.

 

 

 

구조적으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액체 지방에 열을 가하면 대부분 트랜스 지방이 생긴다.

특정 오일이 마케팅 문구 그대로 트랜스 지방이 없는 순수 오일일 순 있으나 가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가열하면 다른 오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해 물질이 덜 생긴다고는 하나 구조가 불안정한 불포화 지방산이라는 사실은 피할 수 없고 다른 오일을 사용한 튀김 요리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트랜스 지방을 되도록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는 하나 모유에도 트랜스 지방이 소량 들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트랜스 지방은 일상 여러 식품에서 섭취되고 있다 봐야 한다.

 

 

 

포화 지방은 가열 후에도 트랜스 지방이 생기지 않는다.

트랜스 지방이 우려스럽다면 튀김은 버터를 쓰는 게 맞을 듯하나 그게 실제로 적용될 리 만무하고...

포화 지방 얘기만 나오면 등장하는 HDL이나 LDL을 좋은 콜레스테롤,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르는 것도 딱히 맞는 표현은 아니라고 한다.

콜레스테롤은 체내 호르몬이나 여러 합성물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물질이다.

그게 과한 게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이지 콜레스테롤이 부족해도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내가 식품 영양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자료 찾으면서 공부하는 게 고작이지만 여기까지 도출하고 나니 나의 문제점은 혹시 불포화 지방산이 아닐까 추측해 볼 뿐이다.

오만가지 지방 중에 가장 반응이 없는 식품이라곤 버터 정도고, 육류의 지방도 가령 발효를 잘 거친 수제 델리햄(내가 잘 먹는 브랜드가 따로 있다)일 경우 차가운 상태의 그 비계는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지만 베이컨이나 삼겹살은 먹었다 하면 얼굴에 난리가 난다.

머핀도 버터로 만들면 괜찮지만 오일 넣고 만든 건 손에 묻는 그 기름기도 싫거니와 얼굴에 알레르기로 도배가 된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예단할 수 없지만 의사가 내 몸에 대해 알고 진지하게 답해주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병원 갈 때마다 느끼는 바, 내가 나를 알기 위해선 이런 정보들을 찾고 공부할 수밖에 없다.

 

 

 

포화가 불포화 지방산보다 소화가 더딘 것도 아니라 하니 그야말로 각자의 체질에 맞게 섭취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버터를 벌레 보듯 하는 것도 각자 개인차가 있겠지만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일은 아닌 듯하다.

사실 칼로리로 따지면 다이어트 할 사람들은 오일을 섭취하는 게 아니라 버터를 섭취하는 게 낫다.

제빵을 하다 보면 버터를 쓸 일이 종종 있고 목초 먹인 좋은 버터를 항상 쓰지만 건강빵 찾으면서 버터를 매우 저급한 식품으로 취급하는 걸 볼 때마다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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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내 지인의 지인이 임신 기간 중 밀가루 음식을 전혀 먹지 않고 출산을 했다.

짐작컨대 가공 식품에 들어갔으리라 예상되는 소량 밀가루조차 피한 듯한데...

예상을 깨고 아이가 너무 심한 아토피로 꽤 오랫동안 고생한 걸로 들었다.

엄마 뱃속에선 환경과 단절되어 있으니 괜찮았겠지만 바깥 세상은 밀이 자라는 환경이고 그런 음식이 떠다니는 환경이기 때문에 세상에 노출된 순간 아마 생전 처음 접하는 항원 물질들이 있지 않았을까 뇌피셜로 추측해 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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